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탈로 칼비노. 처음 읽었던 #나무위의남작 은 1957년 발표작이고, 보이지않는도시들은 1972년 발표작으로 칼비노의 후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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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견문록으로 잘 알려진 마르코폴로가 원나라의 쿠빌라이칸에게 자신이 방문했던 도시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총 55개의 도시가 등장한다. 이야기 구조는 마치 셰에라자데가 술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일야화의 구조와 비슷하다고 느껴졌고, 도시에 대한 설명을 들어봐도 그렇다. 눈에 그려지는듯 생생하지만 누가 들어봐도 허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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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시마다 도시와 눈들, 도시와 욕망, 도시와 기호들, 도시와 교환 등 표제가 붙어있는데 표제를 보면서 해당 도시의 설명을 읽었을때 왜 이 표제가 붙었는지 알쏭달쏭한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마르코폴로가 방문한 도시들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낯설고, 때론 역겹고, 두렵다. 진흙 속에 묻힌 도시, 죽은 자들의 얼굴이 내 바로 옆을 스치는 도시, 목적없이 건축만을 계속 하는 도시… 이런 도시들을 떠올려보자면. 음, 하긴 하루만 도시청소부가 없어도 쓰레기로 뒤덮일 현대 도시가 더 나을 바는 없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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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느낌이 난다, 이 느낌은, 이 얇지만 잘 안 읽히고 낯설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 불쾌함은 뭔가 보르헤스같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찾아보니 해외에선 보르헤스, 마르케스, 칼비노를 세계 환상문학 3대 거장으로 꼽는다고 한다. 가늘고 길게 책을 읽어온 독서러는 이럴때 조금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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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열린 텍스트라는거, 작가와 독자가 만들어나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텍스트 같은 것은 조금 난해하고 어렵다. 칼비노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독자가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꾸준히 읽다보면 언젠가는 그 발치에서는 좀 얼쩡거릴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