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 마르크스

한국 현대비평의 성좌들

황호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3월 3일 | ISBN 978-89-374-1215-8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92쪽 | 가격 25,000원

책소개

기계 미디어에 의해 교환되고 확장되는 신체를 가진 인간 ‘프랑켄 마르크스’ 국가와 민족, 국민의 개념을 뛰어넘는 진화된 지식인으로서 해방을 꿈꾼다
전자 매체, 영상 매체가 끊임없이 문자 매체를 위협하고, ‘문학의 종말론’이 여기저기서 ‘우우’대고 있는 이 시대에 한국문학은 이대로 끝나고 말 것인가. 이 책은 문학평론가이자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인 황호덕이 한국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 온 것들에 대해 역사, 정치,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사유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문학은 생명정치와 기계 미디어에 의해 교환되고 확장되는 신체의 운명과 같은 것이 아닌지 묻는다. 네트에 접속된 오늘날의 비유기적 인간은 이 확장된 기관을 다른 감각, 다르게 느끼는 해방의 감각으로 정향화해야 한다. 그래야 변전하는 미디어와 삶 속에서도 내재적 초월의 가능성을 여전히 밀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운명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학은 여전히 끝날 수 없는 가능성으로서 존재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이 헐벗은 삶, 프랑켄슈타인으로서의 헐벗은 몸을 맹목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다름 아닌 언어이기 때문이다.국민국가 혹은 민족국가(nation-state)는 역사적으로 구성된 민족/국민(nation)과 정치체로서의 국가(state)가 봉합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민족주의 비판, 국민국가 비판은 배타적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비해, 국가(state)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런데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민족(문학)이라기보다는 철저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과신되고 있는 ‘국가’라는 바탕이다. 한국문학비평의 성좌들 안에서, 또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문학 안에서 일국적 삶의 문제와 국경을 넘어서는 문학의 가능성과 위험을 점검한다.

편집자 리뷰

 ‘문학의 종언’ 따위를 논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문학이 가진 최고의 잠재성이 여기 이렇게 있으니
\”나는 문학의 종언을 싸늘하게, 때로는 외적인 상황이나 새로운 ‘미디어’와 관련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종종 어떤 위화감을 느껴 왔다. 그 종결의 선언은 ‘인간’ 자체의 죽음을 선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죽음을 선언해 버린 사람들에게 어쩌면 문학이란 생성과 사멸을 거듭해 온 역사적 미디어 주 하나일지 모르지만, 문학의 ‘이름’은 결코 하나의 고유 명사나 역사의 상형 문자로 환원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이자 인간이고, 헐벗은 삶으로부터 건져 올려 온 구제의 가능성이다. 인간의 말로 말하기 위해 우리는 여전히 문학이라는 ‘이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문학이라는 ‘이름’―서문을 대신하여」 중에서
언어가 존재하는 한, 문학은 ‘언어’와 ‘인간’을 탈환하는 방법이자 움직임으로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이 끝나면 ‘인간’도 끝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문학의, 한국문학의 위기 따위를 논하는 일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어와 한국문학이라는 말의 역사와 현재 안에 여전히 이 말을 통해 구원해야 할 삶과 사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자의 선언은 ‘문학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고백’이 결코 아니다. 문학이 처한 어려움을 굽어 살피고, 그것이 여전히 지닌 가치를 고려해 문학의 생존을 도모하자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의 윤곽 주의를 회전하는 여타의 기호들을 문학이라는 ‘이름’에 비추어 판단해 봄으로써” “문학의 ‘이름’으로 문학을 넘어서는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언어의 힘을 시험”하고자 했다. 잃기 전에,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의 요목을 계속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시험하며, 지금 존재하는 최고의 잠재성으로 미래를 예감하고자 여러 시도를 해 보이는 저자는, 소모적일 뿐인 ‘문학의 죽음/종언’ 논쟁을 이미 훌쩍 벗어나 저만치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그것은 문학의 생존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이후의 동물 같은 삶, 좀비의 걸음과 같은 삶을 살게 될 우리, 프랑켄 마르크스들의 삶을 고민하는 것이다. 황호덕의 비평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근력과 용기를 다해 비평의 본분, ‘인간’의 증거를 확인하는 과업으로서의 메타적 사유를 우리에게 보여 주는 보기 드문 시도이다.
내용 소개
1 문학사 병원, 비평 클리닉1950년대의 이어령은 자기 세대를 화전민이라 명명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러한 생각이 한국 근대 지성들의 일반적 사유라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시조로 삼는 방식의 화전민적 사유, 수입상의 사유가 아니라, 한국사상의 역사 속에서 축적한 사유가 요긴한 지금이다.1부에서 먼저 저자는 문학비평에 대한 비평을 싣고 있다. 김우창이 역설한, 체념을 통한 해방―그 내재적 초월성을 통해 저자는 “저 만인의 전장(戰場) 안에서도 삶과 예술, 문학은 여전히 가능적이다”라고 말하며, 단절된 한국문학사를 반복해서 불러오는 괴로운 포르트다 게임, 문학비평을 했던 김현을 통해 문학을 “문화”로 감싸 안는다. 최원식의 ‘문학의 귀환’이 놓친 ‘작품’들에 대해서는 “논증 없는 청산은 청산이 아니라 살해의 기획이다”라며 한국문학을 옹호하고, 김철, 공임순의 비평서를 비평한 글, ‘아카이브 밖으로’에서는 역사,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학을 입체적으로 연구했다. 또한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보이는 심미적 문체는 “당대 정치경제학이라는 억압에 대한 한 세대의 부활”이라고 언명함으로써 문학, 문학의 본질에 우리의 사유를 환기시킨다.
2 무상의 시간과 구제의 시간―문학과 역사역사를 무상한 것으로 보고, 지금 이 순간만을 역사의 실경 혹은 실감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갖는 효과는 어떤 것일까. 저자는 2부에서 역사를 탈환하는 일이야말로, 현재적 삶을 구원하는 길이라 말한다. 2부에서 저자는 역사와 정치,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문학사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국가, 민족, 국민 같은 개념을 뛰어넘어 “타자로서 망명”한 인간에 대한 단상들, 역사에 희생하는 숭고로서의 예술의 의미, 문학은 역사를 어떻게 알레고리화 하는가, 이문열, 박민규, 성석제 등의 작가들은 숭고한 희극, 숭고한 농담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문학의 방향으로 연동해 나가는가 등을 다룬다.
3 늑대처럼 우는 개―포스트모던 동물원대중문화 코드 ‘엽기’는 어디서 기원해 어디에 이르러 있는 것일까. 메이지 말기의 작가 사토 하루오가 curious hunting의 뜻을 ‘엽기탐’이라고 번역한 일에 연유한 엽기가 포스트모던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새로운 키워드로 등장하게 된 사정은 어떤 것일까. 3부에서 저자는 한국의 시인들이 처한 포스트모던 상황을 도시 안으로 추방되어 늑대처럼 우는 개로 표현한다. 1990년의 (추방 가능한) 욕망하는 개인은 장정일, 기형도, 유하 등의 시 속에서 제국이라는 레비아탄에 맞선다. 또한 알레고리의 달인 박민규, ‘숭고한 희극’을 쓰던 성석제의 수다가 사라진 『참말로 좋은 날』의 비극, 그리고 지금 한국문학에 범람하고 있는 엽기 문화의 저속한 유물론에 대해 서술한다.
4 프랑켄 마르크스―사이보그 2000의 문화 생활핸드폰과 노트북/컴퓨터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들 자체가 인간의 확정된 신체가 되고 있다. 근래에 화두가 되고 있는 사이버 문학에 대해 4부에서 저자는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확장된 신체는 악의 두뇌를 내장한 조잡한 누더기, 즉 프랑켄슈타인의 그것이 아니라 프랑켄 마르크스라 불리게 될 감각부터가 이론인 그런 몸이다.”라면서 이 몸을 가지고 “다르게 느끼라, 다르게 향유하”라고 한다. 청년 마르크스는 자연을 인간의 신체로 느낌으로써 도달되는 곳이 생활이라고 말한다. “자연은 인간의 비유기적 몸”이라는 마르크스의 언명, 바로 이 육체성, 감각성, 자연성으로부터 해방에 도달하는 마르크스의 감성 해방의 유물론은 우리에게 여섯 번째 감관, 즉 기계의 신체성에 대한 유력한 자문을 주는데, 즉 우리는 우리의 확장된 기관을 다르게 느끼는 해방의 기관으로 정향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근거해 저자는 사이버 문학이 문자 문학을 죽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은 이 확장된 신체를 통해 접속되는 사이버 문학마저 문학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문학 권력이 아닌 문학제도론으로서의 문학 비평 수여 제도에 대해 덧붙인다.

