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자서전

저메이카 킨케이드 | 옮김 김희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11월 18일 | ISBN 978-89-374-2728-2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48쪽 | 가격 15,000원

분야 외국 문학

책소개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
저메이카 킨케이드가 직조해 낸 상실과 혐오의 역사

잔혹한 식민주의와 난폭한 가부장제의 착취 아래
산산이 부서져 내린 모든 여성들의 자서전

편집자 리뷰

내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순간 죽었고, 그래서 평생 동안 나와 영원 사이에 서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등 뒤는 언제나 황량한 검은 바람이었다. 인생의 첫 무렵에는 그러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된 때는 인생의 중반, 내가 더는 젊지 않으며 넘치게 갖고 있던 어떤 것들은 줄어들고 거의 갖고 있지 않던 것들이 늘어났음을 깨달았을 때였다. 그리고 상실과 획득에 대한 이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나는 스스로의 앞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본문에서

“때로는 차마 읽기 힘들 만큼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묘사, 단순하고 힘 있으면서도 단어 하나하나에 깊이를 실어 낸 문장으로 완성된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씨줄과 날줄로 서인도 제도의 현실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역사의 무게를,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뇌하는 한 여성의 절망과 분투를 엮어 냈다.” -「옮긴이의 말」에서

꾸준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진 리스의 문학적 성취에 비견되며, 오늘날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 담론과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이자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 『내 어머니의 자서전』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저메이카 킨케이드가 태어나고 자란 서인도 제도의 앤티가섬은 플랜테이션 경영을 위해 강제로 이주당한 아프리카 흑인들과 유럽 열강의 식민화 과정에서 무참히 절명당한 카리브인들의 고통이 한데 뒤섞인 상흔 가득한 장소다. 지난 수백여 년 동안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진 식민 지배는 본래의 카리브 문화를 말살했을 뿐 아니라, 지배자 영국의 언어와 백인에 대한 자발적 복종, 착취당한 사람들(노예로 붙잡혀 온 흑인들과 카리브 원주민들)끼리 혐오하고 불신하도록 부추겼다. 오래도록 내면화된 식민주의는 서인도 제도의 수많은 국가들이 독립, 해방을 이룬 뒤에도 여전히 남아 핍박받은 자들의 후손들까지 무기력하고 황폐한 삶으로 내몰며 끊임없이 서구에 의존하고 굴종할 수밖에 없게끔 여태껏 망령처럼 카리브해를 떠돌고 있다. 아직 여염이 가시지 않은 식민 통치의 도가니 속, 이를테면 (자의든 타의든) 서인도 제도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혈통을 이어받고 증오해야 마땅한 지배자의 언어(영어)를 사용하며 식민 통치가 끝난 뒤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잔인성과 야만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기이하고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성장한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태연하게 일렁이는 카리브해의 이면에 입을 굳게 다문 추악한 역사, 고통의 굴레가 있음을 직감한다. 이러한 저자의 고뇌에 호응하듯 작품 활동 초기에 발표한 『애니 존』과 『루시』가 불가항력적으로 식민주의 사슬에 속박된 여성 주인공의 분노와 반항, 성장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민 지배가 지워 버린 카리브인의 뿌리,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공모, 독립만으로 청산할 수 없는 탈식민주의와 탈제국주의 시대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그 시작부터 제목을 배반한다. 첫 문장에 드러나 있듯이 “내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순간에 죽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은 어머니의 자서전일 수 없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수엘라 클로데트 리처드슨은 15세기 이래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의 각축 속에 철저히 유린된 서인도 제도의 도미니카 연방에서 스코틀랜드와 아프리카 혈통을 물려받은 아버지 앨프레드 리처드슨과, 부모에게 버림받은 카리브인 어머니 수엘라 클로데트 데바리외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들의 복잡한 이름, 즉 그동안 도미니카 연방을 짓밟고 지나간 서구 열강들의 언어로 구성된 이름만 보더라도 그들의 비통한 역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수엘라는 어머니를 잃은 뒤, 스코틀랜드인의 ‘붉은 머리카락’과 잉글랜드의 위대한 왕 ‘앨프레드’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또 개인의 영달을 위해 백인의 수족이 되어 동족을 무자비하게 억압하는 아버지 손에 예고 없이 버려진다. 그렇게 세탁물과 함께 세탁소에 떠맡겨진 수엘라는 가난과 무지에 신음하는 세탁부 여성에게 학대당하고, 이후 인맥을 위해 재혼한 아버지의 새 아내에게 생명까지 위협받으며 가까스로 성장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시련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으니, 이제 사춘기를 지나 여성이 된 수엘라는 마치 아버지의 한낱 재산처럼 동업자 남성에게 내동댕이쳐지고 머지않아 끔찍한 임신 중단을 겪어 내며 식민 지배와 가부장제의 참혹한 연대,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공범자 관계를 유색인이자 여성으로서 실감한다. 마침내 수엘라는 눈앞에 펼쳐진 아버지의 혐오스러운 일생(식민주의에 동조하고 더욱 가혹하게 실현한 인물)과 꿈속에서 단지 발목밖에 드러내지 않는 어머니의 은밀한 생(식민주의에 의해 완벽히 뿌리 뽑힌 존재)을 기록하고 복원하기로 결심하고, “내 인생에 대한 이 이야기는 내 인생의 이야기인 만큼 내 어머니 인생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내가 가지지 않은 아이들 인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공표한다.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담론을 심화한 작품일 뿐 아니라, 그간 제1세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페미니즘의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전 세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적 기제와 식민 패권적 기획을 전복하려는 의지와 저항 정신을 담아낸 우리 시대의 선언문이다. 그러므로 수엘라와 같이 식민 지배(혹은 탈식민주의 시대)를 경험하고, 오래도록 가부장제의 억압을 받아 왔으며 비백인-유색인으로서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는 우리에게도 분명 큰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리라.

