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미래의 전체주의적 국가에 대한 공포를 그린
조지오웰의 `1984`는 허구아닌 허구
이미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다.
인간으로서의 유대 관계를 끊고, 공포와 분노, 증오의 감정을 빼놓고는 어떠한 감정도 없애버리는.
미술, 문학, 과학도 없어지고 전쟁과 권력, 빅브라더만을 위한 웃음과 삶.
호기심과 즐거움 대신 폭력만을 꾹꾹 눌러담은 삶…
인간의 얼굴을 짓밟는 구둣발… 그 영원한 존재.
당을 배신하는 이단자의 얼굴은 언제나 그 밑에 짓밟히고 이단자와 사회의 적은 언제나 패배한 뒤 소리없이 사라지는 공포.
거대한 지배권력 앞의 한 개인은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지…그리하여 희망을 품어보기에도 얼마나 덧없는 부질함인지…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억누르는 암울함에 숨이 턱턱 막히곤 했다.
조지오웰. 정말 감탄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가인 것 같다.
병색짙은 조지 오웰이 자신의 어둡고 차가운 현실속에서
동시대와 후시대의 인간들에게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심각한 경고를 써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쓰쳐지나간다.
그의 육신은 병을 이기지 못하고 각혈과 함께 죽어갔지만
작가의 칼날처럼 날카로운 정신세계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꼿꼿하게 살아남아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의 비판의식을 깨어나게 한다는 것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오웰이 그린 1984년 전체주의 국가는 너무나 암울했고
그 안에서 마른 잎사귀처럼 부스러져내린 주인공 윈스턴의 최후는 너무나 허망했다.
신어(Newspeak)와 이중사고(doublethink), 사상경찰(Thought Police), 이분증오(TwoMinutes Hate)
그리고 텔레스크린(Tele-Screen)….
수없이 많은 눈과 부패한 권력과 체제를 위한 폭력 그리고 권력에 굴복하는 모든 진실.
오웰은 전체주의를 향해 펜으로 칼을 휘두른 셈이지만,
이제 이 이야기는 허위와 조작이 만연한 이 시대를 향한 칼날이기도 한 것 같다.
˝미래를 향해, 과거를 향해, 사고가 자유롭고 저마다 개성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혼자 고독하게 살지 않는 시대를 향해, 진실이 존재하고 일단 이루어진 것은 없어질 수 없는 시대를 향해.
획일적인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 축복이 있기를!˝ (p.44)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결코 지탱될 수 없습니다.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명은 저절로 파괴됩니다˝(p.376)
… 자신의 최후를 예상했음에도 감히 희망을 꿈꾸었던, 인간성의 회복을 갈망했던 윈스턴을 생각하자니 책장을 덮어도 자꾸 울컥울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