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6년 9월 30일
ISBN: 978-89-374-6345-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84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45
분야 세계문학전집 345, 외국 문학
수상/추천: 노벨문학상
가장 중국적인 ‘환각 리얼리즘’을 탄생시킨 작가 모옌
역사를 배경으로 민담의 색채를 입은, 모옌의 대표 중·단편
▶ 환각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킨 작가.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중국 전통의 민담과 설화를 세계적인 이야깃거리로 탄생시키며 “야성과 광기의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은 현대 중국 문학의 거장 모옌. 그의 대표 중·단편을 엮은 『모옌 중·단편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45)으로 출간되었다. “중국 전통 문학 안에서 포크너, 마르케스와 비견되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모옌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유이다. 포크너의 요크나파토파 카운티, 마르케스의 마콘도에 비견되면서도 그러나 완전히 다른 그곳, ‘가오미 둥베이 향’은 모옌이 스스로 창조한 문학적 고향이다. 중국의 대약진 운동, 반우파 투쟁, 문화 대혁명으로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로 배경을 소묘하고 민담과 습속의 화려한 색채를 입은 ‘가오미 둥베이 향’의 이야기들은 중국적인 ‘환각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 준다.
한 편의 소설을 쓰는 동안 다른 몇 편의 소설이 떠오른다는 천부적인 이야기꾼 모옌, 그의 입심이 낳은 열두 편의 작품에는 그 작가가 모옌임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아니 작가가 없는 야화라 하더라도 듣는 이를 곧바로 매혹시킬 ‘이야기의 힘’이 있다.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반드시 그곳이어야만 했던 모옌의 문학적 본향 ‘가오미 둥베이 향’. 인간 존재의 속됨과 위엄, 세계의 참혹과 아름다움을 망라하는 그곳의 이야기가 미답의 세계를 이룬 채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목차
영아 유기
철의 아이
첫사랑
사랑 이야기
메뚜기 괴담
한밤의 게잡이
창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
후미족
백구와 그네
큰바람
짚신 토굴
투명한 빨간 무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주요 작품 줄거리
「영아 유기」에는 한 가장이 등장한다. 그는 ‘인성’이란 종이 한 장만도 못한 얇은 존재라고 말하면서도, 주운 아이를 내버리지도 와락 안지도 못한 채 흔들리며 서 있다.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상 단 한 명의 아이만을 호적에 올릴 수 있던 시기, 자신의 딸조차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 현실은 주운 아이를 외면하라고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 작은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연민이 솟구친다. 여자아이라서, 장애를 가져서 버려지는 아이들의 끔찍한 현실과 중국 산아 제한 정책의 검은 그림자는 ‘인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 이야기」에는 소년의 순수함을 지켜 주는 점잖은 어른 따위 없다. 소년이 남몰래,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허리핑’은 나이가 열 살이나 많은 여성 지식 청년이다. 불리한 출신 성분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만 하는 그녀의 아픔을 소년은 누구보다 순수한 사랑으로 위로한다. 하지만 그런 소년의 마음을 간파한 어른들은 얄궂은 말로 부추기고, 몸이 잔뜩 달은 소년은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바로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메뚜기 괴담」속 1927년 그 해 여름, 지독한 가뭄이 마을을 덮쳤다. 흉작으로 말라비틀어진 들판을 가로지르며 그 시작을 알린 메뚜기 떼의 습격은 이 작은 마을의 농작물과 담벼락, 심지어 아기의 귀를 갉아 먹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마을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공연을 하며 메뚜기 떼가 물러가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메뚜기가 사라지고 역겨운 비린내가 걷힌 하늘은 청명하기만 한데……. 과연 인간과 자연은 통했을까? 대재앙 속 그 뜻을 알 수 없는 자연의 흐름과 하늘에 닿길 기원하는 인간들의 바람이 비극적으로 교차한다.
