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켈만의 명예.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는 아니다. 독일작가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난 늘 원제를 중요시하는데 이 책은 작가가 독일인이어서 독일어 Ruhm을 찾았다. 명예, 명성, 영광 등의 의미를 담은 말인 것 같다. 명예라는 단어는 내면보다 포장을 떠올리게 한다. 네이버백과사전에서 보니 명예란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의 뜻이었다. 고로 세상에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명예직등등 이런 것들 모두가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관계 속에서 나온다는 의미도 되겠다. 보여지는 명예를 지키기위해 안보이는 곳에서 나쁜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자연스럽게 살아오고 있었는데 명예란 것이 생기기도 한다. 명예는 이렇듯 좋기도하고 아니기도하고 그런 묘한 단단어다.
명예에 대해 왜 이렇게 늘어서 쓰는가하면 이유가 있다. 명예가 위와 같기에 이 책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묻어난 이야기다.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다니엘 켈만의 명예는 알고보면 묘하게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각의 단편은 하나처럼 보인다. 물론 각각의 인문들은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다. 책은 굉장히 흥미롭다. 어떤 장소에 나 대신 간 사람이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 누군가와 또 내가 연결되고 이런 것들은 나중에 알게되면 정말 기막히고 재밌는데 단편들이 이런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이 글을 책을 읽지 않고 읽으면 재미없어질까봐 내용을 이야기하는건 피해야겠다. 근데 이게 내용을 얘기하지 않으면 그 묘한 연결고리를 말할 수 없게되고… 아이러니다!! 어…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 재미있는 연결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 했으면 좋겠는데… 음….. 어렵군! 글 중간에 넋두리가 되어버렸네..;;
다시 돌아와서… 책은 이야기가 계속 되고 그 연결도 계속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고 놀라운 구성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엔 아쉽다. 핸드폰과 이메일 등 이제 우리생활에서 멀어질 수 없는 것들이 나온다. 책의 구절 중에 ‘핸드폰은 언제어디서든 현실을 일깨워준다’는 내요이 있었는데 그렇다. 핸드폰을 끄면 우리는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불안해서 핸드폰을 끄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실에서 단절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용히 여행가거나 생각하고 싶으면 핸드폰을 끈다. 켜는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 핸드폰은 곧 나라는 인식이 하나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물건이 된 것은 아닐까 한다. 핸드폰에 등록된 사람들은 나를 둘러싼 인물들이며 핸드폰에 걸려올 모르는 번호는 새로운 연결관계를 상징하지 않는가.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 사회안에 산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나도 없을지 모른다.
책 속에 마리아란 인물은 핸드폰의 수명이 다함과 동시에 동양에 갇히게 된다. 그녀는 같이 온 일행들과 소통하지 못했다. 일행들과 대화도 하지 않았고 일행들도 시도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같은 방을 쓰겠다는 사람의 말이 전부였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핸드폰이 아닌 일행들과 대화하고 어울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않을까… 책 속의 또 다른 인물은 블로거다. 결국 끝없는 소통을 요한다. 그런데 그 인물들은 작가 다니엘이 창조했다. 책 속의 작가 레오도 또 다른 인물을 창조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 역시 누군가 창조했을까? 모르는 일이다. 옮긴이의 말에 보면 다니엘이 이 책을 “잊히고, 사라지고, 자신을 잃어 가고, 해체되는 것에 관한 책”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잘 만들어 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어떤 일들로 인해 이 전의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게된다. 현실에서는 모든 게 뒤섞이고 책에서만 말끔하게 분리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뭔가 말끔하게 분리된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건 현실이란 말인가… 하여튼.. 정말 다양한 상상을 하게만드는 재밌고 깊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