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이란 작가는 ‘인생의 베일’이란 책으로 처음 만났었다.
여주인공이 바람피우다 인생의 나락 속에서 회개해가는 노골적인 교훈을 주는 작품이라 실망을 많이 했었다.근데 서머싯 몸의 소설에 대한 철학이 재미라는 말을 이번 작품을 통해 크게 공감하고 말았다.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라는 인물은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보고 들었던 내용들을 잘 정리해 놓고 있다.스트릭랜드는 안정적인 가정과 직장을 버리고 나이 마흔에 화가의 꿈을 좇아 집을 나갔다. 보통의 사람들이 감히 이상과 꿈을 좇지 못하는 것에 비해 그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이나 빈곤과 병에서 오는 고통 따위에는 무관심했다.특이하다 못해 제정신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켰다.제목에 나오는 달이 이상과 꿈을, 은은한 달빛과도 닮은 6펜스는 현실을 상징하듯 그의 선택은 확고부동해 보였다.타이티 산속에서 원주민 여인과 살던 그의 마지막 삶을 엿봤을 때, 이제 진짜 그는 꿈을 이루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부럽기까지 했다.허름하고 누추한 가정이지만 그를 진심으로 내조하는 여인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벌이 걱정 없이 그 자연과 사람들을 맘껏 그리기만 했을 것이다.빡빡하고 삭막한 현실 속에서 겉으론 ‘나 정상인이야’란 표어만 내건 우리 중 누가 그에게 감히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소설 속의 나가 주인공의 그림을 보고 인물 묘사는 실물보다 커서 만화 같았고, 풍경화는 술 취한 마부가 그린 듯 색채가 조잡해 보였으나, 자신을 표현하고자하는 진정한 힘 같은 게 느껴졌다고 했다.
실제 고갱의 그림들을 살펴보니 그의 표현이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십자가에 걸린 예수님 그림은 초등학생 그림 같아 보이고, 여러 과일을 그린 정물화는 색채가 단출하면서 칙칙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하게 떨어지는 느낌의 개성강한 그림들도 있어 이것이 한 작가 작품인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품들도 보인다.
그림 속에 그의 삶이 묻어나 있는듯해, 고갱의 진짜 삶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