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속에서 나의 현재와 미래를 엿본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내었다. 이 다른 입장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이기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고 읽으면서 그들의 모습이 바로 나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보면 그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 속 사건과 똑같은 일을 당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일상에서 과연 내가 모든 문제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풀어내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몇 번 정도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

 

해도 저문 7월 1일 오후 7시 10분경 학교에 한 통의 전화가 온다. 2학년 B반의 나구라 유이치의 엄마다. 기말고사 문제를 만들던 이지마 선생이 받는다. 아직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기말고사라 서클 활동도 쉰다. 엄마의 간곡한 부탁에 학교를 둘러본다. 테니스 부 부실을 열어본다. 가방이 놓여 있다. 유이치의 가방이다. 교무실에 가기 위해 가다 별생각 없이 난간 아래를 본다. 콘크리트 도랑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 계단을 내려가 확인한다. 유이치다. 도랑에 검붉은 피가 고여 있고 아이의 몸은 싸늘하다. 이렇게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이가 죽은 곳은 보통 남자 아이들이 담력 시험을 뛰든 곳 밑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 죽은 적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경찰이 사건 조사를 하기 위해 온다. 부검 결과 아이의 등에는 꼬집힌 상처가 20여 곳 있다. 이 상처는 왕따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 누군가 유이치를 왕따시켰다. 아이의 핸드폰에 남겨진 문자 메시지는 그 아이들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에이스케, 겐타, 사카이, 후지타 등이다. 이 중 에이스케와 후지타는 소년원에 갈 수도 있는 14살이고, 나머지는 13살이다. 이 차이는 아주 크다. 왕따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서장에게는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한 아이가 떨어져 죽은 사건에 분명한 증거나 증언이 없는 한 기소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경찰서장은 부하 경찰들을 독촉해서 증거나 증언을 찾아내려고 한다. 일선 형사들은 아이들을 겁주고 탐문수사를 한다. 이 와중에 언론은 중앙지와 지방지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방지는 복잡하게 얽힌 지역 관계 때문에 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한다. 중앙지의 경우는 신입 기자가 담당하면서 지방지 기자의 격려와 도움을 받는다. 그녀가 쓴 기사를 둘러싼 사건 관계자들의 각각 다른 반응은 이 소설의 각각 다른 입장을 아주 잘 드러내준다.

 

실제 이 사건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세 부류다. 하나의 유이치의 부모와 가족들이고, 다른 한 쪽은 왕따로 구속된 네 아이의 가족들이다. 마지막은 이 학생들의 학교다. 왕따와 죽음은 학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왜 학생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왕따가 죽음으로 이어지게 되었는가 하는 질타를 들어야 한다. 만약 왕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선생들이 이것을 중지시키지 못했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암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것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물론 알면서도 많은 수의 선생들은 피해 학생의 잘못을 말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우리 교육 풍토가 현실에서 그렇게 적용되는 것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들었다. 아닌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유이치의 부모다. 힘들게 낳고 금이야 옥이야 키운 13살 아들이 죽었다. 여기에 학교에서 괴롭힘까지 당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이 모든 일의 사실이다. 작가는 부모 특히 엄마의 마음을 그려내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풀어낸다. 어느 순간에는 너무 심한 요구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이기적이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왕따 학생들이나 가족이 아니라 학교다. 엄마와 삼촌의 요구 사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교 내부의 갈등은 또 다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이치를 괴롭혔던 네 학생의 가족들은 또 다른 피해자다. 아이들이 유이치를 괴롭혔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면 살인 사건에 한해서 그들은 무죄다. 하지만 괴롭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들의 비난을 듣는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보여주는 반응들은 솔직하고 적나라하다. 그만큼 이기적이다. 흔히 모든 일에 주도자를 찾고 모든 죄를 그에게 몰려고 한다. 여기서 주도자는 14살이지만 키 180에 가까운 에이스케다. 그는 조사를 받는 중에 한 번도 자신이 아니라고 변명하지 않는다. 그럼 그가 주도해서 유이치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아니다. 여기에 제3자 역할을 하는 여자 반친구 도모미가 등장한다. 도모미는 이 사건을 전혀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각각 다른 입장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오게 되는 새로운 사실은 읽는 내내 다른 추리를 하게 만든다.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사건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뒤바뀐다. 처음 아이들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된다. 형사나 검사의 조사는 새로운 정보를 확인시켜준다. 부모들의 이기적인 마음은 밖으로 그대로 드러나고, 중간에 낀 학교는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와중에 모든 진실에 한 발씩 다가간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다. 단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심리 묘사에 더 눈길이 간다. 그들의 모습이 나의 현재와 미래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