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 J M 쿳시

J.M.쿳시 | 옮김 왕은철
출간일 2009년 9월 18일

J.M. 쿳시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한 성찰 그리고 사랑에 관한 대위법적 소설

 

J.M. 쿳시는 처음 들어본 작가지만 그의 이면을 들춰보니 커리어가 상당한 작가다.

2003년 노벨상 수상에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부커 상을 <마이클 K>와 <추락>을 통해 2회 수상한 최초의 작가란다. 이런 이력만 봐도 말이 필요없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가 쓴 대위법적 소설은 처음 접해서 그런지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대위법이란 서양음악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독립성이 강한 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기법을 말하는데 이 방법을 J.M. 쿳시라는 남아공 출신의 작가가 그의 소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에서 사용하고 있다.

 

페이지당 세 부분으로 나눠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

제일 위에는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가, 그 중간은 그 에세이를 쓴 엘 세뇨르(JC)가 매혹적이면서 아름다운 타이피스트 안야에 관해서 생각하는 이야기가, 그리고 마지막은 안야가 JC를 생각하는 느낌을 적고 있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접하면서 에세이를 먼저 읽을지, 아니면 JC와 안야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글들을 읽고 나서 에세이를 읽을지 고민이 되서 다른 소설책처럼 처음부터 읽는 방법, 그러니깐 에세이부터 차례대로 쭉 읽어내려갔지만 도저히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감이 오질 않아서 에세이는 나중에 읽고 JC와 안야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더니 그런대로 이해가 되었지만 읽기가 녹록한 소설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주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JC와 안야는 과연 누구인지? 이들을 통해 작가가 표현할려고 했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JC라는 인물은 남아공 출신에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온 작가라는 점 등 J.M. 쿳시와 매우 유사한 점도 많지만 쿳시에 비해 무명 작가라는 점이나 가족관계 등에서는 차이점을 드러낸다.)  또 JC가 쓴 모든 에세이를 안야라는 인물을 통해 보게 함으로써 안야가 쿳시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대변하는 인물인지, 아님 쿳시의 글들을 반대하는 독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끌어들인 인물인지는 솔직히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어느 책에서 소설을 껌과 칡으로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빨리 읽히면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소설은 단물이 빠진 껌같은 소설이며, 잘 읽혀지진 않으면서 처음엔 쓴맛이 나지만, 다시 읽을수록 예상치 못한 단맛이 나는 소설을 칡같은 소설이라는 것이다. J.M. 쿳시의 소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도 꼭 칡같은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쓰고 괴롭지만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고, 대위법이라는 기법을 소설에 접목시킨 다소 어렵고 실험적인 소설이지만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뒤 느끼는 개운함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여러분도 이 소설의 느낌을 하루빨리 느껴보길 바라면서…

“살아 있는 영어권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불리는 J.M. 쿳시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