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국 여신에 대한 최초의 전문적인 연구서로서 중국 신화에 묻혀 있던 여신들을 소개하고 여신이 문학적 원형으로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주목한다. 중국 신화 속의 여신은 때로는 미분화된 존재로, 때로는 남성의 배우자로서, 때로는 아름다운 여성으로서 남신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이미지를 지녀 왔다. 이러한 여신의 이미지는 단순히 문학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치, 종교, 심리적 배경 안에서 복잡하게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은 여신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오랜 시간 동안 역사적으로 구성되어 온 여성의 정체성을 비판적으로 재고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여성과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성적인 합리주의가 요구되는 과학의 시대에도 신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화두이다. 우리의 삶이 고도의 과학을 추구할수록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생명과 죽음 그리고 창조와 같은 원초적인 물음을 모색하는 신화에 더욱 목말라하고 있다. 큰 서점에는 대부분 신화 섹션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만큼 오늘날 신화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마음과 지적인 욕구 그리고 읽는 재미까지를 충족시켜주면서 소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여신들』은 이러한 신화의 시대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다양한 신화 읽기를 통해서 우리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중심의 신화 연구를 지양하고 중국의 신화를 새롭게 읽을 것을 제안한다. 수천 년 전 신화 속 중국이란 사실 국가적인 개념보다는 동아시아의 문화와 상상력을 대변하는 의미가 컸다. 즉 지리적인 개념의 중국의 신화라기보다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동양의 상상력의 원천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신화는 우리의 상상력의 뿌리와도 그 맥이 닿아 있다. 예컨대 중국 신화 속의 서왕모(西王母), 여와(女媧) 등의 여신들은 고대 중국인들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문학적 소재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친근한 만큼 중국 신화에는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이 책은 중국 신화 연구가 이런 의미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중국 신화 속의 여신들이다. 중국 신화는 본래 구전되다가 문자로 정착되었고 그 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내용뿐 아니라 신들의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많고 독특한 것은 바로 여신들이다. 이 책은 중국 신화의 원전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통해서 여신의 이미지의 변화에 내재된 이데올로기를 분석하였다. 신화 속 여신의 이미지는 고대 사회의 여성의 실제 삶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여신에 대한 연구는 바로 신화의 연장선에 있는 오늘날의 여성들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중국 여신에 대한 연구는 비단 중국 신화 연구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여성의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는 데 필요한 초석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이와 같은 원전 해석을 통한 중국 여신에 대한 전문적인 탐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 신화와 여성에 대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금까지 출판된 중국여신에 관한 저작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국의 여신들』은 전문적인 신화 연구를 통해서 중국, 여성 그리고 신화에 대한 우리의 깊은 이해를 끌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중국 신화에 대한 철저한 원전 독해뿐 아니라 종교학, 고고학, 여성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그리고 문학 등 다양한 방면의 자료들을 통해서 여신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연구를 진행하였다. 예컨대 서왕모라는 여신을 보자. 이 책에서는 우선 중국 신화의 원전에 나타난 서왕모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찾아보고 종교, 철학적인 시대적 배경을 살펴본 뒤에 나아가 여성학적인 각도에서 분석해 나갔다. 『중국의 여신들』은 신화에 대한 학제적 연구를 통해서 중국 여신이 가진 풍부한 역사적 함의를 흥미롭게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과 제7장은 각각 연구의 범위와 방법, 기존의 여신 연구들을 개괄하고 책 전반의 내용을 종합한 서론과 결론의 성격을 갖는다. 제2장에서는 은(殷)나라의 갑골문(甲骨文)에서부터 오늘날 중국에서 발굴된 여신사당과 여신상 등의 고고학적 유물들에 이르는 중국 여신의 역사적인 부분들을 다루었다. 제3장에서는 중국 여신들의 다양한 신격을 분류하고 분석하였다. 우리에게 생소한 중국 여신들도 서구의 여신들과 마찬가지로 시조모신, 창세신, 지모신, 해와 달 등의 자연신, 혼인의 신, 음악의 신 등의 다양한 신격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4장에서는 중국 신화에 나타난 여신들의 이미지를 읽어내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여신은 미분화된 카오스에서부터 남신의 보조자 그리고 배우자, 신성한 여신과 욕망의 여성, 자연과 공존하는 여신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미지들을 신화 속에서 구현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중국 여신의 고유한 특징과 여성 신화의 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제6장은 여신을 문학의 영역까지 확대하여 중국의 소설과 시 속에서 여신이 어떤 형상으로 나타나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신화에 대한 오해를 지적한다. 우선 신화는 다만 상상력의 소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신화는 환상적이고 무궁무진한 상상의 이야기가 전부일지 모르지만 사실 신화는 원시 인류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나온 신성한 이야기이다. 신화는 원시 인류의 삶의 반영이자 또 다른 역사다. 또 하나, 원시 인류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여신을 노래하고 숭배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주의 탄생과 기원은 늘 여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곤 한다. 남신이 있기 전부터 여신은 모든 인류와 신들 그리고 만물의 어머니였다.
이 책은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신화와 여성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에 주목한다. 과학적 사고와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신화적 상상력과 여성적 감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절실해진다. 『중국의 여신들』은 신비한 중국의 여신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펼쳐 보임으로써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는 영감과 힘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송정화(宋貞和)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목천자전(穆天子傳)』시석(試析) 및 역주(譯註)」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 신화에 나타난 여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중국학연구소 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U.C. Berkeley 중국학 연구소(The Center for Chinese Studies) 방문학자,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전임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중국 복단(復旦)대학교의 중국고대문학연구중심(中國古代文學硏究中心)에서 연구 중이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여성의 기원: ‘열녀전(列女傳)’에 대한 여성학적 탐구』(공저),『동양의 고전을 읽는다』(공저), 『목천자전(穆天自傳)․신이경(神異經)』(공역), 『중국, 여성 그리고 역사』(공역) 등이 있다.

서문 제1장 들어가는 말 제1절 연구 범위와 연구 방법 제2절 기존의 연구들 제2장 역사 속에 나타난 중국의 여신들 제1절 중국의 모계 사회 제2절 모계 사회에 대한 문헌 자료 제3절 은나라의 모계적 유풍 제4절 고고학적 유물들: 여신 사당과 여신상 제3장 중국 여신의 다양한 신격 제1절 대모신 제2절 자연신 제3절 문화 영웅 제4장 중국 여신의 이미지 읽기 제1절 미분화된 카오스 제2절 남신의 보조자 그리고 배우자 제3절 신성한 여신에서 욕망의 여성으로 제4절 자연과 공존하는 여신 제5장 중국 여신의 특징과 여성 신화의 기능 제1절 중국 여신의 특징 제2절 중국 여성 신화의 기능 제6장 중국 문학 속에 나타난 여신들 제1절 중국 소설과 여신들 제2절 중국 시와 여신들 제7장 나오는 말 부록: 소수민족 여신 개관 참고문헌 Abstract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