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

허윤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3월 31일 | ISBN 978-89-374-2748-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40쪽 | 가격 22,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책으로 영감을 탐색하는
독서 생활자와의 대화

34명의 아티스트가 말하는
“내가 좋아하는 책”

편집자 리뷰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만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책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책을 통해 말한다. 책을 빌려, 책에 기대, 책이 아니었다면 전달할 수 없는 진심을 표현한다. 책에 대한 대화가 어떤 대화보다 더 진솔할 수 있는 이유다.
허윤선 인터뷰집 『읽는 사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읽는 사람』은 문학잡지 《릿터》 인터뷰 코너에서 배우, 뮤지션, 영화감독, 작가 등 34명의 아티스트와 ‘독서’를 주제로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릿터》 창간부터 다년간 이 인터뷰 코너를 담당해 온 허윤선 작가는 패션 매거진 《얼루어 코리아》 피처 디렉터이자 인터뷰어로 10여 년간 국내외 아티스트 커버와 화보 촬영, 인터뷰를 진행하고 문화예술 기사를 기획해 왔다. 이 책에 수록된 인터뷰들은 업계에서 소문난 다독가이기도 한 허윤선 작가가 ‘에디터와 아티스트’로 만났던 이들 중 책 좋아하기로 소문난 이들과 만나 ‘독서가와 독서가’로 나눈 이야기의 결실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보여 준 이들의 더없이 일상적이고 솔직한 표정과 말 들은 책을 매개로 하지 않았다면 쉽게 꺼내 보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이다. 허윤선 작가가 포착한 진심의 순간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전달되어, 우리 마음에도 독서에 대한 새로운 애정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읽는 사람』에서의 대화는 마치 독서처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인터뷰이의 마음을 따라 다채로운 결로 펼쳐진다. 인터뷰이가 좋아하는 책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드러나는 자유로운 태도와 표정,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한 책에 대한 아름다운 말들은 허윤선 작가의 기민하고 섬세한 감각이 닿아 만들어 낸 마법 같은 순간들이다.

인터뷰 코너는 일상에서 독서의 풍경을 나누고자 하는 《릿터》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코너이다. 문학잡지 인터뷰 코너에서 타 장르 아티스트의 개성 있고 아름다운 화보와 진솔한 대화를 소개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이례적이지만, ‘독서’로 인터뷰이 각각의 일과 삶을 조명해 나눈 대화의 내용은 더욱 이채롭다. 책 속 세계에 뛰어들어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듯 상상하는 배우, 책에서 새로운 콘셉트를 그려 내는 뮤지션, 책과 스파링하듯 싸우고 위안받으며 나아가는 영화감독과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독서 생활’에서는 이들의 책을 향한 사랑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열정적인 태도와 진솔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 책을 두고 나눈 『읽는 사람』에서의 대화는 금세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농담부터 인생을 바꾼 철학까지 나눈다. 책을 따라 현실이 아닌 시공간을 상상해 보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누군가의 마음을 고민한다. 『읽는 사람』에서의 대화가 편안하고 일상적이지만 하나하나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오직 책으로만 가능한 이 대화에 우리는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읽는 사람』이 만난 책과 작가
『읽는 사람』을 통해 언급된 책은 총 385권, 작가는 296명이다. 한 명의 인터뷰이가 소개한 책은 평균 13권, 가히 ‘책과 책을 넘나들며 나눈 대화’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어 준 첫 책부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책,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 등 책에 대한 다양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읽는 사람』의 대화는 시, 소설, 에세이, 희곡 등 국내외 문학뿐 아니라 인문학, 역사, 경제, 자기계발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넘나든다. 또한 『읽는 사람』의 인터뷰를 진행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한국 사회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달라지는 아티스트의 성찰과 고민, 그로부터 선택받은 책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8년 요조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책의 지분이 제일 커졌”다며 『나쁜 페미니스트』, 『우리에게 언어가 필요하다』를 추천하고, 2019년 봉태규는 1980년대 교양서인 『가정대백과사전』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읽은 경험을 소개하며 ‘시대가 변했고, 이제 남성도 함께 변해야 한다.’고 말하며, 2022년 김신록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의 패러다임이 넘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알 수 없는 “그다음 세계”에 대한 고민을 『숲은 생각한다』를 통해 들려준다.

