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코끼리의 힘

조명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2월 15일 | ISBN 978-89-374-0762-8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08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조명은 동시대의 다른 시인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정서와 가락을 지니고 있다.- 시인 신경림
드러나지 않는 첨예함으로 언어를 밀도 높게 조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시인 고형렬
한국 서정시의 미래, 조명의 첫 시집! 놀랍고도 매혹적인 여왕코끼리의 힘에 압도당하다.
2003년 조명의 등단에, 시인 신경림은 그 시적 재능을 극찬하며 “아름다운 서정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최승호는 “새로운 문체”에, 김백겸은 “열정과 상상력의 깊이”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차창룡은 “언어를 운용하는 솜씨가 일품”이라며 감탄했다. 한국 시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조명의 첫 시집이 민음사에서 나왔다. 첫 시집에서 이렇게 굉장한 저력을 보여 주기란 쉽지 않다.  첫 쪽에서 마지막 쪽까지 맥을 놓지 않는 시의 밀도는 읽는 이의 심장을 코끼리처럼 압박한다. 단순히 강렬하다는 것이 아니다. 듣는 순간에는 흐르듯 하면서도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날카로움이 있다. 시어 하나하나가 치밀하고 견고하며 무엇보다 진실하다. 마치 스스로의 어금니를 뽑아 세공하듯 온 힘을 다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조명은 서정시의 부활과 진화를 이끌 첨병이며, 한국 시의 미래가 『여왕코끼리의 힘』에 있다.

편집자 리뷰

■ 견고한 일상의 우주적 초월

이 시집의 일상적인 시어들은 구체적이고 솔직해서, 할머니가 굵은 대바늘로 짜 주신 스웨터처럼(「모계의 꿈」) 까끌까끌하다. 아주 생생한 촉감이 있다. 어릴 적 기억 속 무쇠 염색 가마의 뜨거운 김이 후끈하고(「프리즘」), 바로 옆 자리에서 끊임없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춘기 아들의 갈깃머리도(「그 여름 범고래」) 손에 닿을 듯하다.
그런데 촉감은, 표면에만 머물지 않고 한없이 깊어진다. 봄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젖을 때부터 상상은 시작되”는데 “손바닥이 간질거리”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한 생의 비를 하룻밤에 맞”아 “깊이 잠들었던 영혼의 난소를 깨”어나게 한다.(「예감」) 또는 식탁에서 작은 호두를 쥐고 있다가 “호두 한 알은 애초에 천왕성만 했”는데 “자전하고 공전하면서” “점점 작아지고 단단해지고 딱딱해”져(「호두 생각」) 지금만 한 것일지도 모른다며 시인의 상상력은 태양계 끝까지 한달음에 다녀온다. 심심하면 “빙산을 문진으로 써”서 그림을 그리며 밤을 지새는(「수묵화」) 시인에게 초월은 일상이다.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가벼운 보폭으로 차원을 뛰어넘는다. 단어의 뜻 하나 때문에 난생처음 강변을 뒹굴며 싸운 어린 충청도 소녀가(「싸움닭과 쑥맥」) 설원에서 순금이 묻힌 맥을 찾는 언어의 연금술사로 자라(「눈보라 속에서」) 노을 속에서 세상의 모든 고통을 굽어본다.
아주 견고한 일상이 경계를 허물어 우주처럼 넓어지고 깊어지는 순간에, 우리는 놀라움과 매혹을 느낀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우선 시원스럽다. 자잘한 것들에 구애받지 않는 데서 오는 힘 같은 것이 느껴진다. 조명 시의 시원스럽고 힘 있음은 시가 주는 즐거움의 새로운 측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왕코끼리의 막강한 힘이 평화와 행복을 위한 것이듯, 조명의 활기도 긍정적이고 개방적이다. 굴절되어 있지 않은 페미니즘,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와 존중이 바로 그 활기의 원천이다. 조명은 동시대의 다른 시인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정서와 가락을 지닌 시인이며, 그로 인해 우리 시단은 한결 풍성해질 것이다.
— 신경림(시인)

■ 추천의 말

조명의 첫 시집 속에는 돌기 같은 조사며 깊은 의식의 미음(微陰)들이 설렁인다. 덧없음과 싸우는 이 여성 언어들은, 몸을 뒤집으며 바다 위를 나는 풀잎의 혼 같다. 눈 밝은 새처럼 가끔 잦아드는 바람 갈피에 숨을 돌린다.
낙조가 깊은 겨울의 골 아래로 쓸려 가는 암갈색 뻘에서, 조명은 색다른 시품(詩品)의 절규를 다듬어 왔다. 이 시집은 입술에 닿는 피리와 같아 열린 지공(指孔)으로 선율을 흡입게 한다. 그 선율의 끝 망각의 시간에 닿았음을 깨달을 때쯤, 행간에 남은 엷은 이미지들은 청홍(靑紅)의 미소로 남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 첨예함으로 언어를 밀도 높게 조율하는 모습을 반조(返照)하면서, 꼭지눈에 내리는 춘설 속 시의 온디콩을 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
텅 빈 방에 쓸쓸한 햇살 비춰 들고, 프리즘 속 세월이여, 후회 없이 가라.
— 고형렬(시인)
박력이 있고 당당하며, 바다의 사자후처럼 힘이 넘치는 새로운 모성성과 여성성을 발견했다. 나는 한국 시의 미래를 조명이 한 부분 짊어질 수 있다고 본다.
— 이승하(시인)
문명이 거세된 신화의 세계 속에 통찰과 비전을 담은 조명의 시는 기호의 유희를 초월했다. 시의 힘은 열정과 상상력의 깊이에 있다고 믿는 나는 이런 시를 대할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느낀다.
— 김백겸(시인)

언어를 운용하는 솜씨가 일품일 뿐만 아니라 위트와 해학의 힘으로 시를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게 했다.
— 차창룡(시인․문학평론가)
조명의 시들은 시적 언어란 교과서적으로 알려진 이상에 의해 매개된다기보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낮은 곳, 바로 일상에 바짝 밀착해야만 언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 서동욱(시인․문학평론가)

목차

自序
문양석(文樣石)모계의 꿈 난산사비나 프로그램그대, 나의 연인, 샤키아무니에게뻘에 낳다호두 생각동굴 환상여왕코끼리의 힘나무의 가족사산맥라일락 그늘에서투신, 그 후를 꿈꾸며프리즘기린서울 일출그 여름 범고래 야광충 눈보라 속에서연금로(鍊金爐)파도의 진화론남회귀선을 넘어군산항에서얼굴들이 바다를 건너올 때암벽등반M에게 보내는 편지마차부자리의 별바람의 페이지 마이너스섬, 혹은 어느 별에서산굼부리의 종마사랑, 태고로 가는 꿈수묵화섬에서 섬에게구름집그러나예감장미 사원강화 장화리에서뭉게구름과 소프트 아이스크림한 그루 벚나무 파린지하철의 요플레 향기소동파의 돌몽골타일랜드 양(孃)내부순환로초록뱀거지 꽃 문신 이야기싸움닭과 쑥맥어떤 봄날매직 하트엄지미산 카마수트라가을의 안쪽 묵화(墨畵)썰물에게
 
작품 해설 / 신경림페미니즘과 힘과 평화

작가 소개

조명

대전에서 태어났다. 2003년 계간 《시평》으로 등단해싿. 시집으로 『여왕코끼리의 힘』,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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