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리드

이홍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9월 21일 | ISBN 978-89-374-7996-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5 · 560쪽 | 가격 15,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제 첫사랑이 북한 남학생이었거든요.”

  제3국에서 만난 남북 소년 소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20년 만의 재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걸프렌즈』의 이홍 신작 장편소설
분단의 현실을 넘어선 첫사랑의 추억과 분단의 비극 앞에 멈춘 미완의 로맨스

공고한 분단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 그 가능성 제로의 세계에서 속수무책으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연인. 넘을 수 없는 국경의 강 앞에 선 듯 자기 안의 벼랑에서 분투하는 인물. 시공간을 넘나들며 미궁의 소용돌이를 뚫고 가는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전개. 이 가능성 제로의 세계를 향한 우리들의 오래된 상상과 기원을 작가 이홍이 드디어 소설로 펼쳐 놓았다. 정교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강렬하다. -정유정(소설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 속에서 아련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설을 읽으면, 가장 깊이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린 사람들, 쓰라린 후회를 가슴에 남긴 채 떠나온 인연들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버무려진, ‘노스탤지어’라는 이름의 음악이 들려오는 듯하다. 강유나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흑단 오보에의 ‘리드’는 바로 그 멈출 수 없는 그리움의 시간, 노스탤지어의 시간을 환기시키는 마법같은 기억의 장치다.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일지라도, 불가능한 사랑을 향한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만 들려오는 감미로운 노스탤지어의 음악. 그것이 바로 이홍 작가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이야기의 마법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그리움을 짓누르지 않는 법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정여울(작가)

고전적인 우아함을 풍기는 소설이다. 인물들이 서 있는 공간 속 장면장면이 섬세하고 선명하다.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해 날선 상처에 지지 않고 나아가는 인권운동가 강유나. 품격을 갖춘 평양 오렌지이지만 탈북자 브로커로 위장하게 된 박재희. DMZ를 넘어선 그들의 애틋한 사랑은 북한과 남한이라는 높고 견고한 장벽 앞에 마주선다. 각자의 다른 경험과 상처들로 인해 서로에 대한 절박함을 저버린 채 결국 각자의 벽 뒤로 숨어들어 헤어진다. 첫사랑의 맛은, 이토록 절절하고 숭고하고 아프다. 그들의 봄을 기다리며… -송진선(드라마 기획피디)

편집자 리뷰

이홍 신작 장편소설 『100개의 리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07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자 강혜정, 한채영 주연의 영화 「걸프렌즈」(2009)의 원작자이기도 한 작가 이홍은 소설 『걸프렌즈』에서 한 남자를 공유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연애를 하면서도 남자에게만 얽매이지 않는 여성상을 그려 대중의 기호를 앞서 읽는 작가로 기대를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성탄 피크닉』에서 스릴러 코드와 사회파 소설의 면모가 더해진 독특한 ‘강남소설’을 선보이며 ‘이홍’이라는 이름을 문학계에 각인해 갔다. 그러던 중 돌연 자취를 감춘 작가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작가는 한 작품에 매달렸다. 바로 『100개의 리드』다.

이홍 작가는 9년째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지낸 시간은 온통 『100개의 리드』를 구상하고 쓰는 데 바쳐졌다. 싱가포르행 자체가 소설을 위한 선택이었다. 여행차 들른 싱가포르에서 그곳의 국제학교에 다니는 북한 남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남한과 북한에 속해 있는 두 사람이 사랑을 한다면? 분단 이후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난 적 없는 이 오래된 상상에 꼼짝없이 9년을 붙들려 있었다. 집필 중에는 싱가포르의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우연히 김정남을 만나 소설에 필요한 내용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작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100개의 리드』는 어린 시절 제 3국에서 만나 비밀스럽고 애틋한 사랑에 빠진 남북의 소녀(강유나)와 소년(박재희)이 20년 후 양국의 긴장 관계 속에서 정치적 적이 되어 재회하는 이야기다. 강렬한 로맨스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1994년 싱가포르의 여름과 적이 되어 만나는 2017년 겨울을 교차시키며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된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 한편에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이 있다. 1994년 발생한 아버지의 실종과 2017년 탈북한 북한 고위공직자 황인호의 피살. 그리고 두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강유나. 『100개의 리드』는 초여름 햇살처럼 따뜻한 첫사랑의 감각과 한겨울 바람처럼 날카로운 이별의 감각이 공존하는 사랑의 역사를 그린다.

‘리드’는 관악기와 호흡을 연결하는 도구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오보에와 인간의 호흡을 이어 주는 도구다. 한편 리드는 미스테리한 죽음을 맞은 아버지가 딸 강유나에게 만들어 주고 간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 기다림으로 가득한 강유나의 삶을 반영하는 사물이기도 하다. 깊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오보에 소리와도 같은 사랑의 이야기가 2020년 한국의 독자들을 찾는다.

