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파과’를 보고 구병모 작가 문체에 완전 빠졌는데 이후 ‘아가미’나 이 책을 읽을 땐 그정도까지 만연한 문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파과’가 장르적 특수성때문에 더 그렇게 읽혔던 것일까? 어려운 단어의 빈도도 확 줄었다.

이 책은 경기도의 한 공동생활주택에 입주한 네 가족의 이야기이다. 네 부부와 그 자녀들까지 나와서 초반에 읽으면서 인물관계도를 그려두길 추천한다. 인물들 이름이 독특해서 오히려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더더욱 여러번에 나눠읽지말고 한두번에 끊어서 완독하는걸 권장한다.

공동주택 공동육아에서 발생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거슬림의 문제들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봤다. 나는 애도 없고 결혼도 안했는데 같이 열불나고 신경쓰이는 경험을 했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스트레스받는 내용이라서 막 재밌게 읽기엔 비추다. 난 결혼출산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아마 평생 경험할 리 없는 고통일텐데… 글로써 이토록 정교하게 잘 묘사해놓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전달받으며 내가 다소 마조같은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육성으로 억!하고 내뱉으며 책 닫은게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꽂히는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추천을 하고있는 것이다.

+ 지금 생각해 보니 책의 저목인 ‘네 이웃의 식탁’에서 ‘네’는 ‘너의’의 의미도 되고 ‘4명’의 의미도 된다.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