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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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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Often I am Happy

옌스 크리스티안 그뢴달, 진영인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10월 5일

ISBN: 978-89-374-3905-6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64쪽

가격: 12,000원

분야 외국 문학,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생이 끝나면, 살면서 일어난 일들은

수수께끼가 되어 버려.”

 

차가운 얼음 덩어리처럼 외롭고 천천히 녹아 버리는 삶…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묻지만 정적만이 남는 세계

사랑과 죽음에 대한 아리고 처절한 감정을 전하는 작품


목차

가끔 난 행복해 9


편집자 리뷰

현재 북유럽에서 가장 비중 있는 순문학 중견 작가 옌스 크리스티안 그뢴달의 아름다운 작품 『가끔 난 행복해』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의 작가 그뢴달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덴마크 영화 아카데미의 영화감독으로 일하다 1985년 문단에 데뷔한 이후 스무 편이 넘는 장, 단편과 에세이를 써 독자의 저변을 넓혀 온 그는 현재 영미권에도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1998년 『루카』로 덴마크 황금 월계관 상을 수상했고, 2006년 『변한 빛』으로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 프랑스 메디치 상, 페미나 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작품 『가끔 난 행복해』는 2017년 최신작이자 작가가 직접 영어로 번역한 작품으로, 노년의 여인이 보내 온 독특한 삶에 대해 더할 수 없이 섬세히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북유럽 대중 소설과 범죄 소설이 광풍을 몰고 있는 국내 출판계에 북유럽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전할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의 공유

 

빈민가에서 미혼모였던 엄마와 쓸쓸히 자라온 엘리노르. 그녀에게 경쾌한 성격의 남자 헨닝과의 만남은 삶을 돌파할 해답으로 보였다. 그와 결혼한 후 어쩌다 게오르그와 안나 커플과 알게 된 그녀는, 심지어 집까지 이웃으로 이사할 정도로 친해진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엘리노르와는 달리, 친구 안나는 쌍둥이 아들을 낳는다. 어느 날, 함께 휴가를 떠난 두 가족에게 뜻하지 않은 두 가지 불행이 동시에 닥친다. 엘리노르의 남편 헨닝과 친구 안나가 스키장에서 눈사태를 만나 모두 세상을 떠난 것. 그리고 죽은 둘이 몰래 만나 왔던 사이였다는 것. 남은 엘리노르와 게오르그에겐 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둘은 서로가 동시에 겪은 상실과 배신의 고통을 서로 위로해 가면서 그 이후의 삶을 살아 나가게 된다.

소설은 여러 차례 ‘상실’의 테마를 다룬다. 먼저 엘리노르 이전에 그녀의 엄마 시그리드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엄마는 모두가 가난했던 전쟁 시절 술집에서 일하다, 독일 장교인 토마스 호프만을 만난다. 둘 다 문학을 읽는다는 공통점으로 그들은 급속히 가까워졌지만, 독일군과 관계를 맺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호프만은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 채 영원히 시그리드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노르는 자연스레 “독일인을 사랑한 잡년의 자식”이 되어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자랐다. 엄마의 곁에 다가오는 몇몇 남자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을 거부하고 첫사랑의 기억을 놓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한 세대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엄마 시그리드에서 그리고 이제 남편과 친구를 잃은 엘리노르까지,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라는 감정적인 테마를 가지고 진행된다.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운명

 

상실을 겪은 엘리노르는 현재 시점에서 노년의 여인이다. 스키장에서의 사고 이후 게오르그의 집에 들어가 함께 살게 된 이야기가, 그녀와 그녀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와 뒤섞여 진행되는 것이다. 게오르그와 엘리노르 모두 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는 탓에, 그리고 게오르그의 집에는 어린 쌍둥이 형제가 있던 탓에, 엘리노르는 이웃인 그의 집에서 아이를 돌보아 주게 되면서 게오르그와 자연스레 삶을 함께하게 된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삶임은 소설 내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랑과 헌신이라는 감정을 배신한 남편과 친구에 대한 원망, 친구의 남편인 게오르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뒤섞인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이 아닌 두 쌍둥이를 키우며 감내해야 했던, ‘진짜 엄마’,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소외감까지. 하지만 그녀는 게오르그의 진중한 면을 사랑하게 되고, 때로는 중산층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온함에 안도하게 된다.

소설은 거의 엘리노르의 독백으로 진행되는데, 영화감독 출신 작가의 묘사 능력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북유럽 배경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생생히 전달한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소설은 깊고 섬세한 감정 묘사와 낯설고 솔직한 스토리 덕분에 곱씹을 만한 여운을 가득 남긴다.

