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

원제 THE SMILE AT THE FOOT OF THE LADDER

헨리 밀러 | 옮김 김수영 | 그림 후앙 미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1월 3일 | ISBN 89-374-0364-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16x188 · 136쪽 | 가격 7,500원

책소개

『북회귀선』『섹서스』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을 일으킨 작가 헨리 밀러의 전혀 새로운 소설. 현대 회화의 거장 후앙 미로의 그림 열 점이 실려 있다

편집자 리뷰


어릿광대의 두 얼굴 속에서 본 우리들의 모습
예술가의 정체성을 투사하기에 가장 적절한 캐릭터는 아마도 어릿광대일 것이다. 왕방울 만한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이 째지도록 웃는 어릿광대. 예술가는 어릿광대와 같이 뿌리 뽑힌 삶과 다중적인 자아를 운명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의 주인공 어거스트 역시 이처럼 평상시에는 사회의 이방인이면서도, 어느 순간 주목받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어릿광대다. 어거스트는 어느 날 자신의 얼굴을 두꺼운 분장으로 가리고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그래서 어거스트는 무대 위의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정말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떠난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어릿광대 어거스트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던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면하게 된다. 저마다 자신을 가식으로 치장하며 타인을 대하는 내가, 타인이 쳐다보는 나의 모습이 정말로 나 자신인가.
“어거스트 앵스트, 불안에 떨고 상처받아 절망하는 이 어릿광대가 내 자신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어거스트는 바로 밀러 자신의 자화상이다. 밀러는 30년대에 프랑스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곧 베스트 셀러의 작가가 되었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며 1960년대에 자유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다섯 번의 결혼, 화려한 경력 그리고 작품마다 주목을 받았으며 주변엔 언제나 진보적인 작가들이 모여드는 화려한 생애를 살았던 밀러였지만, 인생의 절정기에 오히려 이 모든 것을 버거워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씌어진 것이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1948)이다. 즉 이 작품은 인생의 절망과 절정을 맛본 작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철학적인 명상에 잠겨보는 고백적인 이야기이다.
행복에 대한 짧고 따뜻한 메시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를 통해 우리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본래의 얼굴을 가리고 주어진 대본에 따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주인공 어거스트는 만인의 주목을 받던 어릿광대였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다른 사람을 웃고 울리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참된 자아를 찾아 떠나게 되면서 어거스트라는 이름은 하나의 전설이 되고 만다.
세월이 지나 다시 서커스단으로 돌아온 어거스트는 청소부로 조용히 지냈다. 안토인은 어거스트의 친구로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던 어릿광대이다. 어느 날 어거스트는 아파서 몸져누운 안토인을 대신하여 무대에 서게 된다. 그리고 관객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너무나도 훌륭한 어릿광대 안토인의 탄생을 보고 열광한다.
그러나 이름도 명성도 없던 평범한 안토인을 유명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어거스트의 의도는 오히려 안토인과 어거스트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만을 초래한다. 새롭게 태어난 안토인은 진정한 안토인도 진정한 어거스트도 아니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이처럼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린 삶이 과연 행복한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인공 어릿광대를 통해 나를 잃어버린 자신을 비웃는 법을 배운다. 그가 주는 메시지는 나 자신으로 돌아올 때에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거스트의 이러한 깨달음은 눈물에서 태어났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의 평온한 미소에 감동을 받는다.
에필로그에서 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기쁨은 강물과도 같다. 우리는 이 끝없는 흐름과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반성하고 분석하고 소유하느라 멈추어 서서는 안 되고, 끝없이 음악처럼 흘러가야 한다.” 현실의 인간은 “살려고 허우적거리면서 죽어가”지만 참다운 삶은, 어릿광대의 웃음이 체념의 선물이듯이, 슬픔에 더럽혀지지 않고 꿈을 잃지 않는 것이다.
후앙 미로와 헨리 밀러, 두 거장의 만남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는 밀러 자신이 “내 작품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이라고 할 만큼 아주 새로운 작품이다. 또한 “초현실주의적인 자세”로 글을 썼지만 내용 자체는 그 어느 작품보다도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두 얼굴을 가진 어릿광대’는 특히 화가들이 애호하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밀러가 이 작품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 역시 페르낭 레제의 광대와 서커스에 대한 삽화이며, 쇠라, 샤갈, 미로 등의 그림이 주는 환상이 또한 동기가 되었다.
밀러 자신에게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1948)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던 만큼 후에 현대 미술의 거장 후앙 미로와 함께 작업을 하였다. 그리하여 1977년 작품에는 미로가 이 소설을 읽고 ‘밀러의 시어를 따라가며 그만의 꿈같은 색과 선을 새겨 넣은’ 그림 열 점이 실려 있다.
밀러 자신은 수채화가로서 어릿광대의 모습을 여러 번 그렸으며 국제적인 전시회도 가졌고, 말년에는 글쓰기 대신에 매일매일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그런 만큼 밀러의 작품은 회화의 상징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작품은 유럽에서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독일에서는 이 작품이 오페라(이탈리아 작곡가(Antonio Bibalo))로 만들어져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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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밀러 Henry Miller (1891-1980) 지음브루클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헨리 밀러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밀러에게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의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인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은 거침없는 표현의 자유를 발휘하여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들은 외설 시비로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되었는데, 미국에서 출간하기까지는 30여 년이 걸렸다. 이후 밀러는 표현의 자유를 성취한 위대한 승리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하여 진보적인 작가 그룹을 이끌어나갔다. 밀러는 이 시기에 『섹서스』, 『플렉서스』, 『넥서스』 등으로 이루어진 3부작 <장밋빛 십자가>를 완성하였다. 밀러는 노년을 작가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수채화를 그리며 평화롭게 지냈다.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는 조용히 보낸 말년의 철학이 담긴, 밀러의 전혀 새로운 보석이다.
후앙 미로 Joan Mir (1893-1983) 그림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출신의 화가. 1924년에 브르통, 아라공, 엘뤼아르 등과 알게 되어 초현실주의 그룹에 참여하면서 그의 그림에 환상적인 요소가 짙게 나타난다. 클레와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은 미로의 예술은 구상의 수법에서 떨어져 나와 많은 기호들의 세계 속에서 전개된다. 2차 세계대전이 다가오자 그는 꿈의 세계, 특히 여성, 새, 별이 수놓인 밤의 세계로 도피한다. 미로의 예술 세계는, 빛이 만들어내는 비사실적인 공간 위에 사실적인 요소들을 과감하게 확대시키거나 축소시키는 기법을 사용, 각각의 모티프는 그 자신 고유의 독자성을 확보함으로써 하나의 기호로 변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미로는 이 작품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를 읽고 “정갈한 밀러의 시어를 따라가며 그만의 꿈같은 색과 선을 새겨 넣었다.”
김수영 옮김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을 거쳐 해군사관학교, 세명대, 연세대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에 있다.

