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표지사진과 제목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독특함에 끌렸는데, 더 찾아보니 201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과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휴가 동안 들고 읽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면서 읽은 소설이라니.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세계2차대전 당시의 독일과 프랑스의 도시 생말로를 주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군의 공습을 피해 아버지와 박물관의 보물 ‘불꽃의 바다’를 가지고 피난을 간 프랑스 장님소녀 마리로르 르블랑과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인해 나치 교육원에 들어가게 되는 고아 소년 베르너 페닝의 이야기가 1934년 붜 1944년까지 10여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프레데리크’라는 인물이었다. 프레데리크는 독일군이 포로에게 가하는 비인간적인 형벌을 돕는 것을 반대하고 군 내에서 이뤄지는 독재적인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또한 베르너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는데 이는 마치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인 싱클레어에게 깨달음을 주는 데미안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명령 불복종으로 인해 군내폭력에 시달리다 두개골이 부서지는, 좋지 않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주체 의지와 인간성이 가장 잘 들어나는 인물인 것 같아 인상에 깊게 남았다.
이쯤에서 책의 제목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본문 중에서 마리로르의 작은 할아버지가 송신한 라디오를 어린 베르너가 받아 들게 되면서 10년 후,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이 때 ‘베르너가 들었던 라디오 방송 중 ‘빛’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 생각하면 제목의 ‘빛’은 그들을 이어준 라디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작가가 제목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 뿐일까? 아마도 책 속에 등장하는 마리로르와 베르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 ‘빛’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여러 밝기의, 여러 색의 빛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들로 인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쟁에 가려진 모든 사람들. 미약한 빛이라도 무언가를 비추는 빛일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2014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황금 방울새’라는 소설이나 이번 오바마 대통령이 (이 책을 비롯해) 휴가 동안 읽었던 ‘저지대’라는 소설들 모두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다. 이는 아마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남기는 상처와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영국 수상이 난민을 수용할 수 있게끔 마음을 움직였던 단 한 장의 사진처럼, 이 책 역시 많은 사람의 마음에 남아 오랜 여운을 남기고 변화시키는 작품이 되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