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나 사랑은 끊임없는 모색과 모험과 체험의 과정 속에 있는 그 ‘무엇’이다. 이 소설에서의 반복과 복합의 반성적 언어 형식 또한 그 특성상 삶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모험과 모색을 계속해 나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지연은 자신에게로 돌아와 스스로 묻는다. “인간의 사랑은 왜 늘 자기에게로 돌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연인의 얼굴에서도 자기의 얼굴만을 모아야 하는가.” -이청준, 해설 중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 등 영문학 비평에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를 갖고 있는 작가 권택영이 새삼스레 직접 작품을 쓰게 된 것은 결코 우연만이 아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소설가 지망생이었으며, 문학상 응모에 작품을 투고하기도 하는 등 그 동안 끊임없이 창작의 길을 엿보아 왔다. 그러나 비평가들이 쓰는 소설이 흔히 그런 것과는 달리 그의 소설은 놀랄 만큼 풍요로운 육체와 흥미진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청준은 작가의 문장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 특성을 \”『사랑의 의지』의 문장은 그 제목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적당히 ‘젖어 있다.’\”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삶의 숨결이 역연한 섬세하고 예민한 표현들 때문에도 그렇고, 작가의 의식 깊이 살아 있는 고향과 어머니, 골목길과 장독대 같은 말들이 자주 환기시켜 주는 그리움의 정서 때문에 그러한데 그리움은 자아와 존재의 근원에 대한 꿈과 눈짓이 깃든 정서\”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딘지 저자를 닮아 보이는 젊은 영문학도이자 주인공인 지연이 미국의 한 공항에서 내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 유학 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연애 사건들이 서서히 풀려 나오고, 그 사이사이로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방황이 조심스럽게 싸여 있다. 주인공 지연은 미국 유학 중 세 남자의 사랑의 세례를 겪는다. 첫 번째 남자는 어떤 거창한 명분이나 이념보다 평평한 일상의 삶을 소중해하는 이지적 인간형 최준오. 두 번째는 지연을 아버지처럼 감싸고 보살펴 주면서도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올 줄을 모르는(영혼만 있고 육체가 없는) 학과 지도 교수 찰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뜨거운 열정과 힘, 악마적 욕망을 모두 함께한 토목 기사 백현우다.
지연의 사랑 체험 과정은 최준오로부터 시작하여 종당에 가서 다시 최준오로 귀착하는 순서다. 소설은 서술시점에 변화를 주며 주인공 삼자의 복합적 시선망 안에 종합적인 실체를 드러낸다. 『사랑의 의지』의 이런 반복적인 시선과 그에 근거한 중층 구조는 소설 언어의 반성적 특성에 매우 충실한 어법으로, 그 형식 자체로서 하나의 사물을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 독특한 소설적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그 형식은 무엇보다 이 소설의 의미론적 의의에 깊이 관계한다. 『사랑의 의지』에 의하면, 우리의 삶이나 사랑은 끊임없는 모색과 모험과 체험의 과정 속에 있는 그 ‘무엇’이다. 이 소설에서의 반복과 복합의 반성적 언어 형식 또한 그 특성상 삶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모험과 모색을 계속해 나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지연은 자신에게로 돌아와 스스로 묻는다. ‘인간의 사랑은 왜 늘 자기에게로 돌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연인의 얼굴에서도 자기의 얼굴만을 보아야 하는가.’
-나의 초상 1 눈 덮인 집들 2 네 나라 고통을 이해하듯이 3 마음은 늘 다른 곳에
-당신의 초상 1 초대받은 손님 2 초대받지 않은 손님 3 우연한 방문객
-깊은 숲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