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만든 재미진 역사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은 수십 명의 PD와 작가, 스태프와 패널들이 모여 2013년 가을 「역사저널 그날」을 첫 방송되었다.
‘그날’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끼리의 만남이나 빅 이벤트가 있었던 날을 의미한다. 2권에서 주요 ‘그날’은 세자빈 권씨가 오랜 기다림 끝에 원손(단종)을 낳은 세종 23년 7월 23일(음력)이었다. 세자빈은 원손을 낳은 지 하루 만에 숨을 거두었다.
한편 1504년 3월 20일(음력) 밤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의 두 후궁 정씨와 엄씨를 고문했다. 어머니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고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한 복수였으니, 갑자사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1권에 이어 2권 마저 내처 읽는다. 2권은 문종, 세조, 성종과 연산군의 이야기까지 다룬다. 역시 세조의 쿠데타와 그 이후 이야기가 중심이다. 아무래도 역사란 평화시 보다는 정변에서 이야깃거리가 훨씬 많겠기 때문이다. 부록으로 ‘조선 왕실의 비밀’이 소개되어 있다.
서술 방식은 1권과 마찬가지로 대담 형식을 취한다. 2권에서는 특별한 인물이 등장한다.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내린 이는 인수대비 였다. JTBC는 2011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드라마 「인수대비」를 방영했다. 이때 인수대비 역을 맡은 이가 채시라 씨였다. 그녀가 보는 인수대비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패널로 등장한 게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녹화한 것이다.
“저는 인수대비가 신여성이라고 생각해요. 당시로서는 상당한 지식인이었고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이었죠.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불쌍한 여인이기도 하구요. 남편 없이 혼자 살았기 때문에 아들에게 더 의지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면서도 한 나라를 이끈 대찬 여성이고요. 역사상 이렇게 멋진 여성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와 전문가 등 패널 출연진은 가독성을 고려해 ‘그날’로 묶고, 건국대 사학과 신병주 교수, 류근 시인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모태는 KBS 「역사저널 그날」의 방송 영상과 대본, 방송 준비용 각종 자료 등을 토대로 했다.
2권에서 인상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남이 장군일 것이다. 그는 겨우 17세에 무과에 급제하고 27세에 적개 1등 공신에 책봉되었으며 이듬해 병조판서에 올랐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세조 때 이시애의 난(1467년)이 일어났다. 남이 장군은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는 데 결정적인 공훈을 세웠다. 이어 만주 건주여진을 토벌해 우두머리 이만주를 죽이는 등 북방 경계도 안정시켰다.
하지만 예종이 등극하면서 이내 남이 장군은 몰락했다. 예종은 즉위한 당일 남이를 병조판서에서 겸사복장으로 좌천시켰다. 선조가 이순신을 두고 불안해했던 것처럼 예종 역시 남이를 두려워했음이라. 같은 무신이었던 간신 유자광의 역모 고변에 남이는 체포된 지 3일 만에 거열형(능지처참)을 당하고 만다.
나는 역사의 팩트가 지닌 미덕 중 하나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불씨라고 본다. 그 팩트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깨어있는 독자들의 몫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책을 통해 제법 다양한 팩트를 얻을 수 있다.
‘일러두기’에 따르면 인용된 사료는 『국역 조선왕조실록』 등을 바탕으로 하고, 본문의 맥락에 맞게 일부 축약·수정하였다. 원본 사료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sillok.history.go.kr)나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 고전 종합 DB’(db.itkc.or.kr)을 참고하였다.
역사(History)는 곧 이야기(Story)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이 바로 이야기요, 역사가 아닐까? 독특한 구성과 풍성한 사진 자료는 읽는 맛을 한층 더해 준다. 지면을 통해 만나는 역사 토크! 흥미롭다. 이어 나올 3권, 4권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