목차

1 문학사 병원, 비평 클리닉 체념과 해방―김우창의 근대문학론과 내재적 초월론에 대한 스케치문학사 병원 혹은 비평 클리닉―즐거운 비평 이전의 김현 문학사들에 대해차이와 반복―회통, 민족적 기억과 코스모폴리탄적 문체아카이브 밖으로―문학ㆍ국가ㆍ비밀, ‘국민문학’ 비판론들에 부쳐1960년대식 자기 세계와 그 문체―김승옥의 「무진기행」과 4ㆍ19세대의 문학 의식
2 무상의 시간과 구제의 시간―문학과 역사 넘은 것이 아니다―국경과 문학에 대한 단상들벌거벗은 삶과 숭고―벤야민의 밤과 별, 그리고 예술의 의미역사와 알레고리―폐허의 박정희, 포개어 놓기라는 방법무상의 시간과 구제의 시간―끝나지 않는 신체제, 종언 이후 일본의 역사상답변에 대한 질문: 웃음이란 무엇인가―이문열과 성석제, 숭고한 희극과 배중률적 농담3 늑대처럼 우는 개―포스트모던 동물원 늑대처럼 우는 개―시와 그래피티, 포스트모던 상황과 한국의 시인들날아라 알레고리―박민규 소설로 해 본 의식 확장 실험의 한 사례 보고절단(을 절단)하는 이 사람―말이 말이 아니고, 법이 법이 아니며, 인간이 인간이 아닌 『참말로 좋은 날』의 성석제주살(誅殺)된 달마-엽기 문화의 한 읽기4 프랑켄 마르크스―사이보그 2000의 문화 생활 프랑켄 마르크스―사이보그 2000, 비유기적 신체의 현재1995년의 기계 생물학 초고―마르크스, 프로이트, 다윈,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미래(학), 너무 멀리서 온 판단력―‘사이버 문학’의 가상성과 진정성문학 제도의 기원에 대한 몇 가지 단상―수여(授與) 제도와 에콜 결사

작가 소개

황호덕

1973년생 문학평론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문학사상》에 문학 평론을, 2001년 《KINO》에 영화 평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고석규비평문학상, 한국비교문학상을 수상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Irvine) 동아시아어문학과에서 수학하고, 일본 조사이국제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문학의 정치성을 재탈환하기 위한 지적 기획 ‘What’s up 총서’를 기획 편집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근대 네이션과 그 표상들―타자, 번역, 에크리튀르, 국문담론』, 『사유의 공간』(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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