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 쿳시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한 성찰 그리고 사랑에 관한 대위법적 소설
J.M. 쿳시는 처음 들어본 작가지만 그의 이면을 들춰보니 커리어가 상당한 작가다.
2003년 노벨상 수상에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 상을 <마이클 K>와 <추락>을 통해 2회 수상한 최초의 작가란다. 이런 이력만 봐도 말이 필요없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가 쓴 대위법적 소설은 처음 접해서 그런지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대위법이란 서양음악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독립성이 강한 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기법을 말하는데 이 방법을 J.M. 쿳시라는 남아공 출신의 작가가 그의 소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에서 사용하고 있다.
페이지당 세 부분으로 나눠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
제일 위에는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가, 그 중간은 그 에세이를 쓴 엘 세뇨르(JC)가 매혹적이면서 아름다운 타이피스트 안야에 관해서 생각하는 이야기가, 그리고 마지막은 안야가 JC를 생각하는 느낌을 적고 있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접하면서 에세이를 먼저 읽을지, 아니면 JC와 안야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글들을 읽고 나서 에세이를 읽을지 고민이 되서 다른 소설책처럼 처음부터 읽는 방법, 그러니깐 에세이부터 차례대로 쭉 읽어내려갔지만 도저히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감이 오질 않아서 에세이는 나중에 읽고 JC와 안야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더니 그런대로 이해가 되었지만 읽기가 녹록한 소설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주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JC와 안야는 과연 누구인지? 이들을 통해 작가가 표현할려고 했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JC라는 인물은 남아공 출신에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온 작가라는 점 등 J.M. 쿳시와 매우 유사한 점도 많지만 쿳시에 비해 무명 작가라는 점이나 가족관계 등에서는 차이점을 드러낸다.) 또 JC가 쓴 모든 에세이를 안야라는 인물을 통해 보게 함으로써 안야가 쿳시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대변하는 인물인지, 아님 쿳시의 글들을 반대하는 독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끌어들인 인물인지는 솔직히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어느 책에서 소설을 껌과 칡으로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빨리 읽히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소설은 단물이 빠진 껌같은 소설이며, 잘 읽혀지진 않으면서 처음엔 쓴맛이 나지만, 다시 읽을수록 예상치 못한 단맛이 나는 소설을 칡같은 소설이라는 것이다. J.M. 쿳시의 소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도 꼭 칡같은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쓰고 괴롭지만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고, 대위법이라는 기법을 소설에 접목시킨 다소 어렵고 실험적인 소설이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뒤 느끼는 개운함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여러분도 이 소설의 느낌을 하루빨리 느껴보길 바라면서…
“살아 있는 영어권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불리는 J.M. 쿳시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