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과 정신의학

원제 A CLINICAL INTRODUCTION TO LACANIAN PSYCHOANALYSIS (THEORY AND TECHNIQUE )

브루스 핑크 | 옮김 맹정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1월 7일 | ISBN 978-89-374-7007-3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90쪽 | 가격 20,000원

책소개

라캉 정신분석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른 치료법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명료하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초기 면담에서 치료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분석가의 목표와 치료 중의 개입을 설명하면서 라캉 정신분석에 대한 종합적인 개관을 시도한다. 또한 그는 임상 진단에 대한 라캉 특유의 구조적 접근법을 설명하고, 정신병, 도착증, 신경증에 대한 라캉의 견해에서 일반적이면서도 임상적인 이슈들을 끄집어 내어 다양한 상황에 따르는 다양한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라캉과 정신의학』은 라캉 연구자들 사이에서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과 함께 가장 읽을 만한 라캉 연구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으로, 저자 브루스 핑크는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영미권에서 대표적인 라캉 연구자로 손꼽힌다. 이 책은 이제껏 아카데믹한 인문학적 담론 가운데서 주로 논의되던 라캉의 사상을 정신분석 임상이라는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라캉의 본래 모습은 정신분석학자!
\”한국에는 라캉이 문화 이론가로 더 유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정신분석학자로서의 자크 라캉이 본래의 모습입니다.\”
이는, 1976년부터 6년 동안 라캉에게 직접 정신분석학 교육을 받은 수제자로, 라캉이 죽기 직전 창설한 <프로이트 대의 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라캉의 『에크리』, 『세미나』등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라캉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피에르 스크리아빈의 말이다. 이 지적대로 한국에서 라캉은 문화 이론을 비롯한 인문학적 담론 안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라캉 자신이 『세미나 11』에서 <내 가르침의 목적은 항상 정신분석가를 양성하는 것이었고, 이는 지금도 그렇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그는 문화 이론가로서가 아니라 정신분석의로서 살아왔고, 그의 이론은 그가 행한 무수한 임상 분석들 속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런 사실을 기본적인 시각으로 삼아 이 책은 라캉 정신분석이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이 다른 치료법하고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이해할 수 있게끔 해 주고 있다. 라캉의 이론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면서도 어떻게 진단을 해야 할지, 분석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환자를 분석으로 인도해야 할지, 또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 낼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현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분석을 위한 정신분석의 기본 개념과 분석가의 태도
핑크는 초기 면담에서 치료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분석가의 목표와 치료 중의 개입을 설명하면서 라캉 정신분석에 대한 종합적인 개관을 시도한다. 먼저 그는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욕구, 요구, 사랑, 욕망의 개념, 환상, 주이상스, 주체, 대상, 타자, 기표와 기의, 부정의 세 가지 양식, 그 양식들에 의해 결정되는 임상 구조, 분석가의 욕망, 구두법, 가변적 분석 시간 등 <실제 분석>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필요한 라캉 정신분석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예비 면담과 임상 분석에서 분석가가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한 라캉의 관점을 개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라캉의 구조적 진단 체계와 주이상스
다음으로 저자는 <정신병>, <신경증>, <도착증>으로 대별되는 아주 간단한 라캉 진단 체계의 구조적 면모를 드러내준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정신과 의사들의 표준적인 진단법인 DSM 시리즈가 <팬티 도착증>, <브래지어 도착증> 등과 같은 현상적인 분류법에 근거한 반면, 라캉의 진단 체계는 단순하면서도 엄격한 구조적 진단법으로서, 배후의 원리, 이른바 그 기제를 캐는 것이다. 현상들을 발견해 거기에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현상들의 배후에서 그 현상들을 조종하는 구조적인 망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우울증 현상은 그 자체로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그것이 어떤 구조에 의해 지탱되는지에 따라서 다른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여기에서 라캉의 진단법의 요체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주이상스>이다. 주이상스란, 인간의 육체가 경험하는 원초적인 쾌락, 육체와 언어의 경계선 위에 있는 일종의 신화적인 쾌락이다. 이는 문화의 테두리에 의해 한계지어진 <쾌락 원칙>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질적인 면에서는 <죽음 충동>이고 양적인 면에서는 영원한 <과잉분>이다.정신병, 신경증, 도착증은 각각 어떻게 해서 생기는가
정신병, 신경증, 도착증은 각각의 주체가 바로 이 주이상스를 어떻게 주체화하느냐에 따라 도출된 상이한 입장들이다. 정신병은 언어의 세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해서, 다시 말해 폐제라는 기제에 의해서 생겨난다. 폐제는 어떤 요소가 한 번도 존재해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상징계 밖으로 거부해 버리는 정신병 특유의 기제로, 폐제된 요소는 무의식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으로부터 축출된다. 그리고 이때 거부의 대상은 바로 <아버지의-이름>이다. 결국 정신병 환자는 주이상스를 고정시킬 만한 부권적 은유로부터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타자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신경증은 환자가 언어의 세계 속으로 충분히 편입되어 주이상스의 과잉분을 배출해 냈지만, 그러한 주이상스의 배출을 불만족이나 불가능성의 형태로 해석하여 그 과잉분에 집착하는 형태이다. 다시 말해 신경증은 억압이라는 기제에 의해 생겨나는데, 억압은 어떤 생각들 또는 기억들이 의식으로부터 추방되어 무의식에 감금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주체가 최초의 대상, 타자와 맺은 관계의 양상에 따라 다시 강박증, 히스테리, 공포증으로 나누어진다. 주체와 타자(엄마)는 타자가 가지고 있던 대상을 공유함으로써 관계를 맺는데, 아버지의-이름을 통해 이 관계는 분리를 겪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체가 원래 타자가 가지고 있던 대상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고, 타자의 욕망과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바로 강박증이다. 강박증과는 반대로 히스테리 환자는 분리가 일어나면 자신의 상실을 엄마-타자의 상실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게 된다. 대상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기보다, 타자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아내려 하는 것이다. 결국 히스테리 환자는 타자의 욕망을 지속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려고 하게 된다. 공포증은 아버지의 금지나 이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다른 것을 가지고, 자식과 계속 결합되어 있고자 하는 엄마의 욕망을 중화시켜야 하는 경우이다. 도착증은 주이상스를 즐기는 <타자>를 상정함으로써, 그 배출된 주이상스를 복구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다시 말해 도착증은 부인이라는 기제에 의해 생겨난다. 부인은 도착증에서만 나타나는 특유한 작용으로, 거세에 대한 부인과 함께 그에 대한 인지라는 두 측면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세를 부인하면서 주체는 스스로를 타자의 대상의 자리에 위치시키려고 한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그는 자신이 바로 엄마에게 결여된 <그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착증자에게는 존재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이 없다. 그리고 도착증은 부권적 은유로부터 소외된 것이기 때문에 일정 연령이 지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정신병, 신경증, 도착증은 각각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이처럼 정신병과 신경증, 도착증은 각각 다른 기제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그 치료법 또한 달라야 한다. 정신병의 경우, 부권적 은유는 일정 연령을 넘어서면 회복될 수 없기 때문에 부권적 은유가 회복될 수 없는 연령에 이른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다른 정신 질환을 치료할 때처럼 분석가 자신을 타자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신병 치료는 환자가 부권적 은유 대신 착란적 은유를 구성할 수 있도록, 환자의 착란 활동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에 강박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강박증자로 하여금 규칙적으로 타자의 욕망과 대면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리고 히스테리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협상 테이블을 뒤집는 것이다. 히스테리 환자가 <의사 선생님, 말씀 좀 해보세요. 도대체 제게 문제가 되는 게 뭐죠?>라고 묻는다면, 분석가는 <당신은 저한테 어떤 말을 듣기 원합니까?>라고 되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주체의 담화 형태를 바꾸어 타자로부터 지식을 받거나 기대하길 멈추게끔 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 지젝의 책이 라캉을 대중 문화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면서 라캉의 새로운 면모들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면, 이 책은 그를 임상과 실천의 영역 속으로 한걸음 더 밀어 넣어 라캉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는 국내의 라캉 연구에도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리라 기대한다.

