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방

김미월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5월 19일 | ISBN 978-89-374-2063-4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304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상상을 했다.” ―최진영 소설가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여덟 번째 방에 깃든 겹겹의 시간을 거슬러 마주한
내 청춘의 순간들, 김미월의 첫 장편소설

편집자 리뷰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여덟 번째 방에 깃든 겹겹의 시간을 거슬러 마주한
내 청춘의 순간들, 김미월의 첫 장편소설

 

정직하고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청년 세대의 삶과 현실을 사려 깊게 그려 온 소설가 김미월의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 개정판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10년 출간되어 2011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며 “젊은 세대의 삶과 고뇌를 진중하게 탐구하면서도 절망에 사로잡히지 않는 경쾌한 긍정의 세계관”을 그렸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문제적 징후들을 예리하게 감지해 현실감 있게 그려 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친밀한 인물들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건네 온 김미월 작가의 강점과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소설이다.
『여덟 번째 방』은 꿈을 찾기 위해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 스물다섯 살 복학생 청년 ‘영대’가 첫 자취방에 도착해 이삿짐을 정리하다,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기고 간 여러 권의 노트를 발견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노트는 이제 막 여덟 번째 방을 떠나는 서른 살 청년 ‘지영’이 처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게 되었던 스무 살 시절부터 거쳐 온 방들을 추억하며 쓴 글로 채워져 있다.
평생 꿈 없이 살아왔던 영대의 삶은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을 읽는 순간으로부터 새로운 국면을 마주한다. 지영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회피하지 않으며 진짜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영대와 지영은 오직 읽고 쓰는 행위만으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서로에게 든든한 편이 된다. 작가가 되고 싶은 지영에게 영대는 최초의 독자가, 미래가 막막한 영대에게 지영은 깊은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가 되어 준다.
『여덟 번째 방』은 이들이 지나온 시간과 그 시간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로 마침내 우리 각자의 ‘여덟 번째 방’을 돌아보게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과거의 나를 만나는 것만 같았다.”(최진영 소설가), “내 동류의 이야기”(한영인 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꼭 제 이야기 같아요.”라는 말이 『여덟 번째 방』의 독자가 보낸 많은 편지에 하나같이 적혀 있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여덟 번째 방』에는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로 내 이야기”라고 말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내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갖게 하는 힘. 우리의 평범함을 더 자주 이야기하게,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이 마법 같은 힘은 십수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 앞에 도착한 『여덟 번째 방』이 건네는 따뜻한 응원이다.

 


 

■ 거리 두기와 끌어안기의 이중주
『여덟 번째 방』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뿐 아니라, 구성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내는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소설이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홀수 장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영대의 이야기를 삼인칭 서사로, 짝수 장에서는 영대가 펼친 노트 속 과거를 돌아보는 지영의 이야기를 일인칭 서사로 보여 준다. “겹겹이 겹친 러시아 인형”이라는 허윤진 문학평론가의 표현처럼, 영대의 이야기 속에 지영의 이야기가, 지영의 이야기에 속에 지영의 무수한 과거가 들어 있는 듯한 구조이다. 이처럼 각각 홀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읽고 쓰는 행위로 긴밀히 연결되는 이 소설을 두고 “거리 두기와 끌어안기의 이중주”라고 말한 박준석 문학평론가의 평이 보여 주듯, 작품이 자아내는 묘한 거리감과 낯선 친밀감은 읽는 내내 기묘한 긴장감과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지영의 이야기는 영대의 시선으로, 영대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현재 지영의 시선을 상상하며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여덟 번째 방』을 읽다 보면, 얼핏 방에 틀어박힌 외톨이처럼 보이는 이들이 다만 홀로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여덟 번째 방』을 읽는 우리는 혼자라도 외롭지 않게 된다. 나와 함께, 나와 같은 속도로 이야기를 읽어 주는 사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는 듯이.

 

■ 세대론 밖의 청년
연민이나 냉소 없이, 왜곡이나 과장 없이, 정직하고 올곧게 세계를 바라보는 김미월 작가의 시선은 시대마다 ‘청년’에 덧씌워진 세대론적 정의나 선입견을 걷어 낸 진짜 얼굴을 우리에게 보인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꼬리표를 ‘역사상 최초로’ 단 세대에 속하는 『여덟 번째 방』의 인물들은 기댈 데 없는 현실을 생생하게 느끼고 좌절한 끝에 고립을 선택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그 선택이 마냥 비관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김미월 작가의 시선이 ‘고립’ 너머 매일 성실히 생활을 일구며 삶을 회복하려 하는 이들의 의지와 진심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다가도 이내 힘을 내어 조금 엉뚱하고 사소한 선택으로 조금씩 웃으며 매일의 슬픔을 건너는 인물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김미월 작가를 향한 ‘비관적인 현실에서 빛을 발하는 독특한 낙천성’이라는 오랜 수식은 우리 모두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진실이기도 한 것이다.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크고 작은 고난들을 아주 작고 우연한 웃음에 기대어 건너는 우리의 매일, 진짜 삶 말이다.

