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는 등장할 때부터 파격적이고 매력이 넘쳤다! 산투리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섬세한 면도 있고, 도자기를 빚다 거슬린다는 이유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미친 박력도 지녔다. 포도넝쿨, 빽빽이, 흰 곰팡이균과 같은 독특한 별명도 잔뜩 달고 다닌다.
하지만 중간중간 여성에 대한 지나친 비약과 표현들이 나와서 ‘그리스인 조르바 여혐’이라고까지 검색하게 되었다. 여혐이 맞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생각엔 반반인 것 같다. 작품 속의 그를 여러 각도로 보면 여성을 혐오해서 저런 말을 한다는 느낌이 들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엔 어마어마한 말들이 많아서 그냥 반반. 작품이 쓰인 시기가 지금처럼 여성인권이 강하지 않을 때라 저자의 표현이 다듬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마음이 불편했던 것 또한 내가 느낀 작품의 한계였다.
13p 빗줄기가 실처럼 하늘과 진흙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 같았다.
18p 친구는 왼손으로 내 무릎을 살짝 만졌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면 그가 늘 하는 버릇이었다.
172p 사람마다 키가 다르듯 행복의 높이도 제각각이라네
205p 숲이 석탄이 되었다. 그리고 조르바가 와서 이 갈탄을 찾은 것이다.
조르바는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충실할 것을 외친다.
‘보스 양반, 돌멩이들과 꽃과 비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의외로 아이 같은 면도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조르바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세상은 다시 숫처녀처럼 순결해지는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이리라. (102p)
뒷날 저자는 이 책이 조르바를 향한 추도사에 가까울지 모른다고 고백했지만, 무려 600페이지에 달하는 건 함정 ㅋㅋㅋㅋ 굿바이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