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어 몇구절로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시인들의 능력이 부럽다.

특히 나처럼 모든 걸 설명하려 드는
수다쟁이들은 가질 수 없는 재능이다.

#허연#시인
#밤에생긴상처
#책#책스타그램?
#독서#독서스타그램?
#도서#도서스타그램?

■■■■■■■■■■■■■■■■■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불빛이 누구를 위해 타고 있다는 설은 철없는 음유시인들의 장난이다
불빛은 그저 자기가 타고 있을 뿐이다
불빛이 내 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내가 불빛이었던 적이 있는가

가끔씩 누군가 나 대신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 대신 지하도를 건너지도 않고
대학병원 복도를 서성이지도 않고
잡지를 뒤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그 사실이 겨울날 새벽보다도 시원한 순간이 있다
직립 이후 중력과 싸워온 나에게 남겨진 고독이라는 거
그게 정말 다행인 순간이 있다

살을 섞었다는 말처럼 어리숙한 거짓말은 없다
그건 섞이지 않는다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다시 밖으로 나갈 자다

세찬 빗줄기가 무엇 하나 비켜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남겨 놓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비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있었던가
나를 용서한 적이 있었던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