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요즘 나오는 일본소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소설이란 것을 알고 보았지만 노벨상에 대한 환상은 이번에도 깨졌다. 상에 대한 선호도가 있지만 노벨상을 받은 책 중 정신없이 읽은 것은 <파리대왕>을 비롯한 몇 권을 제외하면 찾기가 쉽지 않다. 80년대 이전이나 최근 몇 년을 찾아보면 없지는 않겠지만 이 상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요즘엔 각국의 문학상 수상작이 더 재미있고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더욱 그렇다.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평을 읽은 적이 있고, 이 소설의 번역을 위해 번역자와 몇 개월을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도 기억한다. 작품의 힘도 중요하지만 번역도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대목이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왠지 가슴에 걸리는 아련한 슬픔이나 날카로운 현실에 대한 비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풍경에 대한 묘사나 감정의 깊이에 대한 서술도 역시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흥미위주의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책의 감수성과 나의 것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일까? 생각도 해본다.
노벨문학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그린 아름다운 문체라는 수식어도 현대 작가들의 비디오적인 문장과 전개에 비하면 약간은 순박한 느낌이다. 기생과 얼치기 지식인의 사랑을 기본으로 한 마을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다고 하지만 이전에 읽던 한국문학의 수준에 비해 특별히 탁월해 보이지 않는다. 이국적인 풍경과 생활이라는 측면에선 동의하지만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은 아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읽는다면 새로운 느낌과 재미를 발견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아니다. 그리고 민음사의 거창한 번역 의도에 비해 나오는 책들의 번역이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위대한 개츠비>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고, 탁월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두 번이나 읽은 나는 그 재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아직 책들이 내 마음속에 문을 열고 속삭여주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문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무진기행>이 생각난다. 이 책과 <설국>을 언제 같이 한 번 읽어봐야겠다. 혹시 새로운 느낌을 줄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