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강력한 핑크와 하트 표지로 러블리함을 다소 과도하게 표출하고있어서 재밌다는 소문을 듣고도 손이 늦게갔다. 그리곤 후회했다. 가볍게 읽으려고 펼쳤다가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느라 일어나질 못했기 때문이다. 하이틴 드라마를 보는 듯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책 읽는 내내 마음속을 덥혔다.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괜히 싼마이 취급당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랑이 뭐! 연애가 뭐! 사랑없는 인생도 있냐고 받아쳐주고 싶다. (그치만 표지는 바꾸자…너무 일차원적이다)

워킹홀리데이에서 홀리데이 말고 워킹만 하느라 지친 주인공이 새해 퍼레이드를 보러 갔다가 뜻밖의 ‘더 셜리 클럽’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이 고된 일상에 지쳐 ‘내가 정말 호주에 온게 맞나?’ 현타를 느낄 무렵,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할머니들이 단지 이름이 ‘셜리’라는 이유로 모여 퍼레이드 행진 대열에 합류한 모습을 보고 어느 부분이 뚫린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그의 영어 이름도 셜리(설희)! 나도 더 셜리 클럽에 가입해야겠다는 강한 이끌림에 셜리들을 따라 뒤풀이 장소까지 간 주인공은 대장셜리인듯한 할머님께 클럽 가입 요청을 하고, 며칠 뒤 워킹홀리데이 비자 때문에 임시 회원으로 받아주겠다는 귀여운 답신을 받는다. 이때 주인공을 설레게 하는 S와도 처음 만나게 되고, 셜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기는데 그게 너무 힐링되고 20대초반 청춘이 떠오르는 묘사가 많은 와중에 초년생의 삶과 사랑에 대한 고민까지 녹아있어 참 재밌게 봤다.

마냥 힐링되는 셜리 할머니들과의 우정쌓기만 있는 게 아니라, 뒷부분에 갑자기 연락이 끊긴 S를 찾아 떠나는 셜리의 급박한 전개도 보여준다. 갑자기 알수없는 열의에 불타 평소 하지않는 행동을 하는 주인공과 의심스러울 정도로 호의적인 태도로 주인공을 돕는 셜리들 덕분에 이 책이 영화같이 느껴짐을 넘어서 사실 장르가 판타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초면에 이렇게까지 도움을 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아마 나는 내심 셜리가 너무 부러워서 질투심에 불타고 있던 것 같다. 하이틴 드라마 속 악역을 전형적으로 데려온 도라와 게스트하우스 언니가 아니었으면 이 책은 나에게 완전히 판타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치만 이 두 캐릭터 너무 납작해서 조금 아쉽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자! 그러면 너무 좋다. 마냥 가볍고 귀엽게 느껴지다가도 중간중간의 깊은 문장들이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