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를 읽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이 책을 읽고나서였다. 자살은 분명히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나면 자살이란 것도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모방자살을 하는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베르테르는 사색적이고 지적이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약혼자가 있는 아름다운 여인 로테를 만나기 전까지는 확실히 그랬다고 생각한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만나고 난 후로 점점 자신을 잃어갔다.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리석어 하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다. 너무나 사색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끝내 죽음에 이른 것이다.

 

책의 초반의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한 베르테르의 분별력있는 말들은 모두 마음을 뺏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시대와 사람에 대한 기가막힌 정의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만 고르는 건 불가능했다. 너무 지나친 찬사는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걸 알고있지만, 이렇게나 많은 ‘명언’을 주는 책은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이 세상의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은, 간계나 악의 보다도 오히려 오해나 게으름 때문에 일어나는 수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는 것일세” 

 

 

로테를 만나기 전의 베르테르는 자신의 예술에 대해서 생각하고, 예술가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랑이란 정말 황홀하고도 무서운 것이다. 로테에 대해 집착하는 베르테르는 자신의 비정상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 있었다. 조금만 더 자신을 돌아볼 수는 없었던 걸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차라리 편안해보이기도 했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현실적인 문제, 벗어날 수 없는 문제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베로니카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뻔한 미래에 회의를 느껴서. 그리고 이 명석한 청년을 자살로까지 몰아간 ‘사랑’이라는 포괄적인 감정. 실로 어마어마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죽음은 항상 어떤 형태로든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결말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지만, 죽음에 맞이하는 베르테르의 자세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나름대로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에는 아무도 일반적인 견해로 비난할 수 없고 비난해서도 안된다.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진정한 의미의 자주적 삶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