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그토록 잔인하고도 부조리한 난리법석은… 아마 나같은 작은 사람으로서는 평생을 살고 또 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6살부터 서서히 세상의 빛과 형체를 잃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프랑스 장님 소녀와 탄광촌 고아원에서 15살이 되는 그날 아버지를 삼킨 지하 갱도의 일꾼이 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벗어나고팠던 독일 소년… 그들은 과연 그들이 관통했던 그 시절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현실을 극복하고 꿈을 쫓으며 사는 것 만으로도 큰 모험이고 역경이었을텐데… 그들에게 전쟁은 아마도 한번 더 눈을 멀게 되는 일이었을 것이며 한번 더 부모를 잃게 되는 일이 아니었을까…
전쟁으로 인해 잿빛 세상이 된 가운데에도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눈이 멀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앞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에도… 그래도 빛은 있었다… 빛은 세상의 모습을 비추고자 하는 것이자, 세상의 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니 결국 세상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우리가 들을 수 없는 모든 소리’들로 인해 구원되었다. 먼 곳에서 돌아돌아 온 빛과 소리는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흘러 온다는 것… 고로 세상은 결코 순수한 빛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에 의해 구원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