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뒤에 쓴 유서」 (민병훈, 민음사) 2023/5/20~22
“이 소설을 구상하며 적은 메모들.
1. 속리산과 오키나와의 역사적 공간성을 연결하기.
2. 세조가 속리산에 다녀갔다고 기록된 실록의 실제 사료와 오키아와 무녀인 유타의 자료를 취재한 뒤 소설적 층위를 형성하기.
3. 시대정신을 담을 걸.
4. 어릴 때 살던 집을 찾아간다. 오키나와 출신인 무녀에게 집이 팔렸다.
5. 집의 복원과 기억의 복원의 연관성.
6. 오키나와에 대한 기억은 오키나와의 ‘이미지’를 통해 미리 만들어진다.
이것들은 메모로만 남았을 뿐 이 소설에 반영되지 않았다.” (p.36)
comment.
근래 읽은 한국소설 중 손에 꼽게 읽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닌 ‘쓰고자 하는 욕구’를 위한 소설을 쓰겠다던 작가의 말을 생각하면 그런 난해함과 불친절이 오히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읽어냈다.
1부에서 ‘객관성과 입장’의 고민에 묶여 글을 쓰기가 어렵다며 소설적인 요소와 장치가 배제된 소설을 쓰던 작가는, 결국 2부에 이르러 가장 소설적인 서사와 형식에 이른 듯 보인다.
1부와 2부, 나와 어머니,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소설 사이에서 작가는 과연 화해에 도달한 걸까 아니면 타협에 머무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