목차

감사의 말…5 서문…7 일러두기…14 Ⅰ.욕망과 정신분석의 기술 1.분석의 욕망…17 2.분석으로의 유도…32 3.분석 관계…59 4.해석:욕망 공간의 개시…81 5.욕망의 변증법…94 Ⅱ.진단과 분석가의 위치 설정 6.라캉의 진단법…133 7.정신병…139 8.신경증…196 9.도착증…284 Ⅲ.욕망을 넘어서는 정신분석 기술 10 욕망에서 주이상스로…351 후기…373 더 읽을 거리…377 옮긴이 후기…386

작가 소개

브루스 핑크

현재 미국 피츠버그의 듀케인 Duquesne 대학 심리학과 교수이다.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감독 분석을 맡고 있는 라캉학파 정신분석가로서, 라캉이 죽기 직전에 세운 프로이트 원인학교(ECF)의 회원으로 있다. 프랑스 8대학 정신분석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다. 라캉의 『세미나 20』 『앙코르』를 번역하였고, 라캉의 『에크리』 완역본을 준비하고 있다. 『라캉의 주체Lacanian Subject』(1995)를 저술하였고, 라캉에 관한 논문집 두 권을 공동으로 엮은 바 있다.

맹정현 옮김

파리 8대학 정신분석학과에서 [정신분석에 있어서의 반복의 양태들]에 관한 논문으로 DEA를 마치고, 현재 동 대학 박사 논문 과정에 있다. 국내에서 출간될 라캉의 {에크리}와 {세미나 11}을 공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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