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인식하고, 온몸으로 성찰하고, 온몸으로 시험하고, 온몸으로 실천한다.” 시대를 뛰어넘어 창조적인 지성으로 활용될 선비정신의 모든 것! 매화처럼 강인하고 학처럼 고고했던 그들에게 삶의 길을 묻다

선비

사유와 삶의 지평

김기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1월 20일 | ISBN 978-89-374-2672-8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5x215 · 488쪽 | 가격 25,000원

책소개

“온몸으로 인식하고, 온몸으로 성찰하고,
온몸으로 시험하고, 온몸으로 실천한다.”

시대를 뛰어넘어 창조적인 지성으로 활용될 선비정신의 모든 것!
매화처럼 강인하고 학처럼 고고했던 그들에게 삶의 길을 묻다

시대를 초월하여 창조적인 지성으로 활용될 선비정신의 모든 것을 담은 『선비』가 출간되었다. 물아일체의 자연관 속에서 ‘참자아의 완성과 타자의 성취’를 목표로 하며 만민과 만물을 자신의 품 안에 깊이 아우르는 우주적 사랑의 정신을 실천한 선비. 자신을 맑게 비우면서도 타자를 외면하지 않고 껴안아 상생, 상호 발전하는 도덕 사회의 이상 실현을 위해 온몸으로 노력한 선비. 사람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진리를 구하는 이러한 선비정신은 어려운 문자 속에 갇힌 고답적인 원리가 아니라 일상에서 추구하고 행해야 할 사람됨의 길이요 삶의 이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비의 사상적 배경과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모든 덕목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면서 역사 속에 잊혀 가는 오롯한 ‘선비’의 모본을 생생히 재현한다.

편집자 리뷰

■ 선비란 누구인가

이 책이 열어 보여 주는 선비의 세계는 성리학상의 것으로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삶을 모델로 한다. 배경은 사서오경이다. 선비란 누구인가. 오직 진리와 도의에 입각하여 자아를 확립하고 완성하려 했던 사람이 진정 선비다. 이 점에서 그의 학문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온몸으로 실현하려는 인간학이요, 이의 연장선상에서 궁극적으로 사회의 인간화를 추구하는 사회철학이다. 선비정신이 오늘날까지 창조적인 지성으로 활용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선비가 인간과 사회에 보여 준 진지한 사색과 ‘참자아의 완성과 타자의 성취’의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선비정신의 근본이 되는 우주적 자연관과 거기서 배태된 인간학, 사회학 그리고 죽음과 삶에 관한 자세하고 체계적인 고찰을 통해 선비의 본모습을 살려 낸다.

1부 자연-“대인은 천지와 덕을 합일한다”-『중용』

선비는 자연의 섭리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전통적으로 선비는 자연을 개념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인식하기보다 감각적인 직관과 시적 감성으로 직접 대면하고 체감하였다. 자연은 단순한 사물들의 집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만물을 생성하고 주재해 나가는 요람으로서 하나의 거대한 창조적 역량이라고 본 것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요람 속에서 만물과 상호 의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지배하는 이치는 도(道)로서, 만물은 사물의 음양 성질의 부단한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 변화하는데 도는 그러한 상호 작용과 생성 변화를 이끌고 거기에 질서와 조화를 부여하는 우주 자연의 역동적인 섭리로서 이해했다. 여기에 더하여 천지의 조화에 작용하는 자연의 창조적 역량을 인간의 이성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로운 힘으로 보았는데 이러한 자연관은 선비가 세계를 인식하는 데 있어 이성뿐 아니라 창조적 감성까지도 계발하게 하였다. 또한 만물은 제각각 생성의 결을 갖고 있어서 인간이 그에 입각하여 순리적으로 처사하고 삶을 영위해야만 타고난 존재의 이치를 실현하면서 자연의 생성 과정에 참여하고 자연의 조화로운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선비의 생명적 자연관은 현실 세계에서 생명 외경과 존중의 정신을 갖게끔 하였다.이 생명 정신은 인간에게는 도덕생명으로 규정되었고 일상의 윤리 생활에서 모든 규범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근본정신으로 작용하였다.

