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워크숍이란 제목부터 느껴지는 우울함에 예전부터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좀 꺼려왔는데, 막상 읽어보니 우울하지만은 않다. 일단 정말로 고독사로 결말을 맺는 인물은 없다. 그저 고독사를 위한 준비를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심야코인세탁소라는 커뮤니티에서 고독사 워크숍 참가 희망자를 비밀스런 루트로 모집하고, 그 커뮤니티 안에서 각 인물들은 자신의 채널 번호를 부여받아 지루한 일상을 공유한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시너지를 내는 커뮤니티는 아니고 그저 자신만의 고독을 전시하는 형태의 독특한 모임이다.
고독사 워크숍에 참여하기로 한 인물들의 사연이 옴니버스식으로 각 장을 이루고, 인물과 인물 사이사이에 회색 페이지에는 심야코인세탁소 운영자의 글이 짧게 끼워져 있는 구성이다. 피프티 피플처럼 읽다보면 앞선 이야기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부분부분 연결되는 서사가 있어서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앞에 장을 들춰보는 경험을 하게 됐다.
조금 난해하게 느껴지는 문장이나 설정들이 있었지만 인물들의 사연 위주로 집중해서 보다 보니까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엔 이런 류의 어려운 작품들도 꽤 있는 것 같은데, 어려운 소설 중 안어려운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중간중간 인용도 많고 주석도 많이 달려있어서 다양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