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현실을 전혀 모른 채 전단지를 믿고 길을 나서는,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참혹한 가족의 로드트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잘못된 결과를 맞이할 어머니의 심정에 미리 공감하면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 책은 현실을 아주 모르고 부닥친다기보다는 현실을 직면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너무 좋은 얘기뿐이어서 겁이 난다.’는 예감에서 이미 캘리포니아에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은 계속 나아가서 직면한다.
‘고장나버린 이 베어링을 보세요. 우린 이게 고장날 줄 몰랐기 때문에 아무 걱정도 안 했어요. 지금은 고장난 걸 알았으니 고치면 되고요.’ 무언가를 하기 전 아주 사소한 요소까지 걱정하는 나에게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걱정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생각을 하면 미쳐버리거나 견디기 어려워질 테니까. 직면하기로 결정하면 어떻게든 고칠 수 있지만 출발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