 

■ 『읽는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
서로 다른 장르에서 각자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담은 『읽는 사람』에서 ‘책’은 그 무엇보다 가장 넓고 깊은 영감의 원천이다. 하지만 “그저 외로워서 읽어요.”라는 김새벽의 말, “기분 좋게 잘 수 있어서”라는 장기하의 말처럼 『읽는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바로 그 이유와 다르지 않다. 홀로 만끽할 수 있는 고요함과 위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즐거움, 세계를 향한 즐거운 호기심, 삶의 지평을 넓힐 새로운 관점이 그것이다. 『읽는 사람』에는 이들이 걸어온 삶의 길목마다 친구처럼, 라이벌처럼, 때로는 선생님처럼 곁에 머문 책들이 담겨 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곁에 놓인 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로 이끌어 준 내 곁의 책들을 차례차례 돌아보고, 앞으로 만나게 될 미지의 책들을 새록새록 궁금해하며 그려 보게 될 것이다.

 

■ 『읽는 사람』이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방식
『읽는 사람』의 인터뷰를 하나하나 읽어 보면, 사람과 책이 가진 고유한 매력과 깊이가 단번에 느껴진다. 매드클라운은 “솔직하고 필터가 없”는 찰스 부코스키의 시와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소음들만 모아 놓은 음악”인 힙합을 나란히 두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인 “아름다운 소음”을 말하고, 박은빈은 루시언 프로이트의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다.”라는 말을 통해 아역부터 평생 이어 온 자신의 연기 인생을 “한 권의 박은빈”으로 소개한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인생 책이라고 꼽으며 “아티스트는 미적 감각에 대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현실에 대한 불안과 꿈을 안고 쓴 글은 친절할 수 없기에 “불친절한 책”이 좋다는 영화감독 김초희의 말이 보여 주듯 『읽는 사람』에는 삶과 예술에 대한 이들의 철학이 가장 자연스럽고 본연에 가까운 말투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 본문에서
사람들의 관계나 삶에 대한 태도를 타인에게서 배워요. 오늘 나는 실수도 많이 하고 맘에 안 드는 것도 많은데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책을 쓴 사람들이 먼저 경험하고 쓴 것이니까, 제 연기나 삶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워서 읽어요. 예전에는 책 뒤에 꽂혀져 있는 도서관 대출증을 좋아했어요. 모르는 사람이지만 소통하는 것 같고, 그럴 땐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아요. _ 배우 김새벽 (17쪽)

아티스트는 미적인 것, 이상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죽음, 어두움, 추함을 이해해야 해요. 그런 부분에서 예술은 엔터테인먼트와는 달라요. 아티스트는 미적 감각에 대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어두움과 밝음을 모두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죠. 바로 그런 경험을 문학이 제공해요. 문학이 저의 세계를 더 넓게 만들어 주었어요. _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7쪽)

30대 초반에 이혼을 하고, 30대 중반을 넘으면서 배우로 사는 삶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했던 거죠. (……) 저는 그런 단순함이 있어요. 누군가의 한마디나 책의 한 문장이 저를 크게 변화시켜요. 어떤 책에서는 주인공이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나는 저 별빛을 따라 그곳에 갈 거야.”라고 해요. 그걸 읽고 저는 미국에 공부하러 갔어요. 책의 글귀가 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이정표가 되어 준 거죠. _ 배우 배종옥(102쪽)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혼자 있지 말아라, 생각 많이 하지 말아라, 요즘 시대에 안 맞는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한때는 그게 스트레스였어요. (……)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는 책은 그런 제게 위안이 되더군요. 내가 문제가 있나 싶어서 자괴감에 싸여 있던 때에 그 책을 읽게 됐어요. 밀란 쿤데라의 『느림』도 좋았어요. 정말 말 그대로 ‘느림’. 빠른 현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느리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 같았어요. 제가 엄청 느리거든요. _ 뮤지션(GOT7 멤버), 배우 박진영(129쪽)

기본적으로 문학작품의 모든 캐릭터들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매력 있는 캐릭터는 끝에서 처음을 돌아봤을 때 변화와 성장을 겪은 인물인데, 문학작품의 캐릭터는 성장을 하잖아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_ 배우 최희서(165쪽)

