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용은 사실 막장소설에 내성이 생긴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감흥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랬으니… 독특했던건 소설의 문체가 굉장히 간결하고 주로 대사 위주로 내용이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보통 대사 중간에 인물들의 심리상태나 행동들이 세심하게 묘사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 부분이 거의 드러나있지 않아 인물들의 생각들을 유추해나가면서 소설을 읽어야한다.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점은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채임버스와 로라의 사랑으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둘이 정령 사랑한 것이 맞는지도 영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대사를 통해 인물들의 생각을 엿볼수 밖에 없는데 대사조차도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를 만큼의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채임버스는 닉을 죽인 이후로도 방량벽을 못고치고 계속 떠나고 싶어하고 로라가 모친상으로 잠시 떠나있을 때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고작 이런 게 세기의 사랑이라고 살인까지 저지른 두 인물이 우습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