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여명을 밝힌 작가들의 문학적 업적과 생애를
객관적으로 조명, 정리하여 우리 문학의 진로를 모색한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서울특별시와 함께 ‘전환기, 근대 문학의 모험’을 대주제로 한 ‘2009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의 심포지엄 결과물이 민음사에서 한 권의 논문집으로 출간되었다.
1909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들 가운데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던 김환태, 이원조, 신석초, 모윤숙, 박태원, 김내성, 현덕, 안회남 등 8인은 생애의 대부분을 식민지인으로 굴종한 불우하다면 불우한 세대였다. 이들이 활동한 1930년대를 한편에서는 ‘순수 문학의 황금시대’로 찬미했고, 다른 편에서는 ‘탈이념의 수렁에 빠진 전형기(轉形期)’로 애도했다. 특히 천황제 파시즘의 진군 속에서 카프가 해산되고 모더니즘이 전경으로 나서면서 이 두 계열의 날카로운 대결 구도 속에 상호 진화를 거듭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문학제의 주제를 ‘전환기, 근대 문학의 모험’으로 정하였다. 근대화와 일제 치하의 격변기를 살며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우리 문학을 개척한 이들의 문학 활동은 한국 문학사가 올곧게 자리 잡기 위해 지금 문학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어 준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우리의 근대 문학을 점검하고 평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문학제는 ‘근대 문학 100년’이라는 우리 문학사의 연조에 의해 가능하였다. 이 작가들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치며 우리 근대 문학의 여명기를 개척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비록 각기 이념이 달랐고, 지향하는 문학 세계가 달랐으며, 따라서 걸어간 길이 달랐지만 모두가 황무지를 개간해 씨를 뿌리고, 가시덤불을 헤치며 길을 연 한국 근·현대 문학의 선구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문학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처음 던진 젊은 문학인들이었다. 그들로 하여금 쟁론으로 진입하게 하였던 이런 문학적 사명에 관한 문제의식은 사회적 삶이 어려운 시기이면 언제나 다시 반복된다는 점에서 현재성을 띠고 있다.
—문학제 취지문 중에서
이 책은 당시의 시대 상황과 문학적 업적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총론에 이어, 각론으로 개별 작가에 대한 발제문과 토론문을 함께 실어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는 한국 근현대 문학의 뿌리를 조명하고 미래의 나아갈 길을 가늠해 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민족문학사연구소의 정확한 서지화 작업을 통해 작성되어 각 각론 뒤에 붙여진 작가의 생애 연보, 작품 연보, 연구 서지는 앞으로 우리 문학의 올바른 연구를 위한 모범적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는 한국문학사를 연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 학생들에게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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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1909년에 태어난 작가들 중 문학적 비중이 큰 김환태, 이원조, 신석초, 모윤숙, 박태원, 김내성, 현덕, 안회남 등 8인의 작품과 생애를 연구, 평가하였다. 최원식 교수의 총론에 이어서 개별 작가론으로 하정일(원광대) 교수가 김환태·이원조론을, 이경수(중앙대) 교수가 신석초·모윤숙론을, 강상희(경기대), 천정환(성균관대) 교수가 박태원론을, 조성면(인하대) 교수가 김내성론을, 강진호(성신여대) 교수가 현덕·안회남론을 각각 고찰한다. 이들은 발제문을 통해 지금까지 제시되지 않았던 개성적인 시각을 선보인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들의 작품과 활동 분석을 통해 그들이 남긴 문학사적 의의가 비단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또한 근대 문학으로의 전환기에 선 우리 문학이 궁극적으로 정치적 실천에 의해 위기를 극복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작가들과, 문학과 정치를 등식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학과 정치를 절연하는 것으로 본 몇몇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비교해 본다면 이 시대를 함께하는 한국 문학 소임이 어떠한가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총론 / 전간기(戰間期) 문학의 기이한 진화(최원식, 인하대 교수)
