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의 ‘como agua para chocolate’이다. 하지만 국내에 영화가 먼저 소개되었고 그때의 제목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사람들 뇌리에 깊이 박혀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마녀가 주문 욀 때 쓰는 단어 같은 원제를 그대로 썼다면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졌을까. 사실 난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달콤한 두근거림에 책을 펼쳤다.
양파를 다지며 눈물을 흘리는 ‘나’는 티타 이모할머니를 닮았다는 소리 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티타 이모할머니의 인생이야기가 아름답고 조금은 꾸며진 듯한 분위기로 펼쳐진다.
멕시코 역사나 정치, 음식 그 모든 것에 생소해서 그런지 마치 특이하고 과장과 허구가 가미된 신화나 설화를 읽는 것 같았다.
막내딸인 티타는 어머니의 강요로 사랑하던 남자 페드로를 형부로 맞이해야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그녀의 유일한 낙인 음식 만들기이다. 그녀는 자신의 기분과 마음이 전달되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언니의 결혼식 날 만든 케잌은 사람들을 슬픔과 좌절감에 구토를 하게 만들고, 페드로가 건넨 장미를 곁을인 메추리 요리를 먹은 헤르트루디스는 절제할 수 없는 열정으로 집을 나가고, 에스페란사의 결혼식 날 만든 칠레고추 요리는 사랑에 빠지고픈 강렬한 흥분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음식들은, 일드 ‘런치의 여왕’에서처럼 추억의 한조각 구름을 몰고 와 감상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티타의 일상과 감정을 표현하며 이야기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한다.
책을 덮으며 달콤한 두근거림은 전혀 느낄 수 없었지만, 원제인 초콜릿 끓일 때 나는 그 소리가 바로 그녀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잘 표현한 것임을 알겠다. 그녀가 지지고 볶고 하던 그 요리들은 직접 만날 수 없지만 가까운 곳에 가서 타코나 브릿또로 그녀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느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