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는 작가들의 작가였기 때문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상당히 많았는데 아래는 그 중 하나다.
380p.
「너는 나에게 내 두려움들을 고백하게 했어. 하지만 나는 너에게 내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들도 말해 주마. 나는 외로이 지내는 것,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쫓겨나는 것, 그리고 내가 버려야 할 것이 있으면 무엇이나 버리는 것, 이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사 큰 잘못이고 평생에 걸친 잘못, 어쩌면 영원히 계속될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크랜리는 다시 심각해져서 걸음을 늦추며 말했다.
「외로운 것, 아주 외로운 것. 너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너는 그 말의 뜻이라도 아니? 그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가 하나도 없음을 의미한다고」
「그런 위험 정도야 감수할 용의가 있어」 스티븐이 말했다.
「친구 이상이 되어줄 사람, 가장 귀하고 가장 진실된 친구 이상이 되어줄 사람을 한 사람도 갖지 못하는데도?」 크랜리가 말했다.
그의 말은 그 자신의 천성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심금을 울린 것처럼 들렸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 즉 있는 그대로의 자신 혹은 되고자 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던가? 스티븐은 얼마 동안 묵묵히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싸늘한 슬픔이 그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즉 자기가 두려워하는 고독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다.
「너는 누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 드디어 스티븐이 물었다.
크랜리는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