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를 탐독하던 때가 있었다. 댈러웨이 부인 뒤에 자기만의 방. 그 뒤에 이 책을 읽었다.
버지니아 울프 세계에 몸을 담궈, 한창 손 발이 퉁퉁 불고 쭈글쭈글 해질 때였다.
그 4일간 엄마는 혼자서 여행을 가, 집을 비웠다.
눈 앞에 대상이 없을 때엔 그에 대한 기억과 느낌에 의존해서, 이미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는 상이 있다하더라도 새로운 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새로운 상은 이전의 것보다 훨씬 추상적이고 무르다는 면에서 더 강력하다.
등대로를 읽으면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아빠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이 때에, 자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얻게된, 어쩌면 강박일지 모르는 ‘가족’에 대한 허물이 씻겨져 내리고 난 뒤에 ‘개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개인’으로서의 엄마를 생각했다. 나는 엄마에게로 갔다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여성에게로, 등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