올해 100주년이 되는 대상 작가 중 김환태, 박태원, 이원조의 작품과 문학 행로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카프(KARF)의 해산 및 뒤이어 수면으로 떠오른 모더니즘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면서, 혁명적 낭만주의의 패배 이후 카프계 문인들 또한 리얼리즘의 새 길을 찾는 진지한 실험에 투신함으로써 1920년대보다는 한결 뛰어난 작품을 생산해 냈다고 평가한다. 또한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날카로운 긴장 형태로 이루어진 대화 속에 상호 발전을 이어 갔다고 지적한다. 작가 및 작품에 맞춤한 진솔하고도 적절한 논평을 통해 우리 소설의 발전을 함께 모색한 김환태, 새로운 이야기 틀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소설의 진화에 큰 획을 그은 박태원, 문학을 정치와 이원화하고 한 개의 모럴을 추구하는 포즈론을 제시한 이원조, 이 밖에도 한반도의 남북 분열 등 우리 문학을 속박한 시간의 가혹한 압박 속에서도 1930년대 문학의 업적을 이룩한 작가들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1주제 / 김환태·이원조론 : 순수 문학 논쟁을 다시 읽는다(하정일, 원광대 교수)
김환태와 이원조가 글을 통해 만나는 것은 이른바 ‘순수 문학’ 논쟁에서였다. 식민지 시대의 마지막 논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순수 문학 논쟁에는 세 가지의 숨은 쟁점이 담겨 있는데, 첫 번째는 한국 근대 문학의 두 계보, 즉 계몽론 대 자율성론의 마지막 대결이고 두 번째는 파시즘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 세 번째는 이식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이다. 그런 점에서 이 논쟁에는 한국 근대 문학의 역사 전체가 응축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론문―차혜영(한양대 교수)
● 2주제 / 신석초·모윤숙론 : 영원의 형상과 생명의 추구(이경수, 중앙대 교수)
고전과 민족, 불교와 기독교는 신석초와 모윤숙의 시적 행보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표상 체계이다. 이들의 초기 시를 눈여겨보면, 고전과 민족이라는 표상의 유사성과 차이점, 불교와 기독교라는 사상적 배경의 차이, 여성 형상의 차이가 이들의 시를 한자리에 놓고 논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 또한 이들의 이후 행보까지 고려하면, ‘서사 지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렌의 애가」와 「바라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토론문―김춘식(동국대 교수)
● 3주제 / 박태원론 1 : 거울에 대한 명상(강상희, 경기대 교수)
작품을 통해 나타난 박태원의 이미지가 종종 둘로 표상되는 것은 그 폭과 거리 때문일 것이다. 박태원의 첫 번째 이미지가 미학적 거울을 들여다보고,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 유랑하고, 자기 스스로 거울이 되었던 모더니스트 시기의 모습과 관련된다면 두 번째 이미지는 역사와 이념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 있는 모습과 관련된다. 박태원이 가진 이 두 개의 이미지를 면밀히 분석해 보고 그 연관성과 차이를 고찰한다.
▷토론문―김한식(상명대 교수)
● 3주제 / 박태원론 2 : 1941년의 박태원과 ‘자화상 3부작’―식민지 자본주의와 문학 기계에 관한 일고(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박태원은 유례없이 새롭고 실험적인 서사 기법으로 ‘언어-예술’을 수행한 모더니스트로 출발하여, 식민지 말기에는 통속 소설 및 ‘친일 소설’ 창작과 중국 고대 소설 번역, 해방 이후에는 월북하여 (역)전향을 하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 창작을 했다. 이러한 두 단계 변모에 대해 박태원이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중단하는 것처럼 간주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온몸으로 글쓰기에 임한 그에게 ‘통속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작은 문제에 해당할 것이다.
