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죽인 것도,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아픈 남편의 요양을 위해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여 돈을 빌린 것 뿐인데…
남편에게 그 사실이 발각되어 남편을 실망시킬까봐 걱정을 하다니…
언제나 남편의 취향대로 남편의 즐거움을 위해 남편의 꼭두각시가 되어 살아온 가여운 여인 노라.
사랑받고 편안한 삶 이면에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가꾸어 나가야 할 스스로의 의지와 자존감을 상실한다는 것은
19세기 말 북유럽에서나 21세기 초 대한민국에서나 마찬가지로 슬프고 아픈 일이 아닌가…싶다.
노라처럼 지금의 우리도 정말 뭣도 아닌 것 때문에 인생 다 산것 처럼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 너무나 닮아있다.
사회, 관습, 법률이 그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하는 판단과 행동이 옳은지 그리고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지는…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아야˝ 한다는 것.
`관습` 그 자체가 악습이거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습` 그리고 `주류의 규범`을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이에 대한 개개인의 고찰이 결여된 것.
그것이 악습이고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노라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남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