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시티’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 오리들의 도시다. 모든 국민들은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언제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주인공 도널드는 먹는 것을 정말 사랑하는 청년이다. 도널드의 삼촌은 JvA라는 이름의 거대한 식품사업을 하고 있는 존이라는 악덕한 인물이다. 자신은 뚱뚱해지는 걸 원하지 않아서 항상 건강식을 만들어 먹지만, 그런 그가 판매 유통을 위해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모두 밀가루를 기름에 튀긴 고칼로리 음식들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존은 국민들이 모두 뚱보가 되건 말건 더 달고 더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낸다.
“먹을수록 배가 고파지는 밀가루야. 처음에는 배부르지만 좀 있으면 배가 고파지지. 같은 것만 계속 먹고 싶어지는 거야. 그래서 같은 제품을 계속 찾지. 완전 보증수표 같은 밀가루야. 우리 밀가루를 먹으면 배가 더 고프고 그러면 또 우리 밀가루를 찾고. 내가 생각해봤는데 이 밀가루를 상업화하면 우리 JvA의 미래는 아주 밝아.”
그러던 어느날 대통령 미키는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작전 에이햅2-흰고래를 찾아서’라는 이름의 에이햅 작전은 덕 시티의 뚱보들에게 강제로 체지방 검사를 시켜서 기준 체지방을 넘어서거나, 점점 더 뚱뚱해지는 사람들을 강제 건강 수용소에 보내버리는 작전이었다. 날씬한 덕 시티를 만들기 위해 모든 식품 제조사들에게 영업정지를 시켰으나, 대통령과 친한 사이였던 존만이 유일하게 영업을 계속 할 수 있었다. JvA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고, 어디서나 JvA의 식품밖에 살 수 없었다. 페스트푸드와 다이어트를 동시에 강요하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참 이상하죠, 선생님. 만약 저처럼 되는 게 올바르지 않다면 모든 것이 왜 이리 맛있는 겁니까? 몸에 좋은 것들은 왜 이렇게 맛없는 거예요? 자연은 진화하고 똑똑하다면서요.”
디스토피아적인 사회를 통해서 현 시대를 비판하는 이러한 내용은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를 떠올리게 한다. <덕 시티>의 주인공이자, 현실 사회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던 도널드는 결국 건강 수용소에서 인슐린 과다 주입으로 자살하고 만다.
수용소에 처음 왔을 때 받은 바지가 처음에는 허리에 딱 맞았는데 이제는 너무 커서 끈으로 묶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처방전을 계속 따른다면 언젠가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만 그대는 더 이상 자유로운 몸이 아닐 것 같았다. 예전처럼 음식을 먹지 못한다면 사는 의미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갇혀 있으면서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지방을 없애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음식이었고 먹는 행위였다. 그것은 매우 즐겁고 고통 없는 무한한 기회였다. 그는 그렇게 기억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음식과 다이어트라는 것을 통해서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분량이 많지도 않고 문체도 간결해서 쉽게 읽히면서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