 

그럼에도, 가끔 난 행복해

 

소설의 시작은 정확히, 엘리노르와 함께 살아온 게오르그의 죽음 직후다. 서로 위안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게오르그가 심장 발작으로 쓰러져 죽고, 장례식까지 마치자 엘리노르는 정말로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죽고 혼자 남은 처절한 외로움을 느낀다. 사랑으로 키운 쌍둥이 아들들은 이제 중년이다. 공손하고 깍듯하지만 엘리노르는 어쩐지 게오르그가 없이 그들을 계속 만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녀는 오래 살아온 게오르그의 넓고 편안한 저택을 떠나, 자신이 성년이 된 이후 처음으로 독립해서 살았던 초라한 동네로 이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야 그녀는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는 편안함이 그 무엇보다 소중해진 그녀는 쌍둥이 아들들이 “왜 그런 동네로 이사 가서 자신들을 불편하게 하느냐”라는 불평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겐 마치 제 발로 고독을 찾아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나의 이런 생각이 네겐 슬퍼 보이겠다 싶지만 알다시피 난 슬픈 사람은 아니야. 가끔 난 행복해, 노래에 있듯이 마음으로 행복해, 내가 항상 그걸 보여 줄 수는 없더라도. 뭐든 그저 지나치는 무언가일 뿐이야.—본문 146쪽

 

그녀에게 행복은 항상 거짓이었다. 독일군을 사랑한 잡년의 자식으로 들어야만 했던 존재 자체에 대한 말없는 비난, 사랑했던 사람들의 연이은 배신, 자신에게만 찾아오지 않는 행운 같은 것들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닫히고 때로는 고집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고백한다. “뭐든 그저 지나치는 무언가”이고 “가끔 난 행복해”라고.

 

 

본문 중에서

 

죽음은 삶을 입 다물게 하지. 결국엔 현실이 우리 적이야.(11쪽)

 

젊었을 때 우린 습관의 힘을 과소평가했지. 그리고 습관의 미덕을 과소평가했어.(12쪽)

 

사랑에 빠진 사람만 알지. 사랑에 빠진 사람은 미래나 다른 사람에 대해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는다는 걸. 그들은 자기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흠뻑 몰입해 있어. 더없는 행복이 사방으로 흘러넘치지. 그 순간은 그다음 순간이나 또 다른 어떤 순간으로도 대신할 수 없어. 그들은 서로의 얼굴과 몸에 깊이 빠져 있고, 이상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돼.(13쪽)

 

사랑이었어. 이제는 아닌가? 그래, 사랑은 그 남자와 함께 죽어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퍼덕이며 빈방 한 줄기 햇살 속에 먼지 알갱이를 향해 나아가겠지? 사랑이 더 이상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의 기억이 될 때는 언제일까?(16쪽)

 

모양 없이 제멋대로 자라는 덩어리가 나를 메워서 슬픈 건데, 슬퍼하는 중이라는 말을 하는 건 상황을 얼버무리는 것밖에 되지 않지. 그게 나를 미치게 만들고 숨 막히게 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압박감을 느껴 보기 전에는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할 거야. 모양 없이 자라는 슬픔 덩어리.(19쪽)

 

난 유럽 최후의 사회주의자야. 난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어. 있잖아, 미는 레인지 로버를 타고 빵집에 가야 해, 그저 자기가 차를 한 대 갖고 있다는 걸 이웃이 알았으면 해서 그러는 거야.(21쪽)

 

삶은 너 없이 흘러갔어. 세월은 급행열차처럼 지나갔고.(28쪽)

 

그 사람이 그리웠어. 언제나 그립지만 그리워하는 건 매번 달라. 침대 위에선 내 곁에 누운 그의 육체가, 익숙한 방들에선 그의 발걸음 소리가, 그의 익숙한 음색이. 그 사람이 없으면 거긴 그냥 어떤 장소일 뿐이야.(39쪽)

 

자기혐오는 성별에 따라 다른 감정이야. 남자의 경우 자기혐오 때문에 무기력해지지만, 여자의 경우 자기혐오란 자신에게 결점이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자연 법칙이지.(54쪽)

 

우리 둘 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어. 다들 말하듯 슬픔이 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진 않아.(76쪽)

 

전쟁은 전쟁이었어. 전쟁은 눈사태였어. 누군가는 사라졌고, 누군가는 다른 세계에서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어.(104쪽)

 

생이 끝나면 살면서 일어난 일들은 수수께끼가 되어 버려.(117쪽)

 

 

해외 언론 리뷰

 

‣ 사랑의 탄력성,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의 강인함, 그리고 망각의 힘에 관한 이야기.

―《퍼블리셔스 위클리》

 

‣ 낯선 감정의 세계로 안내하는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메트로 토론토》

 

‣ 조곤조곤한 고요함과 우아함을 지닌 책. ―《커커스 리뷰》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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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크리스티안 그뢴달

옌스 크리스티안 그뢴달

1959년 11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국립 덴마크 영화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1985년 『중앙에 있는 여자』로 데뷔한 이후 『10월의 침묵』, 『루카』, 『버지니아』, 『인디언 썸머』 등 스무 편이 넘는 소설과 에세이를 썼다. 1998년 『루카』로 덴마크 황금 월계관 상을 수상했고, 2006년 『변한 빛』으로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 프랑스 메디치 상, 페미나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소설은 전 세계 스물다섯 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에서는 그에게 슈발리에 문화 예술 공로 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현재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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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인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비교문학협동과정을 졸업하고 장르문학 월간지 『판타스틱』에서 일했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우주 vs. 알렉스 우즈』,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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