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죽는 일 그 숙명의 굴레 안에서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느껴온 것, 내가 꿈꾸는 것.
그것은 어느 부분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느 부분이 허상일까.
여기에서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다.
실제론 있지도 않는 그것이
무언가에 반사되어 내 앞에만 피어난..
주로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한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 불현듯 내 곁을 스쳐지나가고
나는 갑자기 소름이 끼친 채 멍하니 멈춰선다.
이 책은 그렇다.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된 `학생`들이 성장하고 기증자가 되고
또 간병인이 된다.
우정을 나누고 추억을 간직하고
사랑을 나눈다. 혹시 모를 평범한 인간의 삶을 꿈꿔 보려다 이내 허락받지 못한다.
너무나 슬픈데 울수는 없다. 너무나 두려운 데 무서운 내색을 할 수가 없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그네들을 앞에 두고, 감히 슬프고 무섭다는 감상에 빠질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세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감히 그럴 의지를 세우지 않는다.
그런 시도를 해보는 것을 두고 고민하다 고민하다 수술대 위에서 싸늘하게 식어간다.
감히 시도를 해보려다 `그건 아니되는 일`이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 고개숙인다.
이 책은 그렇다.
애써 열심히 클론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운좋게도 허락된 추억의 한 자락을 붙들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
또한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운좋게도 허락된 추억의 한 자락을 붙들고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유민이가 엄마를 위한 책갈피를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빈티지 책갈피라며 스스로 가슴 설레 하는 모습이…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