작가 소개

헨리 밀러

헨리 밀러 Henry Miller(1891-1980) 지음
브루클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헨리 밀러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밀러에게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의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인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은 거침없는 표현의 자유를 발휘하여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들은 외설 시비로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되었는데, 미국에서 출간하기까지는 30여 년이 걸렸다.
이후 밀러는 표현의 자유를 성취한 위대한 승리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하여 진보적인 작가 그룹을 이끌어나갔다. 밀러는 이 시기에 『섹서스』, 『플렉서스』, 『넥서스』 등으로 이루어진 3부작 <장밋빛 십자가>를 완성하였다. 밀러는 노년을 작가로서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수채화를 그리며 평화롭게 지냈다.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는 조용히 보낸 말년의 철학이 담긴, 밀러의 전혀 새로운 보석이다.

후앙 미로 그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출신의 화가. 1924년에 브르통, 아라공, 엘뤼아르 등과 알게 되어 초현실주의 그룹에 참여하면서 그의 그림에 환상적인 요소가 짙게 나타난다. 클레와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은 미로의 예술은 구상의 수법에서 떨어져 나와 많은 기호들의 세계 속에서 전개된다. 2차 세계대전이 다가오자 그는 꿈의 세계, 특히 여성, 새, 별이 수놓인 밤의 세계로 도피한다.
미로의 예술 세계는, 빛이 만들어내는 비사실적인 공간 위에 사실적인 요소들을 과감하게 확대시키거나 축소시키는 기법을 사용, 각각의 모티프는 그 자신 고유의 독자성을 확보함으로써 하나의 기호로 변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미로는 이 작품 『사다리 아래에서의 미소』를 읽고 정갈한 밀러의 시어를 따라가며 그만의 꿈같은 색과 선을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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