2부 인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물아일체의 정신
이러한 자연관을 바탕으로 선비가 추구한 인간상은 도덕생명 정신에 바탕을 두고, 측은지심, 충서의 정신, 예 등을 통해 자신, 가정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 만물에 대한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인물이었다. 선비의 학문인 유학은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주제로 깊은 사변과 성찰을 행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던 인간학이요, 삶의 철학이다. 선비는 ‘나’를 우주적 대아(大我)의 이념 속에서 사유하였다. 선비는 “물(物)과 아(我)가 일체”임을 깨달으면서 생명애의 정신으로 만물을 대면한다. 그리하여 자타와 물아의 분별에만 급급해 시시비비하고 대립 상쟁하는 사람들과 달리 사물들의 현상적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근원적으로 서로 교감하고 상통하면서 화해로운 생명의 세계를 열어 나가려 하였다.
이에 따라 선비는 ‘사를 극복하여 천지와도 같이 넓은 도량을 회복’하기 위한 수행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하였다. 그는 천지만물의 이치[理]를 삶의 준거로 여겨 그것의 탐구와 실천을 학문의 한 가지 주제로 삼았다. 이를테면 그는 만물을 공평무사하게 ‘덮어 주고 실어 주며 비춰 주는’ 천지일월의 덕을 밝혀 실천하려 하였다. 그것을 도덕적으로 각색한 것이 바로, 만물을 아우르며 그들의 생성발육을 돕는 사랑, 즉 인(仁)이다. 사랑이야말로 자타분단의 ‘사’ 의식을 일거에 깨트리고 타자를 ‘덮어 주고 실어 주며 비춰 주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순리의 정신이 나온다. 순리란 이기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사(私)’ 의식을 배제하고, 사물들이 각기 고유하게 타고나는 이치만을 고려하고 따르는 태도를 말한다. 선비는 그처럼, 마치 맑은 거울이 대상 사물을 왜곡·굴절 없이 있는 그대로 비추듯이,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처사하려 하였다.

“천지를 위해 뜻을 세우고 만민을 위해 도를 세우며 옛 성인들을 위해 학문을 잇고 자손만대를 위해 태평을 연다”

이처럼 선비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의 이법을 인문정신으로 치환하여 인간의 삶과 문화를 아름답게 꾸미려 하였다. 선비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한다. 자연은 그 자체 지고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인간의 삶 속에서 사람들이 그것을 인문화하여 실현할 때 세계는 최고의 완성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개방적인 생명정신은 달리 말해 도덕생명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생명의 개방이란 타자를 아우르면서 그를 배려하고 또 성취시켜 주고자 하는 노력이므로 거기에는 시비선악의 판단과 도덕실천의 의지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만물을 그의 존재 안에 갖추고 있는’ 인간의 특성이기도 하다. 즉 그는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타자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고 실현하려는 성향을 생래적으로 갖는다. “천하의 일이 모두 내 밖의 일이 아닌 이치상” 세상만사가 내 안에서 도덕적인 요구를 일게 만들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생명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본질인 것이다.

“공경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사랑을 이룰 수 없습니다.” -주회암

선비는 인의예지의 도덕성 가운데에서도 ‘인’을 가장 핵심에 둔다. 퇴계는 말한다. “인(仁)이란 천지가 만물을 생육하는 마음으로써, 사람은 그것을 본성으로 타고났다.” 자연은 보편적인 생명정신으로 만물을 생육한다. 그것이 곧 ‘천지의 인’이다. 또한 선비는 ‘고식적인’ 사랑을 거부하고 ‘덕으로 하는’ 사랑을 강조한다. 참다운 사랑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노력 속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주회암은 말한다. “비록 사랑을 하고자 한다 해도 공경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사랑을 이룰 수 없습니다.” 공자가 사랑의 실천 방법으로 “극기복례(克己復禮)할 것”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비는 이러한 도덕생명 정신에 바탕을 두고, 측은지심, 충서의 정신, 예 등을 통해 자신, 가정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 인을 완성해 나갔다.

3부 사회-“예의와 의로움과 청렴함과 부끄러움[禮義廉恥]은 나라의 기강으로써 이 네 가지가 행해지지 않으면 나라는 멸망하고 맙니다.” -퇴계

선비가 평생토록 추구했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이념에는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깔려 있다. 그는 인간의 사회적 본질을 위의 방법으로 실현하려 하였다. 그가 일차적으로 ‘수신’을 통해 성취하고자 했던 도덕생명도 인간의 사회적 본질에 대한 도덕적 성찰의 산물이었다. 그는 사회와 세계를 향해 열린 인간의 생명정신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면서 사랑과 의로움, 예의, 지혜의 성취를 통해 이상사회를 이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사회는 자아의 불가결한 일부분이며, 평생 풀어야 할 과제였다.
선비는 세계 내 모든 사물과 현상들이 자연의 섭리와 생성 체계 속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에 의하면 천지의 운행에서부터 미물의 생멸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이법에 따라 영고성쇠와 생성쇠멸의 파노라마를 펼쳐 나간다. 인간이 자연 속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라고 해서 예외적인 존재는 아니다. 자연을 벗어나는 ‘역천(逆天)’의 삶은 파멸을 얻을 뿐이다. 사람들의 삶의 총체적 현장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사회는 자연을 준법하는 가운데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선비는 이처럼 한 사물의 존재 안에서 타자와, 더 나아가 만물을 바라보는 존재공동체의 정신을 갖고 있었다. 선비의 존재공동체 정신은 도덕 생명 관념을 자연스럽게 배태하였다. 선비의 공동체정신은 윤리도덕을 인간관계와 사회의 우선가치로 내세운다.

