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주 낡은 소설.

중학교 시절, 김자와 운수 좋은 날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엔 아직 읽어본 소설이 몇 개 되지 않아 새로 읽은 소설은 모두 훌륭한 ‘작품’같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어보니 김첨지는 그저 무능력한 가정폭력범이었고 감자는 감동도 재미도 없는 불행포르노였다. 이 책들을 읽고나서 나에게 남은 건 ‘이럴바엔 역사저널을 읽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이번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당시에 느꼈던 축축한 향수를 다시금 불러일으기 충분했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다. 늙은 남자가 나잇값도 못하고 고향에 휴가를 떠나 젊은 여자랑 놀아나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내용은 한국드라마의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김승옥 작가가 무진을 몽환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소설은 너무 낡았다. 무진기행 말고도 다른 그의 작품들도 그저그런 물건들이었다.

 

한국 최고의 기행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설치고 그다지 멋없는 ‘글’이었다.

한국에 이렇게 기행소설이 없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