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출간일 1999년 10월 15일

내 편이라 믿었던 이는 누구보다 나와 거리감을 느끼고, 피하고자 했던 이는 유일하게 끝까지 곁에 남아있으며, 누군가의 소중한 사랑이라 믿었던 이는 버려진 사람이고, 그녀와 전혀 관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이는 그녀를 몹시도 사랑하며 아프게 했던 사람.

온갖 거대한 농담과 아이러니로 가득한 삶과 삶의 관계에서, 문득 그것 자체가 삶의 진실이라는 무서운 깨달음을 주는 소설이다.. 모든 이의 삶을 살아본 듯한 쿤데라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씁쓸한 이야기에 감응하게 된다. 쿤데라의 글에는 확실히 자신이 묻어 있어 언제나 아름다우면서도 설득력 있다.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사람들 대부분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 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p.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