 

■ 남한 여성과 북한 남성이 사랑에 빠진다면? 
『100개의 리드』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강유나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학창시절 싱가포르 국제학교에서 만난 첫사랑 박재희와 탈북자 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현재 중국에서 만난 기자 이한수다. 두 사람 모두 강유나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강유나의 로맨스는 종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 강유나의 사랑과 성장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이야기의 핵심에는 강유나라는 인물이 있다. 실종된 데다 빨갱이로 몰린 아버지의 빈자리가 주는 결핍에 시달리는 나약한 10대의 강유나와 탈북한 북한인을 돕는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강한 여성으로 성장한 강유나의 대조적인 삶이 교차하는 동안 한 인간의 상처가 성장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 사랑과 정치의 역학관계
강유나뿐만 아니라 박재희 역시 그들이 처한 정치적 사회적 구조 안에서 변해 가는 모습을 보이는 다층적인 인물이다. 강유나에 대한 마음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송두리째 장악할 수 있는 국가란 어떤 존재일까. 박재희의 선택과 그로 인한 삶은 한 인간의 생에 사회가 미치는 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 줄거리
북한 벌목공들을 돕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선교사가 실종된다. 이후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그는 한국 외교관과 활동가를 살인한 용의자이자 북한 세력과 결탁한 간첩이다. 살인자의 딸이자 간첩의 딸이라는 이중의 오명에 갇힌 강유나는 집 밖으로 한발작도 나오지 못한다. 그때 마침 강유나를 후원하겠다는 사람이 등장한다. 등 떠밀려 오게 된 싱가포르, 그리고 국제학교 입학. 학교에는 강유나 말고도 아시아인이 한 사람 더 있다. 싱가포르 주재 북한 외교관의 아들 박재희다. 박재희와 친해지면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푼 강유나는 거침없는 속도로 그에게 다가간다.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이 가져올 크나큰 비극은 예상치도 못한 채.

■중심 인물

강유나 탈북한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서라면 위험을 무릅쓰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헤매던 유약한 소녀였지만 지금은 열정적인 탈북자 인권단체 운동가가 되었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국경을 넘어 무국적자가 된 아이들을 보살핀다. 후원금을 모아 아이들에게 음식과 의료를 제공한다. 아이들이 최소한의 보호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한다. 탈북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연애조차 삼간다. 누구도 믿지 않지만 사랑의 본질을 믿는다.

박재희 북한 당에 대한 충성심과 남한 여성 강유나를 향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어릴 적부터 외무성 당원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살았다. 평양보다는 색다른 경험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외국생활을 선호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당에 충성한다. 현재 북한의 해외자금을 관리하는 중요업무를 맡고 있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북한을 탈출하고자 하는 북한인들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로 위장하고 있다.

이한수 양심 따위는 개의치 않고 사는 타블로이드 기자. 가난과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공부하여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믿었다. 한때는 정의로운 기자를 꿈꿨으나 현재는 검은돈도 마다하지 않는 타락한 기자로 전락했다. 의뢰를 받고 탈북자 어린이들 취재를 빙자해 강유나에게 접근하지만 강유나를 만나 이익과 사랑 앞에서 갈등한다.

 

■본문 발췌

“오보에 연습을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때조차도. 다른 해야 할 것들을 미루고 오보에 연주에 몰입한다. 아직은 입술 근육이 약해서 리드가 입술에서 미끄러져 나가기 일쑤다. 입술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쇠막대기를 입에 물고 초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오래 버티기를 한다. 환자들을 위한 펌프 주둥이를 물고 호흡 연습도 한다. 문제는 아버지가 손질해 주고 간 리드들이 바닥나 간다는 것이다.” (54쪽)

“사계절이 내리 여름인 싱가포르에는 다른 계절의 무더위를 압도하는 지독한 여름이 찾아온다. 7월에 접어들자 적도의 작은 나라가 영상 36도의 무더위로 이글거린다. 그 무렵 강유나의 감정은 극단적인 두 갈래를 오간다. 극도로 뜨거워지는 분노와 무엇도 감각되지 않는 아주 차가운 감정. 그 사이의 무수한 다른 감정의 결들은 마치 이 세계에서 휘발된 것만 같다.” (91쪽)

“벼랑 끝에 서 있어요. 밑으로 추락하면 그대로 죽을 수 있어요. 생이 거기서 끝나는 거죠. 눈을 감고 발을 떼려고 해요. 바람이 불어오고 몸의 중심이 흔들려요. 그 순간 저 멀리 수평선에서 뱃고동이 들려와요. 아주 깊고 아름다운 소리죠. 한편으론 슬프기도 해요. 잃어버렸던 그 소리가 제 심장에 닿아요. 저는 울어요. 그 소리는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오보에 소리와 흡사해요. 들어 올린 발을 지상에 내려놓아요. 다시 살기로 결심해요. 그 소리를 되찾기 위해서요. (214쪽)

“상처는 번식력이 강해서 타인에게도 반드시 그 아픈 상처를 전이시키려는 속성이 있거든.” (222쪽)

“그녀의 내부에 그가 알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일렁이는 것 같다. 이레나 선생님은 그녀가 현재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얼까.” (226쪽)

목차

프롤로그
1장 퀸유나
2장 평양 오렌지
3장 서울 카푸어
4장 마리막 리드
5장 총과 악기
6장 아름다운 상처
7장 작은 아가씨들
8장 죽음의 무도
9장 적과의 동침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작가 소개

이홍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걸프렌즈』 『성탄 피크닉』과 연작소설집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다. 2007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100개의 리드』의 주요 배경인 싱가포르에 살며 이 소설의 2권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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