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죽음의 메아리로 만들어졌다
지울 수 없는 핏자국처럼 당신의 가슴에 선연히 남을 거대한 울림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코맥 매카시의 초기 대표작 ‘국경 3부작’이 민음사에서 완간되었다. 2008년에 『모두 다 예쁜 말들』(1992)을 출간한 데 이어 2009년 여름 『국경을 넘어』(1994)와 『평원의 도시들』(1998)을 함께 출간하였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미국에서 출간 후 첫 여섯 달 동안 2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미 도서상과 전미 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국경을 넘어』와 『평원의 도시들』 역시 초판 20만 부를 한 달 만에 소진하며 그 인기를 이어 갔다. 폭발적인 반응 속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최초의 계기가 되었던 전설적인 작품들이다.서부 장르 소설을 고급 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평론가와 대중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국경 3부작’은 카우보이 소년들이 겪는 피비린내 나는 모험과 잔혹한 생존 게임 그리고 그들의 쓰디쓴 성장을 담고 있다. 각 작품은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모든 이야기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첫 번째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의 주인공들이 세 번째 작품에서 만난다는 독특한 연결 고리를 가진다.(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국경을 넘어』, 『모두 다 예쁜 말들』, 『평원의 도시들』이다.) 인간의 잔혹함과 세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매카시 특유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이 작품들은 시적이고도 매혹적인 문체로 삶과 죽음, 신과 운명에 대한 문제를 묵직하게 던지며 우리의 영혼을 울린다. 카우보이로 대표되는 한 고독한 인간이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세상을 만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깨달아 가는 여정이 때로는 말을 사랑하는 카우보이 소년의 쓸쓸한 낭만으로(『모두 다 예쁜 말들』), 때로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세상을 향한 비탄으로(『국경을 넘어』),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신화적 숭고함으로(『국경을 넘어』) 아름답게 그려진다.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평원의 도시들』은 간결하지만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드라마가 특징적인 소설이다. 전작에 등장했던 두 주인공이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는 것이 인상적인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당시 독자들은 두 인물의 만남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한편, 3부작이 완결되었다는 사실에 커다란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전히 꿈꾸는 청년으로 성장한 존(『모두 다 예쁜 말들』의 주인공)과 과거의 상처로 냉소적이고 차가운 남자가 된 빌리(『국경을 넘어』의 주인공),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지닌 어린 창녀 막달레나와 그녀를 손에 쥔 악독한 포주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간결하고 뚜렷한 대립 구도 속에서 갈등을 극대화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조금씩 예정된 비극을 향해 달려간다. 한 잔의 커피에서부터 연인의 키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세밀하게 포착해 내는 이 소설은 서정적인 묘사 속에 지독한 슬픔을 녹여 내며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마지막 결말로 강렬한 감동을 전한다.
■ 꿈꾸는 자가 피 흘리는, 잔혹한 세계의 예정된 비극
이미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열아홉 살 존과 동생을 잃은 후 다시는 멕시코 땅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스물여덟 살 빌리는 한 목장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를 깊게 이해하는 형제 같은 관계다. 존과 빌리는 미국 엘패소 근방의 한 목장에서 말과 함께 생활하며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존은 상처 입은 영혼을 지닌 어린 창녀 막달레나를 본 후 사랑에 빠지고, 그 순간 잔혹한 운명이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존의 욕망은 그 자신을 비극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매카시의 세계에서 꿈을 꾸는 자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 잔혹한 세상이 꿈의 대가를 요구한다. 존은 막달레나를 매음굴에서 빼내어 그녀와 결혼할 계획을 세우고, 그가 원하는 것이 커질수록 그들이 겪어야 할 고난 역시 커진다. 결국 존이 도달하는 곳은 처절하게 피 흘리며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운명이다. 반면 과거의 상처 때문에 어떤 것에도 마음을 주지 않는 빌리는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비켜 나간다. 그것이 빌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며 마지막에 남는 자 역시 빌리다. 하지만 빌리는 아무 꿈도 욕망도 품지 못했기에 오히려 삶의 길을 잃는다. 그는 존의 마지막을 목격한 후 목장을 떠나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모든 세상 만물의 죽음의 메아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매카시는, 꿈을 향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던진 존과 홀로 살아남은 빌리의 운명이 완성되어 가는 모든 순간을 정밀하게 포착해 내며 정교하게 구성된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던 비극적인 결말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지만 ‘3부작’에 걸맞은 이 강렬한 종결은 존과 빌리에 대한 애정과 함께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 영화화를 준비 중인, 할리우드에서 주목하는 작품
매카시의 소설은 동명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가 크게 성공한 이후 할리우드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 『평원의 도시들』 역시 그중 하나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을 연출하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앤드류 도미닉 감독이 2012년 개봉을 예정으로 한창 준비 중이다. 이 작품의 강렬한 드라마가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국경 3부작’ 중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여 주는 『평원의 도시들』을 웨스턴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의 연출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 『평원의 도시들』에 쏟아진 미국 언론의 찬사
지독한 슬픔과 처연한 아름다움과 함께 힘이 넘치는 이 소설은 문장을 천천히 읽으며 음미해야 한다. 미국 문학의 걸작에 걸맞은 종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타임 아웃》
매카시의 소설은 때로는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하고, 때로는 수줍음을 드러내면서도 시적이다. 그는 영혼을 뒤흔드는 힘과 서정적 강렬함으로 작품을 빚어냈다. 국경 3부작은 단연코 최고 걸작 중 하나이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매카시의 카우보이 영웅들은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처럼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빌리와 존 그래디의 모험담이 『평원의 도시들』에서 끝을 맞았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이 날카롭게 저며 온다. 이별의 순간을 뒤덮는 상실감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대가만이 가능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모두 다 예쁜 말들』의 서정적이면서도 남성적인 낭만과 『국경을 넘어』의 환상적이고도 처절한 아름다움과 비교하자면 『평원의 도시들』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하지만 그 단순함은 고도로 세련된 드라마적 단순함이다. 매카시의 문장은 너무도 아름다워 소리 내어 읽어야 마땅하다. —《선데이 타임스》
코맥 매카시는 다른 동시대 미국 작가들이 감히 견줄 수 없는 대작가이다. 서부극의 세트처럼 완벽하게 그려진 이 소설은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동시에 더할 수 없이 잔혹하다. —《익스프레스》
매카시는 서정적 묘사와 자유로운 문장의 대가이다. —《타임》
아름답고도 끔찍한 자연 풍경과 임박한 파멸. 매카시는 드넓은 평원에서 기적을 만드는 한편, 한 잔의 커피에서부터 연인의 키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스코츠맨》
매카시는 이야기 속에서 진실한 울림을 자아내어 모든 문장이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를 뿜어내도록 한다. 이것이야말로 매카시의 재능이다. —《스코틀랜드 온 선데이》
마음 깊이 울리며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는 이 소설은 걸작으로 남을 것이다. 『평원의 도시들』을 읽고서 소름 끼치는 힘을 느낀다면 『모두 다 예쁜 말들』과 『국경을 넘어』까지도 스스로 찾아 읽게 될 것이다. 코맥 매카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는 작가이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이보다 더 뛰어난 동시대의 미국 작가를 찾기란 어렵다. —《인디펜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