『내 어머니의 자서전』에 쏟아진 찬사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 내가 늘 읽고 싶어 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수전 손택
“격렬하고 주술적이고 서정적이고 강력하고 충격적인 작품.” -미치코 가쿠타니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풍요로운 시적 산문을 통해 한 여성의 삶을 비범한 단계로 이끈다. 위대한 생존을 증언하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면서도 매혹한다.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감히 선망하게 할 만큼 명료하고 정밀한 문장, 운문을 방불케 하는 서정적인 문체로 이 작품을 완성해 냈다.” -《보스턴 글로브》
“『내 어머니의 자서전』은 우아하고 섬세하지만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놀랍도록 빼어난 허무주의적 우화다.” -《뉴욕 타임스》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이야기. 마치 맹렬한 불길로 빚어진 듯한 마법 같은 소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최면을 거는 듯하고, 가슴 아프게 하고, 무섭도록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경이로운 작품.” -《퍼블리셔스 위클리》

목차

내 어머니의 자서전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저메이카 킨케이드

1949년 5월 25일, 서인도 제도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에서 도미니카 출신의 어머니 애니 리처드슨과 친아버지로 알려진 로더릭 포터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이고, 카리브 원주민 외할머니 곁에서 어린 시절 내내 큰 영향을 받는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읽을 만큼 열렬한 독서광이었지만 학교생활에는 그다지 적응하지 못한다. 1965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1966년 뉴욕으로 건너가 스카스데일에서 입주 보모로 일하기 시작한다. 곧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자발적 유배 상태에 들어가며, 이십 년 뒤 앤티가섬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절연한 채 지낸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동안 야간 학교를 통해 학업을 이어 가며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한다. 이후 사진을 공부하고 비서, 모델, 클럽의 보조 가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수차례 잡지사의 문을 두드리지만 좀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마침내 십 대 소녀들을 위한 잡지 ≪앤저뉴≫에서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라는 제목으로, 저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인터뷰하며 이름을 널리 알린다. 이 무렵부터 보다 자유롭게 글을 쓰기 위해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1976년 ≪뉴요커≫에 구 년 동안 「마을 이야기」라는 칼럼을 기고하고, 이후 1996년까지 이십 년간 ≪뉴요커≫의 전속 작가로서 활약하며 여러 단편들을 발표한다. 1979년 ≪뉴요커≫의 편집장 윌리엄 숀의 아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앨런 숀과 결혼하고 아들 해럴드와 딸 애니를 얻지만, 2002년 이혼한다. 이때 버몬트에 거주하며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교수로 자리 잡고, 2004년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다.
오늘날 카리브 문학을 대표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 인종과 계급, 젠더와 섹슈얼리티, 피식민자 경험과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집요하게 천착하며 고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1983년 단편 소설과 수필을 엮은 첫 책 『강바닥에서(At the Bottom of the River)』를 출간하고, 1985년 자전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첫 장편 소설 『애니 존(Annie John)』을 발표한다. 1988년 앤티가섬의 수탈과 타락의 역사를 신랄하게 고발한 에세이 『어느 작은 섬(A Small Place)』을 펴내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1990년 『루시(Lucy)』, 1996년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이자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 『내 어머니의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My Mother)』, 1997년 페미나상 외국어 소설 부문 수상작 『내 남동생(My Brother)』을 출간한다. 2002년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삶을 그려 낸 『포터 씨(Mr. Potter)』, 2013년 작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짙게 반영한 『그때 지금을 보다(See Now Then)』를 발표한 뒤 다방면에서 작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21년 영국 왕립문학학회의 국제 작가로 선정되고, 2017년 인류 역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댄데이비드상, 2022년 파리 리뷰 하다다상을 수상했다.

김희진 옮김

성균관대학교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같은 대학원에서 번역 이론을 공부하며 출판·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찬란한 종착역』,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 『나의 미녀 인생』, 『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 『여장 남자와 살인자』,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대면』, 『시간의 밤』, 『우연히, 웨스 앤더슨』, 『7월 14일』, 『쿠사마 야요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