 


 

■ 본문에서
모든 면에서 독립이 필요한 시기였다. 영대는 분연히 집을 나왔다. 그답지 않게 충동적인 결정이었으나 그답지 않게, 이전과는 좀 다르게, 그렇게 사는 것이야말로 지금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나의 꿈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고 싶었다. _17쪽

 

괴롭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나는 스스로를 타이른다.
‘어쩔 수 없잖아. 주인공은 원래 갖가지 시련들을 겪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어. 스토리에 따르면 주인공은 그것들을 다 극복하게 되어 있거든.’
이렇게. 말하자면 나는 이 기나긴 소설의 결말을 해피엔드로 가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미지의 존재가 일정 수준의 독해력을 갖고 있다면 이쯤에서 주인공의 성격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고도 남았으리라. _33쪽

 

서울에 올라와서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넓거나 혹은 높거나. 선택이 너무나 단순하고 또 명료하다는 것에 나는 놀랐다. 그것은 내 고향에서는 결코 체득할 수 없었던 잔인한 진실이었다. _37쪽

 

내게 나이라는 건 항상 너무 많거나 너무 적었다.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는 것이 나이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는 것이 나이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나이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삶이 해마다 잊지도 않고 내게 갈아입혀 주는 옷이 매번 팔이 짧거나 목이 좁아 입기 불편했던 것은 옷이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 신체 비례가 불균형하기 때문이었다. _54쪽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청춘의 계단을 밟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조금씩 좁아지고 낮아지고 어두워졌던 방들. 문이 잘 닫히지 않던 방, 저녁마다 서향으로 난 창에 노을이 번지던 방, 장마 때면 침대 다리가 물에 잠기던 방, 정전이 잦던 방, 그가 들어오고 싶어 했던 방, 방, 방들.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나에게 방은 집에 부속된 공간이 아니라 온전한 집 자체였다. _57쪽

 

여덟 번째 방 속에 나의 일곱 번째 방이 있고 그 속에 다시 여섯 번째 방이, 다시 그 속에 다섯 번째 방이, 그렇게 첩첩이 들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방들을 역순으로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스무 살 시절의 나 자신과 조우할 수도 있으리라. 그때가 그리운 것인지 어떤 것인지 지금의 내 심정을 잘은 모르겠으나, 그때의 나를 만나면 할 말이 무척 많을 것 같기는 하다. _264쪽

 


■ 추천의 말
소설을 읽는 내내 과거의 나를 만나는 것만 같았다. 주인공 지영처럼 나 역시 스무 살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했고 ‘집’보다는 ‘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공간을 옮겨 다니며 이삼십 대를 보냈다. 서울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프로페셔널하게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달리 나만 아마추어 같다는 느낌,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담긴 자괴감과 소외감 등에 깊이 공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때 당신도 어딘가에 스며들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었구나, 꿈이 없던 시절이 당신에게도 있었구나, 되뇌다가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상상을 했다. 그때의 내가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면 ‘말없이 먼저 안아 주는’ 사람에게 안긴 것처럼 위로받았을 것이다. 조금은 덜 외로운 상태로 서성였을 것이다. 작은 방에서 나처럼 혼자 울고 있을 김지영을 떠올리며 눈물을 닦았을 것이다. 나의 공간을 아끼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여덟 번째 방을 떠올렸다. 그 방에 머물렀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알려 주었다.
― 최진영(소설가)

 

『여덟 번째 방』의 인물들은 성장통을 지극히 ‘김미월다운’ 방식으로 겪는다. 그들은 자신이 숨어들 참호를 자기 내부에 마련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그래서 그들의 특별함은 여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하다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범하지만 그들을 그려 내는 김미월의 손길은 그 평범함을 재료로 삼아 끝내 인상적인 고유함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김미월이 구가하는 소설적 연금술의 매력이 있다.
― 한영인(문학평론가) │작품 해설에서

목차

여덟 번째 방 7

작품 해설 | 한영인(문학평론가) 279
추천의 글 | 최진영(소설가) 293
개정판 작가의 말 295
초판 작가의 말 298

작가 소개

김미월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 『일주일의 세계』, 산문집 『내가 사랑한 여자』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해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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