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

천쓰홍 | 옮김 김태성
연령 17세 이상 | 출간일 2023년 12월 29일

독일에서 작가가 된 주인공 톈홍은 함께 살던 동성연인 T를 살인한 후 고향인 용징으로 돌아온다. 그에게는 한명의 형과 다섯명의 누나가 있는데 하나같이 기구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소설은 그와 가족들이 돌아가며 화자가 되는데 가족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소설을 읽을수록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며 마지막에는 나름의 뒷통수 얼얼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마지막 장에서는 반전에 깜짝 놀람과 동시에 어쩜 이렇게 가족들이 하나같이 박복한지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가부장적인 가족, 남아선호사상, 남존여비, 강요된 결혼, 동성애혐오 등등. 남자 아이를 낳기 위에 형편도 안되면서 딸을 다섯이나 낳는 그 무모함이란..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딸들을 멸시하고..시대가 만든 괴물들이 끔직하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 시대에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인지..그럼에도 이 가족들이 마냥 불행함 속에 파묻혀 있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은 돌고돌아 결국 용징에서 다시 만난다. 용징..시대의 아픔 속에 편안히 죽지 못한 영혼들에 모여있는 곳. 도처에 귀신들이 도사리는 곳. 그곳으로 톈홍에게 건내는 ‘울지마’ 라는 말이 마치 그 시대를 거쳐온 모두에게 건내는 위로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