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본 고전 중의 고전이다. 나 역시 대학생 때 전공수업시간에 참고도서 목록으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하지만 고전은 쉽게 이해할 수 없고 고전할 수밖에 없는 책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나의 첫 도전은 실패였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철부지가 구조주의 언어학의 고전을 재미있게 읽는 것은 무리한 희망이었다. 이후로도 소쉬르의 이론은 비단 언어학 수업만이 아니라 여러 수업에서 불쑥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전히 부담스러웠기에 만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잊고 지냈다.
거의 20년이 지나 작년 민음사 패밀리 세일 때 충동적으로 구매한 뒤 책장에 쳐밖아 놓고 외면하다가, 미친듯이 심심한 날 몇 장씩 읽게 되었다. 대학 신입생 때의 무지함이 사라져서 그런지 그냥저냥 읽혀지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 꽤 된다는 사실에 약간 실망도 하였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배운 모든 것이 소쉬르의 이론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추상적이고 가변적인 존재를 체계화시키고 연구의 대상으로 만든 소쉬르가 있었기에 20세기 언어학의 여러 연구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