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페미니스트라 평가받는, 고집있고 강단있고 옳은 말해서 굴곡진 삶을 산 그녀, 나혜석이 평생에 걸쳐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누군가는 그녀의 삶이 불행했다고 하지만 그녀 스스로가 아닌 그 누가 그녀의 삶에 대해 불행했다 행복했다 평가할 수 있을까. 아마 그녀가 살아있다면 이런 후세의 평가에 질색을 하고 직설적인 반박문을 즉시 내놓았을 것.
그 언젠가도 얘기한 적 있는데 앞서간 여성들에게 항상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크게 성공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소소하게나마 사회에 열심히 기여하면서 후배 여성들을 끌어주는 선배가 되어야지. 나혜석이 항상 원했던 여성 간의 ‘공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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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비혼 비출산으로 말이 많은데 이 시대에도 독신남녀가 늘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며 나혜석, 이광수, 김억 등이 참가하여 “만혼타개좌담회”를 열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왜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남성문인들이 얘기하는 꼴이 지금 비혼 비출산 해결책이랍시고 떠드는 남성전문가들과 다를 바가 없어서 코웃음 치게 되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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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혼고백장은 정말 두고두고 전해질 명문이다.
P.200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서양에나 동경 사람쯤 하더라도 내가 정조 관념이 없으면 남의 정조 관념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남의 정조를 유인하는 이상 그 정조를 고수하도록 애호해 주는 것도 보통 인정이 아닌가. 종종 방종한 여성이 있다면 자기가 직접 쾌락을 맛보면서 간접으로 말살시키고 저작시키는(입에 넣고 씹는 일이) 불소하외다. 이 어이한 미개명의 부도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