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고백.
고백은 가장 연약한 순간.
편지는 가장 연약한 나를 상대의 손에 쥐여주는 일.
”편지는 지상의 기쁨“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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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편지의 계절.
감히 나눌 수 없어 보이는 고민도 종이 위에 털어놓고
(그것으로 편지가 더러워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조차 없는,
수신자와 발신자 간의 끈끈한 믿음을 토대로)
글자마다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사랑을 여과 없이 적을 수 있고
슬프면 슬프다, 황홀하면 황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편지를 나도 주고받고 싶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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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어바이아 루트
사랑하는 친구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시련이 점점 더 커지면, 흐릿한 단 하나의 빛이 꺼지면, 그리고 어두워져서, 너무나 어두워져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헤매다가, 그 숲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면 … 나는 아직 배회하는 악한 자들 중 한 명이야 … 너는 내가 어디로 빗나갔다고 생각하니?
(38-39쪽)
내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에 결코 게으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너에게 납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해서야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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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수전 길버트
너에 대한 생각은 마치 어제 떠난 듯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거든 … 네 이름에 무언가 있나 봐 … 우리가 함께 앉아 있었던 그 모든 ’양지바른‘ 곳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더 이상 그렇게 같이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나오는 것 같아 … 너를, 그리고 천국을 소망했어 … 이 거대한 세상에서 외롭게 존재하지만, 난 그다지 혼자가 아닌 것 같아. 그 정도 눈물은 소나기야 ─ 친구야, 그 속에서 웃음이 피어나거든. 천사들이 무지개라고 부르고, 천국에서도 따라 하는 그것.
(78-82쪽)
수, 내가 앞서가게 해 주렴. 나는 언제나 바다에 살고 있어서 길을 잘 안단다. 사랑하는 친구야, 네가 가라앉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난 두 번이라도 물에 빠질 거야.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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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새뮤얼 볼스
당신께서 살아서 우리 곁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여름보다도 더 반갑다는 걸. 그리고 아래층에서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그 어떤 새가 들려주는 소식보다 더 기쁘다는 걸.
(141쪽)
가장 형체가 없는 것이 가장 접착성이 강하다는 건 기이한 일이에요.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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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홀랜드 부인
인생은 가장 뛰어난 비밀이죠. 그 비밀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모두 속삭여야만 해요 … 우리는 9월을 통과했는데 제 꽃들은 6월처럼 선명해요 … 눈을 감는 일은 여행과도 같아요. 계절들은 이걸 이해하고 있지요.
(176-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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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 W. 히긴슨
마음은 그 자신에 너무나 가까이 있어 ─ 뚜렷이, 스스로를 볼 수가 없어요 … 제 시가 숨을 쉰다고 생각하신다면 ─ 그리고 제게 답장을 해 주실 여유가 되신다면, 저는 즉시 감사함을 느낄 것입니다
(209쪽)
편지는 제게 언제나 불멸처럼 느껴져요. 그것은 육체를 가진 친구 없이 마음만 홀로 있으니까요.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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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로드 판사
짧은 책 한 권을 읽고 있었는데 ─ 제 마음을 무너지게 했으니, 그 책이 당신의 마음도 무너뜨리기를 원해요 … 저는 그 책을 자주 읽곤 했는데, 당신을 사랑하고 난 이후로는 처음 읽었어요 ─ 그리고 그게 차이를 만들어 냈다는 걸 깨달았지요 ─ 모든 것에서의 차이를
(282쪽)
밤이 되면 당신이 너무나 그리워요 ─ 눈을 감자마자 사랑의 감정은 시간을 맞춘 듯 당신을 떠올리게 하죠 ─ 그리고 잠이 거의 다 채워 준 것 같았던 결핍으로 달콤하게 깨어나요
(286쪽)
아끼는 이여, 당신에게 편지를 썼어요. 하나를 받고 나선 너무나 많은 쪽지를 썼어요. 마치 하늘에 부친 편지 같네요 ─ 간절하지만 답장은 없는 ─ 기도도 답변을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도를 하지요! 어떤 이들은 교회에 가고, 저는 저만의 성소에 갑니다. 당신이 제 교회 아니던가요?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찬송이 우리에게 있지요.
(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