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곤충을 발견해 ‘인정’받기 위해 휴가를 내고 삶에서 걸어 나와 사막을 찾은 주인공.
사막에서 만난 한 노인에게 속아 끊임없이 모래를 퍼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마을에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납치, 감금된다.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렸다고 간주하기에는 어쩐지 입안에 끈적한 모래를 한 움큼 머금고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모래 마을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욕구와 나도 모르게 피에 새겨진 노동 본능 같은 것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불쾌함. 마치 주인공의 몸에 들러붙어 있던 모래가 책 너머로 유동해 끈적하게 들러붙는 것만 같은 기분.
이 책과 작가의 탁월함은 후반부에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큰 결심과 준비 끝에 실행한 탈출 계획이 실패한 뒤, 주인공이 모래 마을에서의 삶에 순응하고, 희망의 형태가 바뀌어 가는 과정은 모래를 뒤집어쓴 것처럼 불쾌하지만, 익숙한 패턴이기도 하다. 생존을 담보로 강제 당한 삶에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과정. ‘어쩔 수 없다’라는 합리화. 적응과 순응이라는 그럴싸한 핑계. 책을 읽을수록 사막과 모래에 불편한 감정을 느낀 까닭은 아베 코보의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의 정체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주인공은 그토록 갈망하던 탈출 사다리가 눈앞에 있음에도 주민들에게 ‘인정’ 받기 위해 오르기를 포기한다. 자기실현을 가장한 욕망. 사람을 사막으로 향하게도 하고, 또 이전의 삶을 잊고 모래 더미 속에 주저앉게도 하는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본다. 퇴 뱉어내도 자꾸만 입안에 차오르는 모래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