저만의 좋은 에세이상은 있어요. 가사 쓸 때도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인데. 솔직한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것과 주접 떨지 말아야 한다는 것.(웃음) 오버하면 안 된다, 거창한 얘기하면 안 된다…… 안 된다는 게 많긴 하네. 그리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은 되도록 피하자. 그런데 100퍼센트 달성됐는지는 모르겠어요. _ 뮤지션, 배우, 작가 장기하 (272쪽)

외우고 있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루시언 프로이트가 했던 말. ‘모든 작품은 자서전이다.’ (……) 이걸 저한테 대입을 해 보니까, 저도 작품을 할 때 그때 당시의 생각, 감정, 가치관을 담아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저도 작품을 통해 그 시기의 저를 반추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2019년의 저는 「스토브리그」의 이세영이었고 2020년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로 남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저의 20대를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작품이 모두 모이면 한 권의 박은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_ 배우 박은빈(283쪽)

그래서 페르난두 페소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그걸(꿈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그의 작품을 절박하고 힘들 때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좋아했을까 싶어요. (……)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불안에 대해 고민했을까요. 욕망이 있으니까 불안해요. 불안은 욕망의 그림자 같은 거예요. 그런 책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돼요. _ 영화감독 김초희(350쪽)

제가 만나는 사람만으로는 제가 체험하는 세상이 너무 적어요. 책은 내가 친하고 싶은 사람이랑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을 키울 수 있어요. 관계 맺음인 것 같아요. 책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첫 시동을 걸어 준다고 할까요. _ 배우 이청아(410쪽)

목차

■ 차례
프롤로그 5

배우 김새벽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10
배우 박정민 | 글로 쓴 말 말로 쓴 글 18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 소리의 세계에서 들려온 이야기 28
배우 문가영 | 나를 비추는 초상화 40
뮤지션 매드클라운 |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50
영화감독 김양희 | 제주의 사랑 62
코미디언 유병재 | 유병재식으로 농담하기 76
배우 배종옥 | 연기는 나의 힘 90
뮤지션, 작가 요조 | 매일 읽는 삶 104
뮤지션(GOT7 멤버), 배우 박진영 | 미완의 독서 116
뮤지션, 배우, 번역가, 작가 혜림 | 모두가 다른 말들 130
배우 김태우 | 질문하는 책 140
배우 최희서 | 움직이는 삶에서 154
배우 이영진 | 마음의 처방전 168
작가 김하나 | 독서의 스펙트럼 180
배우, 작가 봉태규 | 행간의 진폭 192
뮤지션, 배우 민서 | 하얗게 우울한 나의 책 206
배우 이윤지 | 자기만의 책장 216
배우 강한나 | 무대의 독서법 226
뮤지션(AOA 멤버), 배우 찬미 | 예기치 않은 사건들 238
배우 이설 | 정말로 좋아하는 책 248
뮤지션, 배우, 작가 장기하 |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262
배우 박은빈 | 어디까지나 성실한 독서 생활 276
MBC 아나운서 임현주 |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286
배우 강말금 | 어제의 읽기, 내일의 일상 300
배우 박지영 | 인생의 또 다른 포만감 314
배우 임화영 | 사소하고 완벽한 행복 326
영화감독 김초희 | 고독한 친구 336
배우 서지혜 | 시적인 마음 352
뮤지션, 배우, 작가 전효성 | 보다 그리고 읽다 364
배우 김신록 | 책이 궤도를 흔든다 376
배우, 영화감독 조은지 | 영화는 이야기다 388
배우 이청아 | 시절인연 402
배우 홍경 | 예고편 없는 세계 418

읽는 사람의 책 432

작가 소개

허윤선

패션 매거진 《얼루어 코리아》의 피처 디렉터, 인터뷰어. 동시대 국내외 아티스트의 커버와 화보, 인터뷰를 비롯한 문화예술 기사를 진행해 온 에디터다. 마감과 출장 틈새에서 책을 읽고 책을 쓴다. 소설을 읽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사각사각」의 공동 진행자. 지은 책으로는 『그림과 문장들』, 『훠궈 : 내가 사랑하는 빨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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