「백구와 그네」속 ‘나’는 고향에 들어서자마자 한 마리 백구에 이끌려 ‘놘’을 다시 만난다. 그녀는 어릴 적 ‘나’가 밀던 그네에서 떨어져 한쪽 눈을 잃었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나’는 놘의 초대를 받아 들어간 집에서, 그녀의 남편과 세 아이가 모두 벙어리이며 남편의 의심 속에서 그녀가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챈다. 그녀의 남편이 시험하듯 건네는 술잔들을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무력감이 뒤섞여 전부 받아 마신 ‘나’는 다음날 아침 그곳을 떠나는데……. 무거운 마음을 애써 떨치며 걷는 ‘나’에게 벼랑 끝의 그녀가 한 마지막 부탁은 무엇일까? 처연하도록 간절하고, ‘사랑’보다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투명한 빨간 무」에는 가족에게 외면받고, 배고픔을 덜기 위해 홍수 방지용 댐 공사 현장에서 고된 노동을 견디는 ‘아이’가 등장한다. 철공을 따라 일에만 매진할 뿐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에게 자못 무심해 보이던 아이가 단숨에 매료된 것은 다름 아닌 ‘무’. 아이에게 무는 영롱히 빛나고 주린 배를 채울 수도 있지만 그러나 가질 수 없는 것, 바로 ‘아름다움’이다. 배고픔에서 아름다움으로 연결되는 아이의 시선은, 현실의 냉정과 참혹을 드러내는 놀라운 ‘환상의 힘’을 보여 준다.
이외에도, 『철의 아이』, 『첫사랑』, 『한밤의 게잡이』, 『창안대로 위의 나귀타는 미인』, 『후미족』, 『큰바람』, 『짚신 토굴』 등 모옌 문학을 대표하는 총 열두 편의 작품이 실렸으며 이 중 열한 편은 국내 초역이다.
■ 모옌의 ‘환각 리얼리즘’ -전통이라는 씨줄과 창작이라는 날줄로 엮은 고유한 문학 세계
환각 현실주의라는 말은 지나치게 서구적인 발상이다. 모옌이 스스로 말하고 있다시피 마르케스를 비롯한 여러 서구 작가나 가와바다 야스나리를 포함한 일본 작가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중략) 그 하나는 중국의 전통적인 전설과 괴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중국 설화인(說話人)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토설할 수 있는 막강한 입심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포크너와 마르케스로 대표되는 ‘환상 문학’의 계보를 이었다고 평가받은 모옌. 그러나 서구의 시각에서 한발 떨어져 이 세계만의 고유함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첫째, 중국의 전통적인 이야깃거리를 작품 속으로 끌어온 것이고 둘째,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창조해 내는 ‘설화인’의 입심을 닮은 것이다.
설화(說話)란 고대 전설이나 신화 등과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던 것으로 대표적인 구비 전승물이다. 설화는 특히 중국 송대에 남방 항구 도시가 발전하면서 도시로 몰려든 비지식인들에게 영웅 서사나 사랑 이야기를 구연하던 설화인(說話人)통해 크게 발전했다. 구연의 특성상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 따라서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며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편의 소설을 쓰는 동안 다른 몇 편의 소설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던 모옌의 왕성한 필력을 흔히 ‘입심’에 비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어릴 적 우연히 접했던 민담이나 전설을 한 편의 ‘들려주기 위한’ 형태의 예술로 만들어 내는 탁월한 ‘구연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소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미덕인 ‘이야깃거리’로서의 본질을 확보하며 그 자체로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품어 내는 무한한 확장성을 지니게 된다.
모옌은 중국의 전통이라는 씨줄과 창작이라는 날줄을 엮어 그 매듭의 지점에서 ‘가오미 둥베이 향’을 발견했다. 이와 같이 오랜 탐색과 모방을 거쳐 고유한 시공을 창조한 그의 문학 세계는 중국에도 처음이요, 전 세계에도 처음인 독특한 환상의 지평을 열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