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이다.
11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공통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최근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들을 보며 인간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감동을 받았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도 인간 본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만, 매우 강렬하면서도 거칠게 느껴졌다.
마치 육식동물이 입주변에 피와 살덩이들을 뭍혀가며 먹이를 뜯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평온하기만한 삶이 아니라, 서로 물고 뜯고 싸우거나, 서로를 무시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겉으로는 가식과 위선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지만,
금새 자신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어떤 독자들은 이 소설에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약간 시원하면서도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검은집”에서 티모시가 죽음을 예감하면서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억울함? 후련함?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또는 갖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갖고 있다고 굳게 믿는)
자존심을 배경으로 하는 환상에 대해 누군가 침범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두려웠을 것이다.
그 <두려움>은 <폭력>으로 발산되었으며, 불행하게도 티모시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난 이런 장면들이 실제로도 현실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순간 흠칫 놀랐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잔인함, 이기심 등
모두가 가지고 있는 추악함임에도 애써 감추고 있는 삶의 한부분을 속살까지 벌겋게 드러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다른 단편집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