루마니아의 연인

권현숙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9월 12일 | ISBN 89-374-0370-6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94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40년 동안 꼬레아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푸른 눈동자의 이우비따(연인)전쟁, 이데올로기의 혼돈, 사랑.루마니아 현지 취재를 통해 완성한 아름다운 사랑의 서사.작가는 음화(陰畵)일 수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양화(陽畵)로 변화시킴으로써 사랑을 사랑답게 그리고 있다. -김미현/문학평론가

편집자 리뷰

지난 1995년에 사하라 사막을 배경으로 한 소설 『인샬라』를 낸 지 6년 만이며, 이 작품의 소재를 접한 지 4년 만에 내는 역작이다. 오랜 집필의 공력을 들일 만큼 소설보다도 더 소설적이었던 이 이야기의 소재는 1950년대 이국의 땅 루마니아에서 비롯된다. 작가 권현숙이 1997년 초여름 루마니아 부쿠레쉬티 대학교의 한국어 강좌에서 푸른 눈동자를 지닌 초로의 한 여인을 만났을 때, 그녀에게서 한국적 정취를 느꼈다는 것이 발단이 되었다. 지금은 한국어-루마니아어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몇 년간 외롭게 작업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40여 년간 헤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북한의 남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실화를 바탕으로 두 연인들의 삶을 소설적으로 구성하여 탄생한 것이 이 작품이다. 민족적 고난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의 서사 작가 권현숙은, 전작(前作) 『인샬라』에서와 마찬가지로, 광대한 스케일을 생생한 묘사를 담은 필치로 그려내는데, 이는 우리 문학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분단 문학의 계보에 놓일 이 작품은, 남북이 긴장하던 어둡고 살벌한 과거에서는 \’입국\’마저 허락되지 않아 이야기 소재의 취합 자체가 불가능하였다. 그런데 동유럽의 개혁 개방 정책에 의해 문이 열리자, 한국과는 무관한 듯보였던 이 나라에서도 우리 분단 현실의 비극적인 현대사가 전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듯 실화를 직접 취재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집필하고, 그리고 1년여에 걸쳐 개고(改稿)를 한 끝에 탄생한 것이 이 작품이다. 작가는 전작 『인샬라』에서도 여성의 몸으로는 견디기 힘든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에서의 취재를 바탕으로 민족적 고난을 섬세하고 상징적으로 그려낸 점이 높게 평가받은 적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력이 아니라, 실제와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이루어낸 성과라 할 것이다. 이 작품 자체는 그러한 함의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이야기의 전개는 섬세하고 정교한 세부 묘사에 치중한다. 전개상 러브 스토리, 로맨스 소설의 골격을 띠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그저 흔한 로맨스 소설인 점을 뛰어넘어 이 소설이 돋보이는 것은, 그러한 현대사적 함의를 전경foreground으로 내세우지 않고 작품 곳곳에 문학적 상징으로 배치해 놓은 점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오벨리스크를 거쳐 모스크바에서 북한으로 입국하는 장면은, 유럽과 아시아를 갈라놓았던 몇천 년 역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묘사이다. 전쟁, 이데올로기의 혼돈, 사랑 그리고 두 사람의 실존 인물 한국전쟁 직후, 북한에서는 전쟁 고아들을 동유럽 사회주의 형제 나라에 보내 위탁 교육시킨다. 이러한 정책으로 1952년부터 1958년까지 해마다 3,000명 가량의 북한 고아들이 루마니아로 보내졌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이러한 현대사적 사실에 기초해 있다. 당시 루마니아에서만 10여 곳의 교육 기관이 새로 설립되었는데, 마리아 에네스쿠(1934년생, 실명;제오르제따 미르초유)는 이 조선인학교에 교사로 부임한다. 당시 18세였던 그녀는 김명준(당시 26세, 조선인 교사, 소설 속의 이름)이라는 조선인 청년을 만나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이다. 