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입니다. 두껍지 않은 책으로,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카니발 축제 5일간,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젊은 여성이 저지른 살해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그리고 살해의 이유와 얽힌 이야기가 서서히 밝혀지는 구조인데, 이 사건을 보도하는 신문 중 하나인 “차이퉁”지는 사실을 왜곡하고 매도하여, 더욱 선정적이게 기사를 다듬어 내보냅니다.
자신을 변호하고, 진실을 알리는데 힘쓰려고 해도, 세상은 믿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가십거리죠. 카타리나 블룸은 살인을 했습니다. 그것은 누가 촉발한 문제일까요. 그 책임은 온전히 블룸의 것입니까? 정말 진실을 알리려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할 문제일까요? 카타리나 블룸이 보여주었던 살인 전의 초연한 모습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어느샌가 자신을 향한 손가락질에 맞추어서. 블룸은 살인자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 많은 책입니다. 진실이 오히려 힘이 약할 때가 많고, 잘 포장된, 매혹적인 거짓이 눈길을 끌죠. 제삼자의 일은, 더욱 폭력적이고, 음모론이 숨어있는 식의 이야기가 더욱 눈길을 끌죠.
읽고 나면 너무나 현실적이라,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땅이라서. 그 사실이 가끔은 소름이 끼칩니다. 심지어는, 이러한 사실들 앞에, 다들 자신의 정의를 위한 일이라 믿고 있기에. 변화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 합니다. 우리가 표방해야 할 사회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블로그에 먼저 올린글임을 밝힙니다. 출처:http://blog.naver.com/hyen5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