4부 죽음과 삶-“삶도 내가 원하는 바요 의로움 또한 내가 원하는 바지만, 두 가지를 다 취할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로움을 취하겠다.”-『맹자』

선비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그것이 가하는 실존적인 불안과 위협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을까?
선비의 사상에 의하면 사물은 결코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만물은 자타간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상호 의존하고 보충하면서 존재하고 생성해 나간다. 그러므로 한 사물은 필연적으로 그에 앞서 있는 타자를 그것의 역사 속에 갖는다. 여기에서 종시(終始)의 개념이 나온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終]을 존재의 부정으로 여기지 않고, 뒤로 이어지는 후손[始]에게서 새로운 긍정을 전망하는 존재연쇄 관념이 내재되어 있다. 죽음이 나의 삶을 앗아가지만, 그것이 나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 버리지는 못한다. 나는 자신의 쇠멸을 딛고 흥왕하는 자식과 후손에게서 죽음을 넘어 여전히 존재할 자신을 발견한다. “천지에 참여하여 만물의 생성과 발육을 돕는” 우주적 대아의 삶에 존재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나 죽음의 공허가 자리할 곳은 없다. 그는 이미 개체적인 자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천지만물을 아우르며 자신과 한 몸으로 여기는 사랑에서 불멸의 존재 비결을 깨우친다. 도덕적인 삶을 통해 죽음의 위협을 물리치는 선비의 사생관은 ‘목숨보다도 중한 의로움’의 정신에서 극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맹자는 말한다. “삶도 내가 원하는 바요 의로움 또한 내가 원하는 바지만, 두 가지를 다 취할 수 없다면 삶을 버리고 의로움을 취하겠다.” ‘의로움’이야말로 인간의 본질가치로서 사회와 역사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라고 믿었던 선비는 의로운 죽음을 삶의 종말로 여겨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참삶의 결실로서 자긍한 것이다.

오늘날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 시대의 토양 위에 이러한 선비정신을 되새겨 보는 것은 자연, 역사, 사회, 타인을 외면한 채 자기 속에 갇혀 존재의 빈곤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진정 무엇이 삶의 기쁨이고 풍요인지를 자각하게 해 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우주적인 생명을 자기 안에서 자각하여 함양하고,
따뜻한 생명애를 잃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면서
‘참자아의 완성과 타자의 성취’를 과제로 여겨
부단히 노력했던 선비의 위대한 인품과 정신세계를,
한편으로 매화를 ‘형’이라 부르기도 하고 국화 앞에서
꽃과 시를 주고받기도 했던 그의 낭만을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그러한 선비정신을 무시하고
폐기처분해도 좋을 만큼 오늘날 우리는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심미적으로 성숙해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선비의 정신을
이 시대의 토양 위에 재생하려 한다. 독자들이 이를 읽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삶을 반추하며
참자아를 찾아 나선다면 더 이상 다행이 없겠다.

―「책머리에」 중에서

목차

책머리에
선비와 오늘

1부 자연
1장 자연과 문명
2장 만물의 요람
_유기체로서의 자연 / 생성론적 사유
3장 자연의 섭리
_형이상학의 충동 / 우주적 생명정신 / 사물의 본성
4장 자연의 생성태
_원형이정 / 음양오행

2부 인간
1장 우주적 좌표 의식
_인간학적 문제의식 / 우주적 대아의 이념 / 순리의 정신 / 법자연의 문화
2장 인간의 본질
_도덕생명 / 선악의 문제 / 도덕성 관념의 약점
3장 생명애의 이념
_생명적 사랑 / 측은지심 / 물아일체의 지평 / 사랑과 공경 / 충서의 정신 / 사랑과 의로움과 예 와 지혜
4장 의로움의 정신
_인간의 본질가치 / 가치 합리적 정신 / 정명의 정신 / 권도 / 예와의 관계
5장 예의 정신
_예의 인간학 / 꾸밈의 도덕 / 사회 규범 / 철학적 의미 / 종교적 의미 / 미학적 의미 / 예의 문 제점과 폐단 / 예의 현재적 의의
6장 앎의 추구
_궁리의 정신 / 삶의 의미 추구 / 지적 스케이팅의 거부 / 궁리 정신의 한계

3부 사회
1장 사회의 형이상학
2장 개인과 사회
3장 도덕사회의 이상
4장 불평등 속의 조화 이념
5장 사회사상의 약점과 한계
_도덕사회관의 약점 / 분별과 조화의 갈등

4부 죽음과 삶
1장 생사 화해 및 불멸 의식
_삶을 추동하는 죽음 / 생사의 요람으로서의 자연 / 사물관상 생사 화해의 의식 / 죽음과 도덕적 삶 / 오늘날의 혼란
2장 상제례에 내재된 생사 의식
_죽음의 처리 방법 / 인정의 조율 형식 / 생사 혼성의 삶 / 귀신 혼백론 / 오늘날의 상제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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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기현

서울대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Univ. of Florida)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퇴계학과 남명학』(공저), 『조선 유학의 학파들』(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퇴계의 소유와 존재 의식」, 「퇴계의 심미 의식과 초월의 정신」, 「사림파 도학자들의 실천 정신과 그 굴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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