▷토론문―소영현(연세대 HK 교수)
● 4주제 / 김내성론 :「타원형의 거울」에서 『실낙원의 별』까지(조성면, 인하대 강의교수)
김내성의 문학 정체성은 장르 문학 곧 대중문학에 있다. 그가 한국문학사에서 미지의 영역이었던 탐정 소설 등 장르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였고, 이 과정에서 탁월한 대중성을 성취했다는 사실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토론문―박진영(연세대 강사)
● 5주제 / 현덕·안회남론 : 일상의 서사화, 혹은 수필과 동화의 형식(강진호, 성신여대 교수)
어촌과 도시 빈민들의 참상에 관심을 보인 현덕, 일상에서 목격되는 평범한 인물과 사건을 다룬 안회남은 매우 상이한 경향의 작품을 창작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 신변의 일상사를 주목했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프로 작가들에 대해서 세대 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들의 창작 방법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다. 사회와 집단 대신에 개인과 그 주변 일상을 문제 삼으면서 기존의 서사를 수필 식으로 혹은 동화 식으로 변형하였다.
▷토론문―유임하(한국체대 교수)
■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
김환태(1909∼1944) 전북 무주 출생. 일본 규슈제국대학 영문학과 졸업. 구인회 동인. 《문장(文章)》지를 통하여 순수 문학을 표방한 문학 평론을 씀. 비평문 「예술의 순수성」, 「비평 문학의 확립을 위하야」, 「문예비평가의 태도에 대하야」 등.
이원조(1909∼1955) 경북 안동 출생. 일본 도쿄 호세이대학 불문과 졸업. 8․15광복 이후 월북. 평론 「조선 문학 비평에 관한 보고」, 「민족 문화 건설과 유산 계승에 관하여」, 「민족문학론」 등.
신석초(1909∼1975) 충남 서천 출생. 경성 제일고보 중퇴.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일보》 논설위원 역임. 시집 『석초 시집』, 『바라춤』, 『폭풍의 노래』 등.
모윤숙(1909∼1990) 함남 원산 출생. 이화여전 영문과 졸업. 《문예》지 창간. 여류문인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역임. 시집 『빛나는 지역』, 『렌의 애가』, 『풍토』 등.
박태원(1909∼1986) 서울 출생. 일본 도쿄 호세이대학 예과 중퇴. 구인회 일원으로서 예술파적 소설을 지향. 독특한 문체를 시도하였으며 주로 소시민의 생활을 소재로 한 심리 소설과 세태 소설을 씀.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
김내성(1909∼1957) 평남 대동 출생.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 독법학과 졸업. 「마인(魔人)」을 발표한 이후 탐정 소설가, 대중 소설가로서 기반을 굳힘. 소설 『청춘극장』, 『인생 화보』, 『쌍무지개 뜨는 언덕』 등.
현덕(1909∼?) 서울 출생. 경성 제일고보 중퇴. 조선문학가동맹 아동문학부 위원, 《문학》 편집 담당. 9·28 서울 수복 때 월북. 동화 「달에서 떨어진 토끼」, 「고무신」 등, 동화집 『포도와 구슬』, 『토끼 삼형제』, 『남생이』 등.
안회남(1909∼?) 서울 출생. 휘문고보 중퇴. 조선문학가동맹 소설부 위원장. 1948년 월북. 《민주조선》 문화부장. 작품집 『안회남 단편집』, 『대지는 부른다』, 『불』 등.
총론 / 전간기(戰間期) 문학의 기이한 진화 / 최원식
제1주제 / 김환태·이원조론
순수 문학 논쟁을 다시 읽는다 / 하정일
―토론문 / 차혜영
―김환태 연보 및 연구 서지
―이원조 연보 및 연구 서지
제2주제 / 신석초·모윤숙론
영원의 형상과 생명의 추구 / 이경수
―토론문 / 김춘식
―신석초 연보 및 연구 서지
―모윤숙 연보 및 연구 서지
제3주제 / 박태원론
거울에 대한 명상 / 강상희
―토론문 / 김한식
1941년의 박태원과 ‘자화상 3부작’ : 식민지 자본주의와 문학 기계에 관한 일고 / 천정환
―토론문 / 소영현
―박태원 연보 및 연구 서지
제4주제 / 김내성론
「타원형의 거울」에서 『실낙원의 별』까지 / 조성면
―토론문 / 박진영
―김내성 연보 및 연구 서지
제5주제 / 현덕·안회남론
일상의 서사화, 혹은 수필과 동화의 형식 / 강진호
―토론문 / 유임하
―현덕 연보 및 연구 서지
―안회남 연보 및 연구 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