전쟁 직후 이데올로기와 역사의 혼란기에서도 인간사의 절절한 흐름은 작은 시골 학교(시레뜨)에서도 면면한지라, 그곳에서는 저마다 간직해 온 사랑과 열정, 삶이 있었다. 조선인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일어난 연애, 조선인 교사들간의 연애, 조선인 여교사와 루마니아인 의사와의 결혼 등등. 크고 작은 인간사의 애틋한 감정들이 오가는 곳이란 점에서는 이념(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경(조선과 루마니아), 문화(유럽과 아시아)를 구애받지 않는다. 마리아 에네스쿠와 김명준 역시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이끌려 동료들과 당국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워가던 연인들이었다. 국경과 문화 차이를 넘어선 그들은 흔한 사랑의 전형을 보여줄 뿐이다. 애틋하고 세심한 감정들을 나누는 애정의 소사들, 연인간의 오해와 갈등들, 위기와 그 극복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러한 이들의 만남에서는 두 사람간의 경계를 지울 어떠한 것도 있을 수 없었다. 즉, \”사랑의 모국어는 사랑 그 자체일 뿐\”임을 그들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들의 사랑에서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사랑을 지속시키게끔 하는 수많은 상징들을 등장시킨다. 최초의 사랑을 연결해 주는 탱고 춤, 사랑의 결말을 전조하는 집시들의 카드 점, 마리아 에네스쿠를 사랑하는 에밀 아저씨, 모스크바와 추코트 반도를 연결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등. 이러한 상징들은 실화를 배경으로 하긴 하되, 작가가 이 이야기를 더 정교한 소설로 구성하기 위해 허구적으로 꾸민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음화(陰畵)일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양화(陽畵)로 변화시킴으로써 사랑을 사랑답게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짧은 사랑 끝에 긴 이별의 시간이 놓이게 된다. 결혼을 기약하고, 당국에 결혼신청서를 낸 후 오랜 기다림 끝에 그들은 1957년, 당시로서는 드물게 국제 결혼을 하게 된다. 학교를 옮겨 뜨르고시비데 조선학교에서 신혼을 보낸 그들은, 1959년 북한의 지시로 루마니아의 조선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모든 학생들과 함께 북한으로 소환된다. 이 소설은 그들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유럽)에서 오벨리스트(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삼림)를 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에필로그의 장면은 40여 년 후 그들의 딸 김미란의 서술로 시작된다. 딸 미란이 두 살배기였을 때 팔다리가 휘고 굳는 병을 앓게 되어, 마리아 에네스쿠와 딸 미란은 루마니아로 돌아가 치료하게 되었다. 그러나 잠깐일 뿐이라 생각했던 이별은 이후 40여 년 이어지게 된다. 이들이 루마니아로 가 있을 무렵 북한에서는 외국인 배척 운동(주체 사상에 입각한)이 벌어져, 있던 외국인도 모두 추방되는 일이 속출했다. 결국 북한 당국에게서 재입국을 허락받지 못한 아내와 딸은 연인이자 아버지인 김명준의 소식을 영영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이제, 아내 마리아 에네스쿠는 한국어-루마니아어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몇 년째 혼자서 작업하고 있다. \”내 마음속의 그대는 전나무처럼 푸르다. 우리가 헤어져 있는 동안, 세월은 나에게만 와서 나만 홀로 늙어버렸다. …… 은발이 되어버린 이우비따(연인)를 그대는 용서할까. 그대를 만나기 전엔 나는 마음놓고 늙지도 못한다…….\”라며.

목차

제1부 위험한 탱고 동방의 빛 아래 별에서 온 남자 위험한 탱고 제2부 숨은 불꽃 오해 불길한 예언 숨은 불꽃 제3부 사랑보다 깊은 사랑 사랑보다 깊은 사랑 세상에 하나뿐인 찬장 시베리아 횡단 열차 제4부 미란, 나의 아름다운 로마니야 미란, 나의 아름다운 로마니야 얼음 심장 작가의 말 / 루마니아로 부치는 편지

작가 소개

권현숙

권현숙은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중편소설 <두 시에서 다섯 시 사이>로 계간 『작가세계』 1992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사하라 사막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인샬라』(전2권)로 한겨레신문 문학상을 수상했다. 중단편을 묶은 작품집으로 『나의 푸르른 사막』(1997년)이 있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